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 배터리, 폐기물 아닌 상품"…목소리 내는 배터리업계
2025년 600조원대 성장 전망…"핵심광물 해외의존도도 낮출 것"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향후 급성장이 예상되는 '사용 후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고자 국내 업계가 제도적 기반 조성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사용 후 배터리 산업은 미래 신산업 자체로서 경제적 가치가 높은 데다, 폐기물 감축, 배터리 핵심 광물을 재활용한 원자재 공급망 안정화 등에도 기여한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그러나 세계 각국이 사용 후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해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의 배터리 재활용 기술이 주요국보다 뒤처져 있어 이를 육성할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사용후 배터리, 폐기물 아닌 상품 인정해야 관련 산업 발전"
19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제조 및 재활용, 전기차 제작, 유통·물류 분야를 담당하는 24개 민간업체와 기관의 협의체 '배터리 얼라이언스'는 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의견을 담은 '사용 후 배터리 통합관리체계' 업계안과 이를 반영한 법률안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다.
배터리 얼라이언스는 한국배터리산업협회가 간사를 맡아 지난 1년간 논의를 거쳐 ▲ 민간 중심의 사용후 배터리 거래체계 구축 ▲ 배터리 전주기 통합이력관리시스템 구축 ▲ 공정한 거래 시장 조성을 위한 시장거래 규칙 마련 ▲ 재생원료 사용의무제 도입 ▲ 사용 후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 지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통합관리체계 구축 방안에 합의했다.
업계안의 중점 요구사항 중 하나는 '사용 후 배터리'와 '폐배터리'로 혼용되던 용어를 '사용 후 배터리'로 통일하자는 것이다. 배터리가 중금속을 함유한 폐기물이 아니라 재활용할 수 있는 안전한 자원으로 인식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업계 의견이 모인 결과물이다.
특히 배터리 재사용·재제조뿐 아니라 재활용하는 경우에도 단순 폐기물이 아닌 순환자원으로 인정해 폐기물 관련 각종 규제를 면제해야 한다고 업계는 촉구하고 있다.
재제조는 사용 후 배터리에서 배터리셀을 분리해 새로 조립한 뒤 전기차에 다시 사용하는 것을 뜻하며, 재사용은 이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재활용은 배터리를 파쇄하거나 고온의 열을 가해 녹인 뒤 원료 금속을 다시 추출하는 방식으로 배터리 구성요소를 완전히 해체한다.
환경부는 지난달 말 폐배터리를 재사용 또는 재제조할 때는 폐기물 규제를 면제하는 내용을 담은 '순환자원 지정 등에 관한 고시'를 행정예고했으나 여기에는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셀을 그대로 사용하는 재사용·재제조에 비해 셀을 파괴하는 재활용은 위험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활용 배터리도 재사용·재제조 배터리와 동일한 물질을 다루는 데다, 재활용 과정에서 충분한 안정성을 확보하므로 마찬가지로 순환자원에 포함돼야 한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업계는 사용 후 배터리가 순환자원이 아닌 지정폐기물로 지정되면 인허가, 입지 규제, 보관, 운송, 거래 등에 걸쳐 강화된 규제가 적용된다는 점에서 관련 산업 성장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용 후 배터리가 단순히 폐기물이 아닌 자원이자 상품으로 인정받아야 관련 산업도 활성화할 것"이라며 "배터리 제조산업뿐 아니라 사용 후 배터리 산업에서도 글로벌 선도국이 될 수 있도록 관련 입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배터리 얼라이언스가 제출한 업계안을 기반으로 정부안을 확정해 법제화를 검토할 계획이다.
2050년 600조원대 성장 전망…"경제·환경·공급망 측면 가치 높아"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보급 추이를 감안할 때 전기차 폐차 대수는 2030년 411만대, 2050년에는 4천227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사용 후 배터리 시장 규모도 2030년 70조원에서 2040년 230조원, 2050년에는 60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용 후 배터리 순환경제는 관련 산업 활성화를 통한 신산업 육성으로 이익과 고용 창출이 가능하고, 폐기물 감축과 더불어 배터리 원자재 채굴·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도 줄일 수 있어 경제적 가치와 환경 가치를 동시에 창출한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아울러 배터리 핵심 광물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자원 보유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하는 국내 산업 보호에 꼭 필요하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45년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국내 업계가 회수할 수 있는 배터리 핵심 광물은 수산화리튬 2만t, 황산망간 2만1천t, 황산코발트 2만2천t, 황산니켈 9만8천t 규모다. 수산화리튬 2만t은 지난해 수산화리튬 수입량의 28%에 달한다.
그러나 중소벤처기업부가 평가한 한국의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기술 경쟁력은 가장 앞선 기술을 보유한 미국을 100%로 두면 86.7% 수준으로, 일본(93.3%), 중국(89.2%), 유럽연합(EU, 89.1%)보다 뒤처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에 더해 유럽까지 핵심원자재법(CRMA)을 통과시키는 등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와 원자재 수급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원자재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는 사용 후 배터리 기술 개발과 산업 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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