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리더 시다다 VS 조용한 권력 독재자…시진핑의 이미지 전략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6년 7개월 만의 방미 성과 주목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11월 15일 미국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으로 세계 양대 경제대국의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담이 성사될지도 큰 관심사다.
시 주석이 미국을 찾는 것은 6년여 만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로는 처음이다. 인민일보는 “중·미 관계의 진정한 안정화와 호전, 글로벌 도전 공동 대응과 세계 평화 발전 추동에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고 전하기도 했다.
최근 내홍을 겪고 있는 중국에서는 시 주석이 혼자 부정부패로 표현되는 호랑이 여러 마리를 때려잡는 그림들이 생기고 호랑이를 잡는 ‘시다다(習大大)’라는 내용의 찬양 뮤직비디오도 제작될 만큼 적폐청산의 강력한 리더로 브랜딩하고자 하는 의지가 보인다. 시다다는 시진핑의 별명으로 ‘시 아저씨’, ‘시 삼촌’이란 의미다.
반면에 국제적으로는 중국의 인권 문제, 언론 자유 제한, 홍콩과 대만에 대한 접근 문제 및 코로나19 팬데믹의 발발과 관련된 정보 통제, 감시 체제 그리고 중국의 세계적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다. 물론 이런 평가는 다양한 관점에 따라 변할 수 있겠으나 이번 칼럼에서는 정치와는 별개로 이미지 브랜딩 차원에서 시 주석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A(Appearance)
전통적이고 보수적, 책임·권위 상징하는 헤어와 패션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 등 공식 행사 자리에서는 인민복 착용을 하고 글로벌 무대나 그 밖의 상황에서는 짙은 슈트에 붉은색이나 푸른색의 넥타이 정장 차림을 하는 시 주석은 대체적으로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모습이다.
표정은 감정표현을 억제하고 변화가 없으며, 숱이 많은 헤어는 이마가 훤하게 보이게 뒤로 넘겨 정리해 무게감 있는 국가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젊고 건강한 이미지를 위해 헤어 염색을 하는 중국 정치인의 일반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2019년 시 주석이 중국 최대 정치행사에서 염색하지 않은 흰머리를 그대로 노출한 것은 이미지 메이킹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버드대 정치연구학자는 친민 이미지와 자신감의 반영으로 봤다. 필자는 연륜 있는 국가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한다.
시 주석의 획일적인 표정은 안정감을 주는 반면 포커페이스로 느낄 수 있는 등 문화적, 상황적 맥락에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영부인인 펑리위안은 젊은 시절 시 주석이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남자주인공 김수현(도민준 역)을 닮았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고 전해진다.
B(Behavior)
신중하고 권위적인 태도, 부자연스러워진 걸음걸이
시 주석은 대체로 침착하고 신중한 태도로 권위적이며 중국 공산당의 리더로서 책임감과 통제력을 상징하는 경향이 있으나 다소 부자연스러운 걸음걸이로 건강 이상설이 돌기도 했었다.
홍콩과 중화권 언론에 따르면 시 주석은 2019년 프랑스 방문 때 파리 개선문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를 한 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의장대를 사열했었다.
이때 시 주석은 평소 성큼성큼 걷는 걸음걸이와 달리 한쪽 어깨가 기울어진 상태에서 매우 느리게 걷는 모습이 영상으로 전해졌다.
젊은 시절 권투를 배웠다고 자세를 취해 보인 적도 있고 축구도 좋아하는 시 주석은 그동안 비교적 반듯한 자세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달라진 걸음걸이와 행동에 대한 대중의 변화 감지는 더욱 빨랐다고 분석된다.
C(Communication)
말을 최대한 아끼면서 강력한 한 방 표현
시 주석은 어떤 경우라도 자기가 결정하는 자리가 아닌 이상 말을 최대한 아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부친인 시중쉰 전 국무원 부총리가 숙청당하면서 온갖 고초를 겪었던 경험을 통해 말 한마디로 나중에 발목 잡힐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의 정책 및 방향성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주된 특징으로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외부 세력이 괴롭히면 강철 만리장성에 부딪혀 피가 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중화민족이 당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대내외에 선언한 바 있다.
이 같은 강력한 표현이 중국 내에서는 국가 안정과 발전을 위한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는 인권 문제, 언론 자유 제한, 홍콩 문제 등에 대한 답변이 부족하고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공개적으로 캐나다 총리에게 항의한 시진핑
특히 중국의 대외 활동과 관련된 이슈에 대한 답변이 매우 신중하게 이뤄지는 편이며, 기타 다양한 문제로 국제사회와의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 예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17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마지막 날 연회에서 시 주석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언론에 공개됐다며 항의한 적이 있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체면을 중시하는 시 주석이 다른 나라 정상에게 얼굴을 보고 직접적으로 항의하는 장면이 언론에 노출된 적이 거의 없었던 터라 화제가 된 바 있다.
시 주석은 두 사람이 나눈 대화가 언론에 공개된 사실과 관련해 “적절하지 않다”고 따졌고 “우리가 나눈 대화 내용이 모두 신문에 실렸다”며 “게다가 우리(대화)는 그렇게 진행되지도 않았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상대방이 진정성을 보이지 않을 경우 논의에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캐나다 현지에서는 시 주석이 공개적으로 트뤼도 총리를 질책하고 외면하려 하는 몸짓을 보인 데 대해 “무례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 사례만 보더라도 시 주석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은 권위적이고 공식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된다.
중화사상 패권주의…글로벌 입지 변화 주목
중화인민공화국의 제7대 주석으로 2022년 10월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 대회에서 3연임이 확정된 시 주석은 자신의 위상을 공식적으로 마오쩌둥, 덩샤오핑과 동일한 반열에 올려놓으며 사실상 영구집권의 길을 걷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조용한 성격으로 알려진 시 주석은 후진타오 시대에 태자당의 선두주자였던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가 스스로 무리수를 범하다가 몰락하지 않았다면 절대 후보로 오르기 어려웠을 정도로 눈에 띄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기존에 시 주석의 대표 이미지는 ‘조심스럽다’, ‘튀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비난을 받을 수 있는 모험을 하지 않는다’ 등 수동적이라는 평판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강경하게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중화사상에 입각한 패권주의로 인해 중국 위협론이 거론되는 시점에서 시 주석의 향후 행방이 중국의 글로벌 입지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양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긴장 완화의 발판이 생긴다고 해도 양국 관계가 팽팽하게 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향후 시 주석의 이미지 브랜딩 방향이 얼마나 진정성을 담고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따라 중국의 위상이 달라질 것이다. 왜냐하면 국가의 최고 리더의 이미지가 바로 국격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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