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 얼마에 팔지도 못 정해요"…PB로 살길 찾는 유통가
[편집자주] 즉석밥 1등인 CJ제일제당이 쿠팡에 햇반 납품을 중단한지 1년이 지났다. 외형은 납품가격 갈등이지만 실상은 오랜 기간 지속된 제판(제조vs판매) 전쟁의 연장선이다. 케케묵은 주도권 싸움이기에 곧 합의점을 찾을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장기화되면서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화해 대신 독립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CJ vs 쿠팡 전쟁 1년, 무엇이 달라졌나.
업계 한 관계자는 "제조사들이 모든 업체에 동일한 수준으로 납품가, 판매가 가이드라인을 보내는 건 오래된 관례"며 "옛날처럼 최저가 경쟁이 붙은 게 아니기 때문에 유통사도 마진율만 잘 지켜진다면 가이드라인에 맞춰 가격을 형성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사가 납품가뿐만 아니라 유통사의 판매가까지 정하는 상황은 그만큼 제조사들의 입김이 세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은 주요 매출이 NB에서 나오기 때문에 제조사의 요구를 거절하는 게 쉽지 않다. 특히 1위 상품을 제조하는 제조사일수록 그 영향력은 막강하다.
유통사들은 특히 자체 PB 상품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PB 상품은 대형 제조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데다 독자적인 가격 결정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통업체들에겐 필수 사업이 됐다. 여기에 중소기업과 상생한다는 명분도 있다. 실제로 쿠팡의 PB 협력사의 90%는 중소기업이다. 쿠팡은 직매입해 판매하는 상품 외에 오픈마켓에도 로켓배송을 적용한 로켓그로스를 통해 중소·영세 제조업체들의 판로를 열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오프라인 1위인 업체인 이마트 역시 근본적으로 NB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PB인 '노브랜드'와 '피코크'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 중이다. 특히 피코크는 일반적인 가성비 위주 PB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식품 브랜드로서 성장세를 타고 있다. 노브랜드와 피코크는 현재 1500여종, 800여종의 PB 상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지난해 기준 두 개 사업에서만 1조69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달성한 바 있다.
이마트가 가성비뿐만 아니라 프리미엄으로까지 PB 사업을 확장하는 이유는 유통사 최고 경쟁력은 결국 '가격'과 '품질'에서 오기 때문이다. 경쟁 업체에서 판매하지 않는, 오직 이마트에서만 판매하는 가성비 있는, 품질 좋은 상품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려는 의도다. 이는 이마트뿐만 아니라 홈플러스, 롯데마트, 11번가 등 국내 주요 유통업체들이 추구하고 있는 주요 전략 중 하나다.
특히 국내 유통업체들의 PB 상품 비중이 20%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 가능성이 크다. PB 상품이 발달한 유럽·북미 등 대형마트의 PB 비중은 50~100%대에 달한다. 실제 독일 수퍼마켓 알디와 리들의 경우 90% 이상을 직매입해 PB 상품을 판매 중이다.
임찬영 기자 chan0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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