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비행 중 엔진이 꺼졌다… 비상 착륙 가능할까

툴루즈(프랑스)=박찬규 기자 2023. 11. 19. 07: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덜컹" 진동과 함께 "삐-삐-삐" 경고음이 울린다.

엔진 하나가 파손됐다는 알람과 함께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는 메시지가 화면에 뜬다.

실제처럼 느껴질 정도로 생생했던 이 상황은 비행 도중 엔진이 터지는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다.

러더는 한쪽 엔진이 파손됐을 때 비행기가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는다던가 하는 특정 상황에서 주로 사용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툴루즈 ATR 본사 방문
ATR 트레이닝 센터에서 ATR 72-600 항공기 시뮬레이터 체험
ATR 72-600 항공기 조종석을 그대로 재현한 시뮬레이터. /사진=박찬규 기자
"덜컹" 진동과 함께 "삐-삐-삐" 경고음이 울린다. 엔진 하나가 파손됐다는 알람과 함께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는 메시지가 화면에 뜬다. 비행기 조종을 맡은 파일럿 피에르 티볼트씨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위기에 빠르게 대응했고 인근 공항으로 기수를 돌려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었다.

실제처럼 느껴질 정도로 생생했던 이 상황은 비행 도중 엔진이 터지는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다. 최근 프랑스 툴루즈 ATR 본사 내 'ATR 트레이닝센터'를 방문, 비행 시뮬레이터를 체험했다. 시뮬레이터는 항공기 조종사들이 해당 기종을 직접 몰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으로 이번에 체험한 기종은 78인승 터보프롭기 ATR 72-600 기종이다.

프랑스 툴루즈는 항공우주산업의 메카로 불린다. 에어버스 본사를 비롯해 여러 협력사들의 공장과 물류창고가 거대한 단지를 이뤘다. ATR은 1981년 프랑스 에어버스와 이탈리아 레오나르도가 50:50 비율로 합작 설립한 소형항공기 제조사다.
거대한 시뮬레이터는 우주선 캡슐처럼 생겼다. /사진=박찬규 기자
ATR 트레이닝센터의 핵심 설비는 '시뮬레이터'다. 아파트 5층 높이의 거대한 공간 가운데 우주선처럼 생긴 설비가 설치돼 있다.

접안시설을 통해 해당 설비 내부로 들어가면 실제 항공기 조종실과 똑같이 만들어진 공간을 볼 수 있다. 실제와 다른 점이라면 조종석 뒤에 트레이너와 함께 다른 2명이 추가로 더 앉을 공간이 있다는 점이다. 총 5인이 탑승할 수 있었고, 안전벨트를 모두 착용해야 했다.

조종석 창문 바깥으로는 실제 공항 풍경이 3D 그래픽 화면으로 구현돼 신기했다. 이날 체험한 공항은 활주로 길이 1280m의 한 인도네시아 공항이었다. 비행기를 몰아본 일이 없는 데다 수많은 버튼의 용도도 전혀 모르기 때문에 기본 조작과 이륙은 이날 교육과 안내를 진행한 피에르 티볼트씨가 담당했다.
비행 상황을 설정할 수 있는 화면. /사진=박찬규 기자
항공기가 이륙하기 위해 최대 출력으로 가속할 때 중력가속도와 특유의 진동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기체가 안정을 찾은 뒤 조종 권한을 넘겨받아 직접 몰아봤다. 좌우로 움직이는 자동차나 선박과 달리 상-하-좌-우 입체적으로 움직이는 항공기 조종은 한층 더 섬세함을 요구한다.

자동차 운전대처럼 생긴 조종대를 좌우로 돌리면 좌우 날개의 플랩을 움직이게 되고 돌린 방향으로 기체가 기울어진다(롤, roll). 페달도 여러 개가 있었는데 지상에서 쓰는 브레이크 작동 페달과 꼬리날개에 설치된 방향타 러더(rudder)를 움직여 기울어짐 없이 진행 방향만 바꾸는 페달이다. 러더는 한쪽 엔진이 파손됐을 때 비행기가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는다던가 하는 특정 상황에서 주로 사용한다.

물론 항공기 스스로 자동 대응도 가능하지만 이곳은 트레이닝센터인 만큼 조종사들의 훈련 목적이 강하다.
트레이닝센터 시뮬레이터 교육을 진행한 파일럿 피에르 티볼트씨. /사진=박찬규 기자
이런 이유로 다양한 비행 환경 연출도 가능하다. 조종석 뒤편 트레이너석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원하는 비행 모드를 설정하면 해당 상황을 체험할 수 있다. 복구가 가능한 가벼운 문제부터 엔진 파손이나 활주로 동체 착륙 등 다양한 위기 상황 재현도 가능하다.

베테랑 파일럿 피에르 티볼트씨는 "조종사들은 실제 항공기를 몰기 전 이곳에서 최소 32시간 이상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ATR의 다른 항공기 기종을 고르는 것은 물론 트레이닝 하는 공항도 개별적으로 설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가격이 궁금해 물었더니 ATR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항공업계에서는 해당 수준의 시뮬레이터라면 실제 항공기보다 비쌀 수 있다고 본다. ATR 트레이닝센터에는 구형 시뮬레이터 2기, 신형 2기가 설치됐다.
실제 ATR 72-600 기종의 모습 /사진=ATR
ATR 트레이닝센터 건물 외관 /사진=박찬규 기자


툴루즈(프랑스)=박찬규 기자 star@mt.co.kr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