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역시 월드클래스"…亞 내야수 최초 GG, 단 9명뿐인 야구부의 기적이었다

김민경 기자 2023. 11. 19.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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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하성이 모교인 부천북초등학교 후배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 부천, 김민경 기자
▲ 부천북초등학교 선수단과 김하성 ⓒ 부천, 김민경 기자

[스포티비뉴스=부천, 김민경 기자] "인원 많아졌네, 형 때는 야구부 9명밖에 없었거든."

김하성(28,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18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부천북초등학교를 방문했다. 20명 정도 되는 부천북초 야구부 후배들은 이른 아침부터 유니폼을 갖춰 입고 운동장에 모여 훈련을 하면서 대선배 김하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하성은 부천북초 야구부가 9명으로 운영되던 시절 잠재력을 지닌 꼬마였지만, 20여 년 뒤 메이저리거로 성장해 후배들의 롤모델로 돌아왔다.

김하성은 "어릴 때는 학교가 참 커 보였는데, 6학년 때 형 키가 148㎝ 정도였다. 엄청 개구쟁이였다. 형은 초등학교 때 공부가 사실 너무 싫었다. 공부가 싫어서 항상 선생님이 나머지 공부를 시키셨는데, 그러면 화장실 간다고 이야기하고 야구 하러 밖에 나가고 그랬다. 그 정도로 야구를 좋아했다"고 초등학생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어린 야구 선수들은 메이저리거 김하성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물었다. 6학년 최지웅 군(12)은 가장 눈을 반짝이며 질문을 던진 후배였다. 내야수인 최 군은 김하성처럼 수비를 잘하는 선수가 되는 게 꿈이다. 김하성의 수비 영상을 늘 챙겨보며 공부하고 있는데, 영상으로만 보던 선배가 눈앞에 나타나니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최 군은 "우리 학교의 자랑인 김하성 선수를 봐서 기분이 좋고, 역시 월드클래스라고 생각했다. 메이저리그 영상을 많이 찾아보는 편이라 김하성 선수의 플레이를 많이 봤다. 나는 유격수를 보다가 지금은 2루수를 보고 있는데, 김하성 선수처럼 수비를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꿈을 밝히며 활짝 웃었다.

김하성은 본인을 롤모델이라 말하는 후배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김하성은 "야구에서 수비를 말할 때 내 이름이 나오는 것에 아이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 한국인 선수도 메이저리그에서 내야수로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도 알고 꿈을 크게 가졌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 김하성 바로 왼쪽에 앉은 부천북초등학교 6학년 최지웅 군 ⓒ 부천, 김민경 기자
▲ 김하성이 캐치볼을 하고 있다. ⓒ 부천, 김민경 기자

김하성은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29순위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의 지명을 받아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강정호(현 은퇴)의 뒤를 잇는 히어로즈 주전 유격수로 2020년까지 활약했다. KBO리그 통산 891경기에서 타율 0.294(3195타수 940안타), 133홈런, 134도루, 575타점을 기록했다.

2021년부터는 미국 빅리그 무대에 도전했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와 4년 2800만 달러(약 363억원)에 계약하면서 본격적으로 메이저리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김하성이 메이저리그 첫해를 준비할 때 샌디에이고에는 매니 마차도,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제이크 크로넨워스 등 정상급 내야수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어 주전으로 도약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던 게 사실이다. 특히 아시아 내야수, 특히 중앙 내야수가 빅리그에서 성공한 사례가 그리 많지 않기에 더더욱 박한 평가를 받았다.

김하성은 처음 2년 동안은 빅리그 투수들의 공에 적응하느라 타석에서는 헤맸던 게 사실이지만, 수비만큼은 늘 한결같았다. 데뷔 시즌부터 지금까지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수비력을 자랑했고, 올해는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김하성은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품으면서 "아시아 내야수를 향한 편견을 깨고 싶다"던 꿈을 이뤘다.

김하성은 후배들이 골드글러브 수상 소감을 묻자 "좋았다. 상을 받아서 좋았다기보다는 아시아 내야수는 안 된다는 메이저리그의 편견이 있다. 그것을 형이 그래도 어느 정도 생각을 바꿀 수 있도록 해준 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아시아 선수들, 한국 선수들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선수들에게 '김하성이 하면 나도 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을 심어 줄 수 있었던 상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올해는 타격까지 매서웠다. 김하성은 152경기에서 타율 0.260(538타수 140안타), 출루율 0.351, 17홈런, 60타점, 38도루를 기록했다. 모든 공격지표에서 커리어하이를 기록했고, 샌디에이고 팀 내에서 도루 1위, 출루율 2위, 타율 3위에 오르는 등 1번타자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실버슬러거 최종 후보에 올랐을 정도로 엄청난 발전이었다.

▲ 김하성은 같은 날 모교인 부천중학교도 방문했다. ⓒ 부천, 김민경 기자
▲ 부천중에서 사인하는 김하성 ⓒ 부천, 김민경 기자

김하성은 타격과 관련해서는 "자신감과 타이밍이다. 타이밍은 알려줄 수 없다. 본인의 것이다. 그 타이밍을 잡으려면 자신감이 중요하다. 누가 마운드에 올라도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장 공략하기 까다로웠던 빅리그 투수는 우완 제이콥 디그롬(텍사스 레인저스)을 꼽았다. 디그롬은 최근 부상으로 주춤하긴 하지만, 뉴욕 메츠 시절인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최정상급 에이스다. 김하성은 "디그롬이라고 시속 160㎞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가 있다. 그 투수가 가장 상대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김하성은 계속해서 빅리그에서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샌디에이고와 계약 마지막 해인 다음 시즌에는 김하성이 잰더 보가츠를 밀어내고 다시 주전 유격수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하성은 올해 샌디에이고가 FA 유격수 최대어 보가츠를 11년 총액 2억8000만 달러(약 3630억원)에 영입하면서 2루수로 밀려났는데, 구단은 현재 3루수 마차도-유격수 김하성-2루수 크로넨워스-1루수 보가츠를 최상의 수비 조합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하성은 올해 b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5.8을 기록해 샌디에이고 타자 가운데 1위, 메이저리그 야수 통틀어 11위에 올랐다. 구단이 마땅한 대우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빅리그 무대에서 치열하게 싸운 김하성은 후배들의 순수한 열정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김하성은 부천북초 방문을 마치고 부천중학교로 이동해 똑같이 후배들의 꿈을 응원하는 시간을 보냈다. 김하성은 야구부에서 더 좋은 후배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후원 물품을 함께 전달했다. 부천북초 야구부에 1000만원, 부천중 야구부에는 2000만원 상당의 야구용품을 후원했다. 김하성은 모교 후원과 별개로 유니월드인터내셔날에 10만 달러(약 1억3000만원)를 기부하는 등 추운 겨울이 따뜻해질 수 있도록 힘을 썼다.

김하성은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방문하면서 어릴 때 생각도 많이 났고, 어린 친구들을 보면서 나도 힘을 얻는 것 같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다. 이 아이들이 나를 안다는 자체가 기분 좋은 일이었다. 오늘(18일) 하루 정말 좋았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후배들도 꿈을 크게 갖고 도전해 봤으면 좋겠다. 아직 어리지만, 메이저리그도 좋고 한국프로야구도 좋고 그런 꿈을 갖고 열심히 하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다. 그리고 어릴 때 야구를 즐길 수 있는 이 시기를 잘 보냈으면 좋겠다. 지금 나이에 맞게 즐겁게 즐기면서 꿈은 크게 가졌으면 좋겠다. 꿈은 크게 갖고, 목표는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나씩 설정하면서 계속 이루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어느 순간 나처럼 메이저리그 선수가 돼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며 후배들을 격려했다.

▲ 부천북초를 후원한 김하성 ⓒ 부천, 김민경 기자
▲ 부천중을 후원한 김하성. ⓒ 부천,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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