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성 의문' 지도부·친윤 불출마·험지출마…총선 카드 될 수 있을까
청년 전략지역구, 중진에 못 버텨…혁신안 '당에 부담' 비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공천 혁신안에 대한 당내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데도 현실정치를 반영하지 못한 채 '빛 좋은 개살구'만 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총선에서 실패한 전략으로 드러난 '험지출마'와 '전략공천 원천 봉쇄' 등이 대표적이다.
당내에서는 수용 불가능한 혁신안으로 인해 ‘혁신을 거부하는 정당’이란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도부·친윤계 향한 불출마·험지출마…현실성 의문
당 지도부와 친윤계를 겨냥한 불출마·험지출마 권고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불출마의 경우 정치 인생이 걸려있다는 점에서 선택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지난 3일 발표 이후 2주 정도 지났는데 이는 정치인생을 결정할 중대한 결단을 내리기에 부족한 시간이다.
험지출마는 이미 지난 총선에서 이혜훈·김용태·정우택 등 험지에 도전장을 낸 인사들의 낙선으로 실패했던 전략이라는 점에서 현실성이 더 떨어진다는 평가다.
현재 정치권에선 권고 대상자 가운데 서울을 비롯한 험지에서 당선될 수 있는 인사가 사실상 없다는 시각이 많다. 아무리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더라도 총선을 4~5개월 남기고 낯선 지역으로 가 당선되는 건 매우 어렵다.
만약 이들이 험지출마를 결심한다 해도 문제는 있다. 지역구를 떠난 만큼 이들에게 공천을 보장해야 하는데 이 경우 기존 지역에서 활동 중인 인사들의 반발로 당내 갈등이 예상되며 보수표가 분열할 가능성도 있다.
◇'전략공천 원천 봉쇄'…총 없이 전쟁터 나서나
혁신위가 4호 혁신안으로 제시한 '전략공천 원천 봉쇄'에 대해선 총 없이 전쟁터에 나서는 격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전략공천은 총선 승리를 위해 치열한 두뇌 싸움을 벌이는 영역이다. 상대의 거물급 인사를 겨냥해 맞춤형 카드를 제시하거나 영입인재를 배치하는 등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하다. 전략공천을 배제하면 주요 전략 카드 하나를 잃은 채 총선을 준비하는 셈이다.
전략공천 배제는 인재영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은 인재영입 과정에서 이들을 적절한 곳에 배치해야 하는데, 정치에 도전하는 영입 대상에게는 당선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인재를 영입하면서 기존 당내 인사와 경쟁을 제안하면 입당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즉 전략공천이 봉쇄되면 이들을 적절한 곳에 배치하는 전략도, 영입 대상자들을 이끌 유인책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인재영입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영입인재의 적절한 배치가 불가능하다면 영입인재를 대거 비례대표로 전환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전략공천 배제는 험지출마 가능성도 줄인다. 경선을 감수하며 험지에 출마하는 것보다 무소속으로 기존 지역구에 출마하는 게 당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청년 전략지역구? 중진 살아있는데…이준석 외엔 못 버텨
당 우세 지역구를 청년 전략지역구로 지정하는 것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청년에게 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인데, 여권에 유리한 강남·서초 등 수도권 일부 지역과 영남 등에는 이미 중량급 인사가 자리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청년을 우선 배정할 경우 기존 인사들이 무소속 출마 등으로 반발할 수 있다. 이들 중량급 인사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이준석 전 대표 정도의 인지도를 보유한 인물이 아닌 새로운 얼굴의 청년들은 버티지 못할 것이란 게 여권 내 시각이다.
실제로 앞서 TK지역 5선 주호영 의원, 강원지역 4선 권성동 의원, 친윤 3선 장제원 의원 등은 무소속으로 당선된 경험이 있다. 주 의원과 장 의원은 "서울 출마는 없다"며 지역구 사수 의지도 내비친 상태다.
◇혁신위, 당 총선 전략에 부담…비판 목소리↑
당내에선 공천 관련 혁신안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모습이다. 혁신안 수용이 쉽지 않은데, 이를 거절하면 ‘혁신 거부’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혁신위의 거듭된 압박에도 김기현 대표가 "당 지도부가 공식 기구와 당내 구성원과 잘 협의해 총선 준비를 하고 당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시스템이 있다. 혁신위도 그 공식 기구 중 하나"라고 한 것은 총선 전략에 대한 결정권은 당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혁신위도 이같은 비판을 의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는 △상향식 공천 △엄격한 컷오프 △전략공천 원천 봉쇄 등의 내용이 담긴 '4호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결정권을 당 공천기구에 넘겼다.
당 관계자는 "혁신위가 보기만 좋고 현실성 없는 혁신안을 계속해서 제안할 경우 당내 반발이 터져 나올 수 있다"며 "공천 관련 권한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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