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PD "돌아온 '개콘', 다양한 웃음 위해 노력하겠다"[TF인터뷰]
2020년 6월 종영 후 약 3년 반 만에 부활
"시청자에게도 친절한 개그 만들려 노력"
[더팩트 | 공미나 기자] 한 때 온 국민의 일요일 밤을 책임졌던 '개그콘서트'가 시청자의 부름을 받고 부활했다. 프로그램 연출을 맡은 이재현 PD는 "어렵게 돌아온 만큼,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웃음을 선사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1999년 9월 4일 방송을 시작한 '개그콘서트' 21년 동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자리해 왔다. 숱한 유행어와 개그 스타들을 탄생시키며 전성기 최고 시청률 30%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여파와 코미디 트렌드 변화로 인해 지난 2020년 6월 26일 방송된 1050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그리고 약 3년 반이 지나 '개그콘서트'가 돌아왔다. 첫 녹화는 지난 1일 500명의 방청객 앞에서 진행됐다. 이 방송은 12일 전파를 타며 '개그콘서트'의 부활을 시청자들에게도 알렸다. 이재현 PD는 "누구나 어릴 적 소중한 추억을 갖고 있듯, '개그콘서트'도 어떠한 분들에게는 소중한 추억 같은 존재더라"라며 "커튼콜을 하고 출연자들이 관객석으로 가 인사를 하는데, 눈물을 흘리는 관객분들도 계셨다. 큰 감동을 느꼈고, '돌아오길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첫 녹화 분위기를 전했다.
새로운 '개그콘서트'를 이끌게 된 이재현 PD는 2015년 KBS로 이직 후 처음 맡은 프로그램이 '개그콘서트'였다고 한다. 3년 가까이 프로그램과 함께 했던 이재현 PD는 자연스럽게 부활한 '개그콘서트'와도 함께 하게 됐다.
'개그콘서트' 부활 논의는 약 2년 전부터 내부에서 있었다. KBS에서 시청자들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 코미디 프로그램의 부활을 원하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그렇게 '개그콘서트' 부활 담론이 이어지다 2023년 11월 마침내 돌아오게 됐다. 이재현 PD는 새로운 '개그콘서트'를 준비하며 "'예전과 같은 분위기로 가면 안 된다'는 마음이 가장 컸다"면서 "부활 전 제작진과 개그맨들이 지방 공연도 몇 번 다니면서 열심히 준비했다"고 그간의 노력을 전했다.
뚜껑이 열린 '개그콘서트'는 '봉숭아학당'와 같은 장수 코너와 더불어 시대상을 녹여낸 다양한 신규 코너들로 채워졌다. 저출생 현실을 반영한 '금쪽유치원', 외국인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고부갈등을 그린 '니퉁의 인간극장', 숏폼 콘텐츠 생태계를 표현한 '숏폼 플레이' 등이다.
이재현 PD는 긴 공백기가 '개그콘서트'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짚었다. 그는 "기존 개그 패턴을 벗어나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는 것과 동시에, 기존 개그를 더 세련되게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재현 PD는 "돌이켜보면 '개그콘서트'는 시청자보다 방청객에게 친절했던 프로그램이었다"며 "방청객의 웃음 포인트와 시청자의 웃음 포인트가 다르더라. 예전엔 눈앞에 있는 사람을 웃기기 위해 급했던 적이 있었다면, 이제 조바심을 덜고 시청자들에게도 친절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변화를 언급했다.
돌아온 '개그콘서트'는 KBS 공채 개그맨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들에게 문을 열었다. 지난 5월부터 크루를 모집해 SBS 등 방송사 공채 출신이나 유튜브 위주로 활동해온 개그맨들도 합류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인기 유튜브 콘텐츠를 '개그콘서트'로 옮겨왔다. 새 코너 중 하나인 '니퉁의 인간극장'의 경우 유튜브 채널 '폭씨네'에서 선보이는 콘텐츠다. 이 콘텐츠는 회당 조회수 100만 뷰를 육박할 만큼 유튜브 상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재현 PD는 개그맨들이 자연스럽게 새로운 판을 만들었다고 했다. "개그맨들이 그간 유튜브나 공연장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재미난 사람을 발견하면 서로 연락해서 협업을 해왔다. 그렇게 개그맨들이 개그계 스펙트럼을 넓혀왔다"는 것이다.
'개그콘서트'가 종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송사 코미디 프로그램이 모두 종영하며, 개그맨들은 유튜브로 발을 돌렸다. 그 덕에 유튜브에서 '피식대학', '빵송국', '숏박', '레이디액션' 등 여러 인기 코미디 채널들이 생겨났다. 이재현 PD는 "'개그콘서트'가 없어졌다고 개그맨들은 멈추지 않았다.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열심히 활동해 왔다"며 고마워했다.
"사람들이 개그를 잊지 않고 좋아해 준 건 유튜브에서 활약한 다양한 개그맨들 덕분이죠. '개그콘서트'가 부활할 때도 많은 도움을 줬어요. '낄낄상회', '숏박스' 등 유튜브에서 활약하는 개그맨들이 바쁜 와중에도 직접 '개그콘서트' 홍보 영상도 찍고 편집해 줬어요."
그러나 코미디 콘텐츠의 무게 중심이 유튜브로 옮겨지며, 정제되지 않은 유해한 콘텐츠가 무지성으로 소비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그렇기에 지상파 채널인 KBS와 '개그콘서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앞서 김상미 CP는 '개그콘서트' 제작발표회에서 "온 가족이 봐도 편안하게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목표로 만들겠다"고 밝혔던 바다. 이재현 PD도 "다양한 세대를 아우를 수 콘텐츠를 보여주겠다"면서 건강한 웃음을 약속했다.
"과거엔 전국민이 다 아는 메가 히트 콘텐츠가 있었다면, 요즘은 취향이 파편화된 시대죠. 이제는 어떠한 콘텐츠가 모든 세대를 만족시키긴 어렵다고 봐요. 다만 각 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코너를 여러 개 배치해서 '개그콘서트' 자체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합니다. 일부 센 코너도 있겠지만, 어린 친구들이 봐도 무해한 코너도 채워질 거에요."
어렵게 돌아온 '개그콘서트'가 다시 대중의 사랑받을 수 있도록 개그계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돕고 있다. 선후배 개그맨들은 채널을 가리지 않고 '개그콘서트'를 홍보하고 있다. 이재현 PD 역시 "'개그콘서트'가 재밌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선 방심위(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갈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떨며 개그맨들을 물심양면으로 서포트하겠다고 전했다.
"'개그콘서트'는 시청자들이 불러줘서 어렵게 돌아왔어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다양한 개그를 선보이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가령 배를 드러내서 웃기는 것처럼 일차원적인 개그는 어린 아이들도 웃음을 주죠. 또 순간 순간 웃음이 빵 터지지 않더라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재밌게 볼 수 있다면 그것도 코미디라고 생각해요. 관객과 시청자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재미를 줄 수 있는 코미디를 만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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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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