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후보지 다 빠졌다… 尹정부는 왜 신규 택지 이렇게 선정했나[황재성의 황금알]
2: 신규 택지, ‘서울 근접성’ 대신 충분한 수요
3: 지역주민과 지자체의 협조 가능성이 중요
4: 토지 보상 난항 우려도 후보에서 탈락 이유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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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전 10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기자실에서는 신규 택지 후보지 발표회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이날 ⓵경기 구리 토평2지구 ⓶오산 세교 3지구 ⓷용인 이동지구 ⓸충북 청주 분평 2지구 ⓹제주 화북2 지구 등 5곳이 후보지로 공개됐습니다.
이후 진행된 취재진 질의응답에서 나온 첫 번째 질문은 정부가 공개한 5개 후보지에 대한 추가설명 대신 경기 고양 대곡이나, 하남 감북, 김포 고촌 등과 같은 지역들이 제외된 이유에 대한 배경 설명이었습니다. “(후보지 입지가)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거리가 있는 곳”이어서, 그동안 국토부가 신규택지 후보지 선정의 최우선 조건으로 내걸었던 “서울지역 주택 수요 분산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덧붙여졌습니다.
김오진 국토부 제1차관은 이에 대해 “중장기적인 (수도권 지역의 안정적인 주택) 공급 기반을 확충하는 차원에서 선정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토부는 이어진 추가 답변 과정에서 신규택지의 선정 기준으로 ⓵충분한 주택 수요⓶광역교통망 계획 ⓷난개발 방지 ⓸지역주민 및 지자체의 협조 가능성 등 4가지를 적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서 눈여겨볼 점은 이전까지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신규 택지 선정의 중요 기준이었던 ‘서울 근접성’이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6차례에 걸쳐 신규 택지 후보지를 발표하면서 집값 상승의 진앙지인 서울지역의 수급 불안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습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3기 수도권 신도시입니다. 경기 남양주 왕숙 1·2, 하남 교산, 고양 창릉, 인천 계양, 부천 대장 등 6곳은 모두 서울 도심까지 30분 이내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들입니다.
현 정부 들어서 신규 택지 선정방침이 바뀐 데에는 금리의 고공행진 등에 따른 집값의 하향 안정세가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 현 정부의 규제 완화로 서울 시내 재건축이 활발해지고, 도심 역세권 고밀 개발 등을 통한 도심 공급 활성화 대책 등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정부는 앞으로도 수도권 지역에서 신규택지를 추가로 발굴해나갈 계획입니다. 특히 내년 상반기에 지난 9월 발표했던 ‘8만 5000채 규모의 신규택지’ 가운데 이번에 공개한 5곳, 8만 채를 제외한 잔여 물량의 입지를 공개할 방침입니다.
하지만 언론과 일부 부동산 투자 전문가들이 점쳤던 지역들이 후보지에 포함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달라진 신규 택지 후보지 선정 기준과 현 정부 출범 이후 공개된 신규 택지후보지들의 입지 특성을 톺아보려는 이유입니다.
● 달라진 신규 택지 선정 조건
국토부가 지난 2021년 10월 강준현 의원(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문 정부가 출범 이후 2020년까지 신규로 지정한 공공택지 면적은 5373만㎡입니다. 노무현 정부(4075만㎡)나 이명박 정부(3093만㎡), 박근혜 정부(297만㎡)를 크게 웃도는 규모입니다. 여기에 당시 기준으로 택지지구 지정을 추진 중인 물량도 전국 3811만㎡, 수도권 2957㎡에 달했습니다.
이처럼 집권 초기 공급에 문제가 없다며 주택 수요 억제를 위한 규제책에 골몰했던 문 정부가 뒤늦게 택지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내놓은 원칙은 ‘서울 근접성’이었습니다. 전국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서울 집값을 잡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기준이었습니다.
문 정부에서 30건에 가까이 쏟아낸 부동산 대책에서 택지공급 방안이 포함된 것은 모두 6건입니다. ⓵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발표 시점·2018년 9월21일) ⓶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2018년 12월19일) ⓷수도권 주택 30만 호 공급방안에 따른 제3차 신규 택지 추진 계획(2019년 5월7일) ⓸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2020년 5월 6일) ⓹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2020년 8월4일) ⓺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 방안(2021년 2월4일) 등입니다.
모두 한결같이 ‘서울 접근성 양호’나 ‘서울 도심까지 30분 내 출퇴근 가능’을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특히 1번째 ‘9·21대책’에서는 ‘서울과 인접한, 서울과 1기 수도권 신도시 사이에 위치한 330만㎡ 이상 대규모 택지’라고 밝혔습니다. 또 3번째였던 ‘5·7대책’에서는 ‘3기 신도시가 서울부터 평균 거리 1km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의 수도권 신규 택지 선정 기준에는 서울 근접성은 없습니다. 대신 ⓵충분한 주택 수요⓶광역교통망 계획 ⓷난개발 방지 ⓸지역주민 및 지자체의 협조 가능성 등 4가지가 제시됐습니다. 특히 4번째 조건은 중앙 정부 주도로 신규 택지 후보지를 선정한 뒤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는 일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추가됐습니다.
현 정부 들어서 신규 택지 조건이 바뀌게 된 직접적인 요인 가운데 하나는 집값의 하향 안정입니다. 지난해의 경우 전국 아파트값은 역대 최대폭으로 하락했고, 서울 강남 집값은 2년 전 수준으로 곤두박질을 쳤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이런 흐름은 계속되다 7월 이후 반짝 회복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다시 분위기가 주춤대는 모양새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2주 차(조사 시점·13일) 전국 주간 아파트값은 0.02% 올랐지만 상승폭은 전주(0.03%)보다 줄었습니다. 10월 3주차(10월16일·0.07%)를 정점으로 매주 상승 폭이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아파트 실거래가는 지난달에 이미 하향 곡선을 시작했습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던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10월에 0.47% 떨어진 것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게다가 연구기관들은 내년 값이 하향 안정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이달 1일 발표한 ‘2024년 주택·부동산 경기전망’을 통해 “정책 강화, 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내년 부동산시장에) 추가적인 자금 유입이 어려울 것”이라며 “집값이 2%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현 정부가 꾸준하게 추진한 각종 규제 완화로 압구정동, 대치동, 여의도, 목동 등 서울 시내 인기 주거지역에서 재건축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점도 ‘서울 근접성’ 택지 확보에 대한 부담을 덜어줍니다. 또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도심 주요 간선도로 및 지상철 구간 지하화나 역세권 고밀 개발 등도 서울 근접 신규 택지에 대한 수요를 완화해주는 요인입니다.
● 수요 확보가 신규택지의 필요·충분조건
이 가운데 ⓵용인 이동 ⓶청주 분평2 ⓷김포 한강2 ⓸평택 지제역세권 ⓹진주 문산 등 5곳은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이나 광역교통망 확충에 따라 주택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에 대비하려는 성격이 강합니다.
용인 이동지구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일대 228만㎡에 주택 1만6000채가 들어서는데, 정부가 올해 3월 발표한 용인 첨단반도체 국가산업단지와 용인테크노밸리 1·2차가 인접해 있고, 동쪽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가 위치한다는 점이 우선적으로 고려됐습니다.
청주 분평2지구는 충북 청주시 서원구 일대 130만㎡ 부지에 주택 9000채가 조성되는데, 청주역·오송역을 중심으로 신규 산업단지가 계속 조성되고, 반도체 공장 증설(SK하이닉스) 등 산업기능 강화로 인해 주거공간 확충이 요구되는 지역입니다.
평택 지제역세권(면적·453만㎡, 계획주택수·3만3000채)와 진주문산(140만㎡, 6000채)도 인근에 위치한 첨단 산업단지 주거 지원을 위해 조성됩니다. 국토부가 올해 6월 발표한 보도자료(‘평택과 진주 2곳에 총 3만9000호 규모 콤팩트시티 조성’)에 따르면 평택 지제역세권은 평택-화성-용인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의 배후 주거단지입니다. 진주 문산 역시 경남 서부권 ‘우주·항공산업 클러스터’의 배후 주거단지 기능을 수행합니다.
이 보도자료에서 정부는 서울시, 김포시, 서울시 강서구 등 지자체가 5호선 연장 논의를 본격화할 수 있도록 노선 인근 지역에 콤팩트 시티를 조성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업타당성 확보에 필요한 수요를 새로 창출하겠다는 것입니다. 5호선 연장사업은 서울 방화역에서 검단신도시를 거쳐 김포 장기역까지 23.89㎞를 신설하는 사업입니다.
정부는 또 신규 콤팩트 시티 조성에 따른 배후수요의 창출은 장기역에서 출발하는 GTX-D노선의 서울 도심권 연장사업의 타당성 확보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GTX-D노선은 김포 장기역을 출발해 검단역-계양역-대장 신도시역-부천종합운동장역-신도림역-여의도역-용산역으로 이어지는 노선입니다.
● 지역민의 협조도 핵심 관건
구리 토평2지구가 대표적입니다. 백경현 구리시장은 정부 발표 직후 가진 지역 언론 대상 설명회에서 “구리시의 30년 숙원사업인 한강변 토평지구 개발사업이 시작을 위한 물꼬를 텄다”며 “이 사업은 1990년대부터 논의가 시작되면서 구리시 발전을 견인할 핵심사업으로 주목을 받았으나 정치적인 상황 등 여러 요인으로 사업이 중단 변경되면서 주민들의 개발 압박을 컸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토평 2지구는 구리시 교문동 수택동 아천동 토평동 일대 292만㎡ 규모로 조성되는데, 서울에 인접해 있고 한강변에 위치해 주거지로서 매우 우수한 입지 조건을 갖춘 지역으로 평가받습니다. 정부도 이같은 입지적인 특징을 살려서 주거단지는 한강 조망으로 특화하고, 신성장 혁신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한편 한강변에는 여가·레저 공간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주택 목표 물량은 1만8500채입니다.
오산 세교3지구는 오산시 가수동, 가장동, 궐동, 금암동, 누읍동, 두곡동, 벌음동, 서동, 탑동 일대 433만㎡ 부지에 주택 3만1000채를 조성하는 사업입니다. 이 역시도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이었습니다.
이곳은 2009년 9월 이미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되고, 개발계획까지 확정됐던 전력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사업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자금난을 겪으며 토지보상 등에 차질이 빚어지자 2011년 3월 지구지정이 취소되는 아픔을 겪습니다. 이로 인해 오산세교 3지구를 1지구(면적·323만㎡)와 2지구(277만㎡)와 합쳐 1000만㎡가 훌쩍 넘는 대규모 신도시로 조성하려던 정부 계획도 무산됐습니다.
이권재 오산시장은 정부 발표 이튿날인 지난 16일 지역언론인 설명회를 갖고 “세교3지구의 후보지 재선정으로 오산은 50만 자족형 커넥트시티로, 경제자족도시로 성장이 가능해졌다”며 “세교 1·2지구만 있을 때 발생하는 기형적 개발을 막고, 세교 1·2·3지구를 아우르는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해 경제자족도시 오산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제주 화북 2지구는 제주시 도련일동, 화북이동, 양평동 일대 92만㎡ 부지를 조성하는 사업인데, 주택 5500채가 들어섭니다. 제주시의 균형개발이 주요 사업목적 가운데 하나입니다. 제주시는 서부권(연동 등)에 비해 화북2지구가 포함된 동부지역이 개발이 더딥니다. 이에 따라 도시 활력을 높이기 위해 동부권의 계획적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하게 제기돼 왔습니다.
정부도 이를 반영해 화북 2지구를 북쪽에 위치한 제주 동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지구와 남쪽의 첨단과학기술단지(1·2단지) 등과 연계해 동부권을 대표하는 주거복합단지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 유력 후보지의 추가 가능성은
여기에 고양 대곡은 서울 지하철 3호선과 경의중앙선, 서해선이 지나고 내년엔 GTX-A도 개통 예정입니다. 김포 고촌은 서울 강서구와 인접한 곳으로 GTX-D와 서울 지하철 5호선 연장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하남 감북은 서울 송파·강동구와 가깝고 서울외곽순환도로 등 광역교통망도 확보했습니다. 한마디로 신규 택지 후보지로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을 갖춘 셈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현 정부가 제시한 조건 4가지(⓵충분한 주택 수요⓶광역교통망 계획 ⓷난개발 방지 ⓸지역주민 및 지자체의 협조 가능성)을 만족시키는 데에는 실패했습니다. 특히 지역주민 및 지자체 협조 가능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진현환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신규 택지 후보지 발표 직후 가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과정에서 이와 관련해 “지역에서 주민 반발이 심하거나 단체장 협조가 없으면 본지구로 지정해 사업하기 힘들고, 좋은 입지라 하더라도 사업이 이뤄질 수 있느냐를 중점적으로 봤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해당 지역에선 개발에 대한 반발 여론이 적잖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하남 감북으로 원주민 개발 반대가 거센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0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됐다가 주민 반대로 소송이 4년간 이어지며 보상비가 급증하면서 2015년 해제된 경력도 있습니다.
여기에 이들 지역의 지가가 이미 많이 올라 토지보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언론 등을 통해 이들 지역의 개발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늘어나자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토지 가격이 올랐고, 이는 토지보상 협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신규택지 조성 과정에서 토지보상은 사업 진행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걸림돌로 작용하기 일쑤입니다. 3기 신도시의 경우에도 2019년 발표 이후 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마무리가 안 된 상황입니다. LH에 따르면 하남교산과 인천계양의 토지보상율은 99.8%, 고양창릉은 94% 진행됐습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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