“비건 아닌데 또 방문했다”… 외국인 관광객도 반한 식물성 대안식 식당

김가연 기자 2023. 11. 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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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국내 식물성 대체식품 시장 2800억원·대체유 시장 1조원 예상
’비건’ 손님 많지 않아…2030 대체육 등 대안식 경험하고자 방문해

직장인 전다현(27)씨는 쇼핑과 식사를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해 친구들과 용산 아이파크몰을 방문할 때면 꼭 들르는 식당이 있다. 비건 레스토랑이다.

그는 “처음에 신기해서 방문했다가 별 기대가 없었는데 맛있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면서 “비건이 아닌데도 친구들을 용산에서 만날 일이 있으면 꼭 이곳에 데리고 온다”고 했다.

그래픽=정서희

20·30대 사이에서 식물성 대체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식품 기업들이 식물성 대안식 사업을 확장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10월 발표한 ‘렛츠 비긴 비건(Let’s Begin Vegan!) 비거니즘의 부상’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비건 인구 비율은 5%(250만명)로 추정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7월 펴낸 ‘푸드테크 산업의 혁신 트렌드와 미래전망’에서 20·30대 사이에서 식물성 대안식 인기가 높아지면서 2026년까지 국내 식물성 대체식품 시장은 2800억원, 2025년까지 세계 시장은 178억 달러(약 23조4782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식품기업들은 비건이 아닌 일반식을 먹는 소비자들에게도 매력도를 높이고자 맛에 초점을 맞추고 파인다이닝 등 고급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푸드는 지난 9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식물성 대안식 브랜드 ‘유아왓유잇’을 열었다. 문을 연 지 1달 만에 방문객이 1만명을 넘었다. 매년 수익성이 악화되는 신세계푸드의 스무디킹 대신 대안식 브랜드 육성에 나선다는 분석이다.

유아왓유잇은 20·30대를 타깃으로 한 식당으로 돼지·닭·콩 등 캐릭터로 매장을 꾸미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캐릭터와 관련된 이야기를 올렸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대체육 등을 신기하게 생각하면서 경험 삼아 방문하는 20·30대가 많아 대부분 비건이 아닌 일반 방문객이다”라며 “지난 9~10월 동안 유아왓유잇 방문객의 20%는 외국인 관광객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대안식 식당을 연 건 풀무원이다. ‘플랜튜드’는 지난해 5월 코엑스몰에 문을 연 데 이어 올해 3월 용산 아이파크몰에 2호점을 열었다.

플랜튜드 2개점의 9월 누적 방문 고객수는 14만5000명으로 총 21만4000개 메뉴가 판매됐다.

농심은 지난해 5월부터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비건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인 ‘포리스트 키친’을 운영 중이다.

이 곳은 서울시가 발표한 ‘2022 테이스트오브서울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테이스트오브서울 100선은 국·내외 미식 전문가의 추천을 받아 서울 시내 식당을 선정하는 것이다. 지난 10월까지 포리스트 키친의 누적 방문객 중 외국인 고객이 약 20%를 차지한다.

농심 관계자는 “한국에 비즈니스차 방문하는 외국인부터 관광객까지 다양한 고객층이 방문하고 있다”면서 “셰프가 외국인 고객들에게는 코스가 나올 때마다 이해할 수 있도록 직접 영어로 메뉴 설명을 제공해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그래픽=정서희

◇유제품도 식물성 대체유가 인기… “식물성 요거트 시장도 개발 가능성 열려 있어”

식물성 대안식 열풍에 이어 유업계에서도 식물성 대체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는 원유가격 인상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식물성 대체유를 찾는 수요가 늘 것으로 분석한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대체유 시장규모는 2021년 6942억원에서 2026년 1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몬드로 만든 ‘아몬드브리즈’, 귀리로 만든 ‘어메이징오트’ 등 음료를 판매하는 매일유업의 매출도 증가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매일유업의 식물성·단백질 음료가 포함된 기타부문 매출은 올해 상반기 34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5%(3053억원), 3년 전 대비 174%(1275억원) 증가했다.

음료업계 관계자는 “올해 대체유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매년 우유 소비 자체도 줄고 있는데 우유 가격이 오르면서 다른 대체유가 더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페에서도 귀리 음료를 찾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스타벅스는 2021년 ‘오트밀크’를 출시하고 한 달 만에 20만잔이 판매된 바 있다.

지난 9월 스타벅스 카페 라떼 주문시 저지방 우유나 무지방 우유 선택 비중은 3% 미만인 반면 귀리나 두유 등 식물성 대체 음료를 선택하는 주문은 7%에 달했다.

이디야는 올해 3월 귀리 음료 옵션을 추가했다. 최근 한 달(10월 10일~11월 9일) 귀리 옵션 변경 건수는 출시 첫 달(3월 14일~4월 13일) 대비 30% 증가했다.

카페에서 귀리 음료를 즐겨먹는다는 대학생 임서영씨는 “주로 디카페인 오트라떼를 먹는데 귀리음료가 우유보다 더 고소하고 맛있다”면서 “동물복지에 대한 생각이 일부 있기도 하지만 맛있어서 먹는 게 가장 큰 이유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식물성 식품은 음료 위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고기맛을 그대로 구현해내는 것에 초점을 맞춘 대체육보다는 거부감 없는 자연스러운 식물성 식품이 뜰 것”이라면서 “식품보다 더 쉬운 시장이 음료 시장이라 음료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프랑스에서는 요거트 매대에 20~30%가 식물성 요거트“라면서 “우리나라도 아직 식물성 요거트 시장은 개발될 여지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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