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부활해도 中企는 '그림의 떡'…"맞춤 제도 마련해야"

이정후 기자 2023. 11. 19.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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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 중소기업 29개…"전체 기업으로 보면 극소수"
전문가들 "기촉법 재입법·사각지대 해소 방안 필요해"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에 중고 주방용품이 쌓여 있다.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은 워크아웃 제도를 이용하기 힘들죠. 은행 문턱을 넘기 힘드니까 그냥 파산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법원 회생 절차를 밟자니 대외적으로 기업 이름이 공개돼 거래처와의 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요."

중소기업들의 기업 구조조정 제도 선택지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제단체가 파산 우려 기업을 위해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의 재입법을 촉구하고 있지만 정작 지원이 필요한 소규모 중소기업은 혜택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다.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어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중앙회를 포함한 경제6단체는 기촉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최근 냈다. 금융채권자들과 기업 사이의 자율 구조조정 절차인 '워크아웃'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왔는데 제도의 법적 근거인 기촉법이 지난달 일몰되면서 파산 위험이 커졌다는 주장이다.

2001년 한시법으로 제정된 기촉법은 20여년간 5차례 일몰 연장을 거쳤으나 지난달 시한이 종료되며 15일 효력을 상실했다. 현재 국회에는 2건의 관련 개정안이 제출돼 있으나 모두 계류 중이다.

우리나라의 기업 구조조정 제도는 크게 법원에 의해 관리를 받는 '회생절차'와 채권금융기관이 주도하는 '기촉법상 워크아웃'으로 구분된다.

법원에 의해 회생절차를 밟게 될 경우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행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대외적으로 기업명이 공표돼 중소기업들은 오히려 거래처와의 관계가 악화할 우려가 있다.

이에 기업들은 민간 금융권이 참여하는 워크아웃 제도를 이용해 왔는데 해당 법안이 최근 일몰되면서 더 이상 추가 워크아웃 진행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문제는 워크아웃 내용이 담긴 기촉법이 재입법 되더라도 실제 혜택을 받는 중소기업은 많지 않다는 데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기업은 35개사로 이 중 중소기업은 29개다. 전체 워크아웃 기업 중 상당 부분을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지만 경영 위기에 처한 한계기업 2372개사(2021년 기준)에 비하면 1%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의 한계기업 비중은 2021년 13.5%에서 2022년 14.4%로 증가해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는 모습.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현장에서도 자산 규모가 적은 중소기업은 구조조정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자산규모 100억~200억원 정도의 업체들이 금융권에 가서 워크아웃을 신청하려고 해도 받아주지 않는다"며 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연 매출 100억원의 중소기업 대표도 "경영이 악화해 구조조정 제도가 시급했는데 워크아웃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법원의 회생절차를 밟았다"고 말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기촉법이 중소기업에는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규모가 있는 중견기업 이상만 가능한 경우가 많다"면서도 "구조조정이 화두가 되면 한계기업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제도적 틀을 빨리 만들어 놓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경영 상황이 어려운 기업을 대상으로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경영 정상화 계획을 수립해 주는 '선제적 자율구조개선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는 하지만 고강도 개입이 없어 워크아웃 제도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이 각자의 상황에 따라 채무조정에 나설 수 있도록 사적 구조조정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기촉법 개정안 통과로 워크아웃 제도를 재시행과 동시에 단점을 보완하자는 취지다.

최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은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제3자 기관이 관여하는 '중소기업활성화협의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해당 제도는 전문가 조언부터 재생계획 수립, 이행 상황 모니터링 등 재무개선과 사업개선을 동시에 추진해 주는데 이러한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백종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은 회생법을 통한 구조조정 절차가 중소기업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해 소기업 회생법안을 별도로 만들었다"며 "우리도 현재 기업 구조조정 체제에서 진일보한 계획과 로드맵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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