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깜짝 쿠데타…'영리+비영리 구조' 한계 드러냈나
(지디넷코리아=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영리 법인과 비영리 법인이 어정쩡하게 동거하던 오픈AI가 결국 파국을 맞은 것일까?
챗GPT로 유명한 오픈AI가 창업자인 샘 알트먼 최고경영자(CEO)를 깜짝 해임하면서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오픈AI 이사회가 쿠데타를 연상케 할 정도로 전격적으로 알트먼을 쫓아내면서 영리 법인과 비영리 법인이 결합된 독특한 기업 구조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 1985년 '스티브 잡스 해고' 연상케할 정도로 이례적
오픈AI 이사회는 17일(현지시간) 오후 기습적으로 알트먼에게 해고장을 내밀었다. ‘금요일 오후의 쿠데타’라고 불릴 정도로 깜짝 해고였다.
실제로 알트먼은 해고 통보를 받기 직전까지 오픈AI CEO로 전날까지 공식 행보를 계속했다. 갑작스럽게 쫓겨날 것이란 점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단 의미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알트먼 뿐 아니라 대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도 직전에야 해고 사실을 통보받았다.
해고하는 방식도 예사롭지 않았다. 복스의 미디어 및 테크 전문 기자인 피터 카프카가 “오픈AI의 일 처리 방식이 굉장히 이례적이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유명 IT 기업 이사회가 갑작스럽게 CEO를 쫓아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 또 해임할 경우엔 가급적 조용하게 처리한다. 그런데 오픈AI는 시끌벅적하게 해임했다. 1985년 존 스컬리가 이끌던 애플 이사회가 스티브 잡스를 쫓아 내던 장면을 연상케 할 정도다. 당시 잡스는 직접 영입했던 스컬리의 '친위 쿠테다'로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축출되는 수모를 당했다.
이사회가 ‘해임 사유’로 내놓은 설명은 더 이례적이다. 거의 인신공격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사회와 소통에서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임무 수행을 방해했다. 이에 따라 신중한 검토 과정을 거친 끝에 알트먼을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워낙 이례적이다보니 갖가지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 때 샘 알트먼의 여동생이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폭로를 한 것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돌 정도였다.
이번 사태는 오픈AI 이사회 멤버이자 최고과학자인 일리야 수츠케버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츠케버가 생성 AI 개발 방향과 철학을 놓고 알트먼과 갈등을 빚었다는 것이다.
■ "회사 내 영리 부문과 비영리 부문 갈등 심했다"
심층보도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과 테크 전문 저널리스트 카라 스위셔는 이런 추측에 더 힘을 실어줬다. 특히 카라 스위셔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회사의 영리 부분과 비영리 부분이 갈등을 빚어 왔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영리 부분과 비영리 부분이란 설명이 눈에 확 들어온다.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선 오픈AI의 기업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픈AI가 2015년 첫 발을 내디딜 때는 비영리 조직이었다. 당시 그들은 인류에게 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AI를 개발한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그런데 곧바로 현실의 벽에 부닥쳤다. 대용량언어모델(LLM)을 훈련하기 시작하면서 자금난에 쪼들리게 된 것이다. 결국 오픈AI는 2019년 ‘오픈AI GP’라는 영리기업을 자회사로 설립했다. 영리기업 설립을 주도한 것이 샘 알트먼이다.
다만 오픈AI는 영리기업으로 완전히 변신하지는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영리 활동을 하긴 하지만, 이익 상한선을 두기로 했다. 상한선을 넘어가는 이익은 비영리 모회사에 기부한다.
그 결과 ‘이익제한기업(Capped-profit company)’이라는 독특한 기업 구조가 탄생하게 됐다. 기업의 모든 주요 의사 결정은 비영리 모회사가 내린다. 투자 수익도 원금의 100배로 제한한다. 초기에 대규모 투자를 실시한 마이크로소프트가 비영리 모회사인 오픈AI 이사회 의석을 한 석도 갖고 있지 않은 것도 이런 원칙 때문이었다.
영리자회사 설립을 주도한 샘 알트먼은 챗GPT를 비롯한 다양한 성과물들을 빠르게 개발해 수익을 내는 것을 중시해 왔다. 반면 비영리 조직을 대표하는 수츠케버는 수익보다는 AI의 안전성을 더 강조해 왔다.
그러다보니 둘은 생성 AI 개발 방향과 속도를 놓고도 늘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영리 조직과 비영리 조직의 갈등’은 이런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다. 실제로 카라 스위셔는 X를 통해 “이번 사태의 중심에는 최고과학자인 일리야 수츠케버가 있다”고 주장했다.
디인포메이션 역시 비슷한 논조로 보도했다. 이 매체는 “알트먼이 (AI 기술의) 안전 문제를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빨리 움직인 것이 이번 사태를 불러 왔다”고 전했다.
실제로 수츠케버는 알트먼을 해임하면서 “AI 시스템의 위협을 막겠다”고 주장했다. 수츠케버의 이런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만은 아니다. 오픈AI의 기업 이념과 직접 관련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2018년 공표한 ‘오픈AI 헌장(Open AI Charter)’에는 이익 추구보다는 인류 공영이란 가치가 더 중요하게 명기돼 있다.
헌장 서문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범용인공지능(AGI) 개발 스케줄을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이 헌장은 AGI를 개발하는 동안 인류에게 가장 큰 이익이 되도록 우리를 인도해줄 것이다.”
일반적인 기업에선 쉽게 찾아보기 힘든 내용이다. 그만큼 오픈AI가 독특한 기업 구조로 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픈AI 헌장’은 또 ▲이익 광범위하게 배포 ▲장기적인 안전 ▲기술 리더십 ▲협업 지향 등 4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챗GPT로 생성AI 흐름을 주도한 오픈AI가 AGI의 위험성과 규제 필요성에 대해 누구보다 큰 목소리를 내 온 것도 이런 구조와 관련이 있다.
■ 혁신 기반됐던 이익제한기업 구조, 한계 드러낸 걸까
결국 이런 원칙을 고수하길 원하는 비영리 조직 쪽에서 보기엔 샘 알트먼을 비롯한 ‘영리파’의 최근 행보가 다소 불안하게 보였을 수 있다. 그래서 전격적으로 해고를 단행했다는 것이 지금까지 나온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익제한기업’이란 오픈AI의 독특한 구조는 한 때 절묘한 선택이란 각광을 받았다. 챗GPT를 통해 파괴적 혁신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카라 스위셔 역시 지난 3월 팟캐스트를 통해 “오픈AI는 겉으로는 영리법인처럼 보이지만, 근본은 인류 공공의 이익을 위한 기업이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현실과 이상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던 것 듯하다.
지금까지 드러난 상황만 놓고 보면 ‘이상주의자’인 수츠키버가 쿠데타를 통해 현실주의자들을 몰아낸 형국이다.
오픈AI는 알트먼을 해고한 직후 "인류를 해치거나 과도한 권력 집중을 초래하는 AGI를 활성화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더불어 AGI를 안전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연구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선언해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줬다.
오픈AI는 챗GPT로 생성 AI 바람을 주도하면서 세계 최고 혁신기업 반열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보면 이젠 과실을 따먹으면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거대한 세계관 싸움’을 벌이고 있다. 수츠케버의 쿠데타가 성공하면서 ‘원칙주의자’들이 득세하게 됐다.
과연 그들은 오픈AI를 어떻게 키워 나갈까? 임시 CEO를 맡은 미라 무라티와 수츠케버는 오픈AI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을까?
‘스티브 잡스 해고 이후 최대 쿠데타’를 바라보는 많은 이들은 아마도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을 것 같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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