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vs제조업 '납품가' 싸움 속...新검색독립 꿈꾸는 e커머스
[편집자주] 즉석밥 1등인 CJ제일제당이 쿠팡에 햇반 납품을 중단한지 1년이 지났다. 외형은 납품가격 갈등이지만 실상은 오랜 기간 지속된 제판(제조vs판매) 전쟁의 연장선이다. 케케묵은 주도권 싸움이기에 곧 합의점을 찾을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장기화되면서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화해 대신 독립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CJ vs 쿠팡 전쟁 1년, 무엇이 달라졌나.
e커머스 업계는 다나와, 네이버가격비교와 같은 '메타쇼핑몰'로부터의 독립을 추구하고 있다. 쿠팡과 식품제조업체의 가격주도권 싸움이 다른 e커머스 업계에는 기회가 됐다. 유통채널을 다원화하고 싶은 제조업체의 수요와 자사몰 콘텐츠를 강화하고 싶어하는 후순위 e커머스 사업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메타쇼핑몰(이하 메타)은 여러 곳에 있는 상품 정보를 모아서 보여주는 사이트를 말한다. 네이버 가격비교, 다나와, 에누리닷컴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에서는 개별 e커머스 사이트에 접속해서 필요한 물건 가격을 비교하지만 우리는 여러 e커머스에 올라온 수십~수백개의 상품 가격을 별도로 비교하는데 익숙하다.
이러한 메타 서비스 덕에 국내 e커머스에는 오랫동안 절대강자가 존재하지 못했다. 가격 비교가 쉬운 만큼 최저가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경쟁을 통해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분산된 탓이다.
하지만 최저가 경쟁은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이 때문에 과거에도 e커머스 회사들은 수차례 '메타독립'을 시도했다. 포털과 같은 가격비교 사이트 의존도를 줄여보자는 '검색독립'이기도 하다.
이베이코리아는 2013년 지마켓과 옥션 상품 데이터베이스(DB)의 네이버 공급을 중단했다. 11번가와 인터파크도 동참했다. 자사 상품이 네이버에서 검색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2개월 후 인터파크는 다시 네이버쇼핑에 상품데이터베이스 공급을 재개했고 11번가는 8개월 만에 백기를 들었다. 지마켓과 옥션도 2015년부터 다시 네이버 쇼핑에 상품데이터베이스를 공급했다.
쿠팡도 4~5위 사업자로 머물던 2016년에 네이버쇼핑에 상품데이터베이스 공급을 중단했다가 2018년에 재개했다.
e커머스 회사들이 다시 메타 생태계로 복귀한 것은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매출을 키우고 이용자수(트래픽)을 늘리면 상품판매 이외에 다른 수익모델을 찾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였다. 이베이 시절 지마켓이 사이트 이용자수가 많은 것을 활용해 광고 수익을 올린 것이 대표사례다.
이 같은 논리가 e커머스 업계에 유행처럼 번지면서 e커머스사들은 다시 출혈경쟁을 감수하면서라도 메타를 통한 덩치 키우기에 몰입했다.
하지만 쿠팡이 로켓배송을 통해 e커머스 업계 절대강자로 나서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상품 판매를 중계하는 일반 e커머스와 달리 상품을 직매입해 판매하는 쿠팡이 대량의 판매량을 무기로 상품제조업체와 가격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다.
그동안 e커머스 업체들은 일반 도소매업자들이 올려둔 상품에 자체 할인 쿠폰을 적용해 최저가를 만들어왔다. 반면 쿠팡은 상품 제조업체들로부터 물건을 싸게 사 와서 최저가를 만들 수 있게 됐다.
경쟁을 지속할수록 출혈을 감내하고 최저가를 만드는 오픈마켓 기반의 e커머스 업체들은 지속적으로 가격경쟁을 할 수 없게 됐다. 가격 주도권을 쥔 쿠팡은 최저가를 무기로 메타쇼핑몰 내에서 소비자들을 독식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최근 e커머스가 메타독립을 다시 추진하는 이유다. 큐텐그룹에 인수된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는 최근 메타쇼핑몰 최저가 경쟁에서 발을 뺐다. 과거처럼 메타쇼핑몰에 상품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지 않는 방식까지는 아니지만 사용자 유입을 메타쇼핑몰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과거에는 타사 쇼핑몰에서 가격이 내려가면 자동으로 10원이나 100원 더 싸게 만드는 식으로 일부 '미끼상품'을 메타쇼핑몰에서 최저가로 노출될 수 있도록 했지만 이제는 정책 자체를 바꿨다.
'10분어택' '투데이 특가' 등을 통해 특정 상품을 특정시간에 시장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제공한다. e커머스는 이러한 가격경쟁력을 통해 소비자들을 자사몰로 직접 유입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는 상품을 싼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어야 가능한 구조인데, 쿠팡으로부터 가격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고 싶은 제조사들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졌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를 통한 뜨내기 손님보다 앱으로 직접 들어온 충성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것이 최근 e커머스들의 공통적 전략"이라며 "더이상 성장만이 중요한 상황이 아니다보니 출혈을 해서라도 매출을 키우려는 방식은 다들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사들은 쿠팡이 독주할수록 가격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쿠팡 의존도를 줄이고 판매채널을 다원화해야 제조사들도 가격독립이 가능해지는 구조다.
이른 바 '정상가격'과 '할인가격'을 구분하고 싶어하는 제조사들의 수요도 맞아 떨어졌다. 특정기간, 특정시간 동안 일정 물량을 싸게 팔고 평상시에는 정상가격으로 판매해야 소비자들도 할인효과를 체감하지, 상시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를 하면 소비자들이 해상 상품에 대해 '할인된 가격'을 정상가격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얘기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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