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와 모두 궁합 맞을 수 있나요?”…수억원 계약 뿌리치는 골퍼들 [임정우의 스리 퍼트]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3. 11. 19. 06: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선수들 매년 겨울 용품 계약 놓고 고민
많게는 수억원, 적게는 수천만원 받아
톱골퍼들 계약금은 수십억원에 달해
최근 투어 총상금·우승 상금 커지고
용품 변경 후 부진에 빠질 수 있어
자유 계약 선수로 남는 선수도 많아
남자골프 세계랭킹 2위이자 테일러메이드 간판 선수인 로리 매킬로이. AFP 연합뉴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등의 한 시즌이 마무리되는 매년 11월과 12월에 선수들은 깊은 고민에 빠진다. 한 시즌 동안 사용했던 클럽과 공을 다음 시즌에는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은 유지와 변화라는 갈림길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여기에 선수들이 생각하는 또 하나의 선택지가 있다. 특정 브랜드와 용품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아닌 선수 본인이 원하는 브랜드의 클럽을 사용하는 것이다.

선수와 투어마다 용품 계약 금액의 기준이 다르지만 많게는 수억원부터 적게는 수천만원을 받는다. 세계랭킹 10위 이내에 이름을 올려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몇몇 선수들은 수십억원의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매년 용품 계약 자유 선수가 되는 것을 고려하는 프로 골퍼들이 많은 이유는 14개 클럽과 공 모두가 마음에 들기 어려워서다. 2018년 마스터스 우승자이자 현재 리브(LIV) 골프에서 활약 중인 패트릭 리드(미국)는 “특정 브랜드에서 나오는 14개 클럽과 공이 모두 마음에 드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마스터스 정상에 오를 때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원하는 제품을 사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특히 PGA 투어에서 원하는 클럽을 사용하는 선수들이 많은 건 벌어들이는 상금이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서다. 총상금 2000만달러로 열리는 PGA 투어 특급 대회에서 톱10에 들면 54만5000달러(약 7억2000만원)를 받는 만큼 몇몇 선수들은 용품 계약금보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클럽을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한 선수는 “용품 계약을 체결하면 한 번에 큰돈을 벌 수 있지만 시즌 중반에 변화를 주는 게 불가해 원하는 클럽을 따로 구해 사용하고 있다”며 “우드와 웨지, 공처럼 확실하게 맞는 제품들이 있는 경우에만 용품 계약을 맺었다. 한 개 또는 두 개 대회에서 잘 치면 용품 계약금을 받는 만큼 앞으로도 지금처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용품 계약을 체결한 뒤 성적이 나빠진 경험이 있는 선수들은 특히 더 조심하고 있다. 코리안투어 소속의 한 선수는 “주요 브랜드들의 드라이버와 아이언, 웨지 등 성능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궁합이 안 맞는 골프채가 종종 있다”며 “골프에서 심리적인 게 중요한 만큼 내가 사용하는 골프채에 확신이 없어지면 샷이 흔들리게 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용품 계약을 신중하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에서는 올해 새롭게 계약을 체결한 브랜드가 아닌 과거 사용했던 클럽을 꺼내든 선수도 있었다. 한 용품사 계약 담당자는 “수개월간 충분히 테스트 기간을 가진 뒤 변화를 줘도 어느날 갑자기 불편하거나 나와 맞지 않는 느낌을 받는 선수들이 종종 있다”며 “선수들에게 클럽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예민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새롭게 계약을 체결하는 게 조심스럽다. 함께 하기로 한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면 기쁘지만 변화를 준 뒤 성적이 떨어지는 선수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11위이자 타이틀리스트 간판 선수인 김주형. AP 연합뉴스
홍보를 하는 데 선수들의 사용률이 중요한 만큼 몇몇 브랜드에서는 한 시즌 완주와 몇 개 대회 이상 출전 등 특별 인센티브를 걸기도 한다. 매니지먼트 한 관계자는 “기존 계약금 외에도 사용 대회 수, 성적 등에 따른 인센티브를 내거는 용품사들이 있다”며 “선수와 매니지먼트에게는 쉽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클럽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용품 계약의 경우 어떤 계약보다도 오랜 시간 걸리고 고민한다”고 말했다.

우드와 아이언, 웨지, 퍼터, 공 등 용품 계약이 세분화된 것도 같은 이유다. LPGA 투어를 누비고 있는 한 선수는 “14개 클럽과 공을 한 브랜드와 계약한다고 하면 용품 계약 체결 선수 비중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몇몇 용품사에서는 선수들의 의견을 반영해 웨지, 퍼터, 공 등을 따로 빼주기도 한다. 성적이 떨어지면 선수와 브랜드 모두 타격을 입는 만큼 이전과 비교해 용품 계약을 체결하는 게 유연해졌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이 가장 계약하기 꺼려하는 클럽은 퍼터다. 한 시즌 성적을 결정하는 클럽이 퍼터인 만큼 여러 제품을 들고 다니며 사용하고 있다. DP월드투어를 주무대로 삼고 있는 한 선수는 “퍼터 하나 만큼은 수억원을 줘도 특정 브랜드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린 위에서 부진하면 절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수 없다. 14개 클럽 중 가장 많이 사용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클럽이 퍼터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쉽게 바꾸지 못하는 건 공이다. 타이틀리스트와 캘러웨이 등에서는 소속 선수들의 요청이 있으면 단종된 모델을 따로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한 브랜드 공 담당자는 “2년마다 공이 리뉴얼되고 있지만 10년 또는 8년 등 과거의 모델을 사용하는 선수들이 많다”며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는 게 중요한 만큼 공장에서 특별 라인을 만들어 따로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국내 유일의 골프선수 출신 스포츠 기자인 임정우 기자는 ‘임정우의 스리 퍼트’를 통해 선수들이 필드 안팎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