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오지에서도 프로젝트 성공…아세안 최대 건설시장 뚫는다” [한-인니 수교 50주년, 성장판 커진다]
“플랜트 등 발주 多…잠재력 큰 시장”
오지 플랜트 건설 경험으로 난관 극복
“현지 정부, 외국자본 투자 적극 유치”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2억7000만명이 넘는 인구, 거대한 개발 가능성을 품은 넓은 영토, 5%가 넘는 경제성장률. 명실공히 ‘아세안 최대 건설시장’으로 부상한 인도네시아에선 최근 신수도 이전 사업 등으로 각종 인프라 건설을 위한 정부·민간 발주 수주가 잇따르고 있다.
전 세계 건설회사들이 진출을 서두르는 가운데, 지난해 11월 해외사업단을 신설한 대우건설도 시장 확대에 공들이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인사에서 전략기획본부 산하 해외사업단을 신설해 해외투자개발사업 영역을 이관했다.
그간 해외 투자개발사업 영역에서 꾸준히 성과를 낸 점을 인정받아 초대 사업단장을 맡은 한승 단장은 헤럴드경제와 서면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 시장이 품은 잠재력과 기회를 상세히 소개했다.
한 단장은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국가 중에 가장 큰 건설시장 규모를 가지고 있는 국가”라며 “풍부한 광물·석유·가스 자원에 기반한 대형 플랜트 발주 물량이 많고, 전력·교통 인프라에 대한 수요도 높으며 신수도 이전사업까지 더해져 건설시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정부 재원이 한정된 상황이라, 현지 정부는 외국 차관 도입 혹은 인프라 건설에 대한 민관협력(PPP) 형태의 외국자본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외국기업의 참여가 계속 늘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현재 대우건설도 파푸아주 탕구(Tangguh) 지역에 액화천연가스(LNG) 액화설비 플랜트 공사를 수행하고 있으며, 현재 다수의 플랜트·인프라 입찰사업 참여를 검토 중이다.
특히 국내 기업은 기술력, 정부금융 지원 등으로 경쟁력을 갖췄다는 게 한 단장의 설명이다. 한 단장은 “인도네시아는 대형 국영·민간 건설사들이 많으며, 대부분의 건축·인프라 공사를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량과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단순 건축·인프라 공사의 경우 이들과의 직접적인 경쟁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한국기업은 가격 대비 기술력이 우수하며, 한국 정부의 각종 정책금융·지원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며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대형 플랜트 공사, 무상원조사업(ODA) 차관 등 한국 재원 발주공사, 한국 수출신용기관(ECA)의 정책금융을 활용한 PPP 투자개발사업 등에서 현지기업 대비 경쟁우위 확보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대우건설 또한 이 같은 사업에 대해 선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시장 개척이 마냥 ‘꽃길’은 아니었다. 인도네시아는 수도 자카르타가 위치한 자바섬 외에는 현지 인력도 근무를 기피할 정도로 환경이 열악한 곳이 많다. 이에 숙련도 높은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 대우건설도 비슷한 난관에 처한 적이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2019년 말부터 약 3년 반 동안 천연가스 액화시설에서 파이프 설치 공사를 수행했다. 이 사업은 자카르타에서 무려 3000㎞ 떨어진 파푸아주 탕구 지역에서 진행됐다. 당시 이탈리아 석유화학 기업 사이펨은 인력 부족 문제, 공사 기술·경험 부족 등을 우려해, 오지 플랜트 건설 경험이 있는 대우건설과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탕구 현장은 인도네시아 동쪽 끝에 위치해 인력 확보가 쉽지 않고, 인도네시아는 현지 노동인력 우선 고용 관련 규제·비자 제한 때문에 외국인 인력을 현장에 쉽게 투입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한 단장은 “그러나 대우건설은 인도네시아 관계부처와의 원활한 업무 협조를 통해 일부 외국인 용접사를 현장에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현지인 용접사에 기술을 전수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었단 것이다.
한 단장은 이어 “리비아, 나이지리아,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등 오지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으로 효율적인 업무 분담을 하고, 전체적인 공사 효율을 향상시켰다”고 부연했다. 그 결과 대우건설은 기존의 계약 물량 대비 약 30%를 초과하는 파이프를 설치하며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마칠 수 있었다. 코로나19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발주처의 신뢰를 통해 달성한 성과다.
인도네시아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진출 전략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외국기업의 건설공사 수주 시 현지업체와 파트너링을 통한 공동 참여가 필요해, 다수의 유력 현지 기업과 협력 관계를 다져오기도 했다.
다만 최근 인도네시아 시장은 자체 건축인프라 공사 수행 역량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현지 대형 국영·민간 건설사도 많다. 이에 국내 건설사들은 현지 업체가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공사나 중국·터키·인도 등의 업체와 직접 가격 경쟁을 하는 사업 참여는 지양하고 있다.
한 단장은 “단순 도급공사 경쟁이 어렵지만, 한국기업은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대형 플랜트 공사, 정부의 정책금융 등 활용해 투자개발 사업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현지 투자 환경이 개선되고 있는 점은 새로운 기회다. 그는 “인도네시아는 선진국 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국가 신용도가 낮고 투자 유인책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최근엔 관련 법령 개정하는 등 우호적인 투자환경 조성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대우건설은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개도국에서 대규모 플랜트 사업 등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한 단장은 “개도국은 대규모 플랜트 설계·조달·시공(EPC), 인프라 공사 위주로 참여 중”이라며 “석유·가스가 풍부한 자원 보유국에선 국영 에너지회사 또는 국제석유회사(IOC) 주도로 프로젝트 발주가 활발하다. 인프라 공사는 공적개발원조 지원 사업 발주가 많아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k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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