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16강 좌절+사상 첫 전패 탈락…변성환호, 부르키나파소에도 1-2 패배 [U-17 월드컵]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역대 최고 성적을 기대했던 대한민국 17세 이하(U-17) 축구대표팀이 U-17 월드컵에서 역대 최악의 성적을 냈다.
변성환 감독이 이끄는 한국 U-17 대표팀은 인도네시아 소레앙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에서 부르키나파소에 1-2로 패했다.
한국은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16강 좌절 소식을 들었다. 앞서 미국(1-3)과 프랑스(0-1)에 패하면서 승점을 획득하지 못했던 한국은 16강 직행 티켓을 놓쳤다. 대신 조 3위 팀들에 주어지는 와일드카드를 기대했다.
이번 대회는 4개국 6개조 상위 2팀이 16강에 직행하며, 각조 3위 국가를 대상으로 성적이 좋은 4개국에 추가 진출권을 부여한다. 한국은 가능한 부르키나파소를 이겨 승점 3점을 만든 뒤 와일드카드를 노리는 방식을 택했다.
앞선 조가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점차 사라져갔다. 다른 조 3위 국가들의 승점이 상당했다. D조 3위 일본과 C조 3위 이란이 2승씩 챙기면서 6점을 챙겨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B조의 우즈베키스탄도 강호 스페인과 비기면서 승점 4를 만들어 와일드카드를 손에 넣었다.
4개의 진출권 중 하나만 남겨두고 한국이 속한 E조와 F조의 최종 일정이 시작됐다. 한국이 기대를 건 대목은 F조 3위다. 경기 전까지 멕시코(승점 1)가 3위였고, 마지막 경기에서 뉴질랜드(승점 0)전 결과에 따라 변성환호에도 희망이 생길 수 있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멕시코가 뉴질랜드와 비기는 것. 패하더라도 적은 점수차로 지면 한국이 부르키나파소를 이기기만 해도 승점에서 앞서 16강 막차를 기대할 수 있었다.
자력 진출이 사라진 가운데 멕시코의 결과를 기다리던 한국에 비보가 전달됐다. 멕시코는 뉴질랜드와 최종전을 4-0으로 이기며 한 장 남았던 16강 티켓의 주인공이 됐다. 멕시코는 경기 시작부터 10개의 슈팅을 퍼부으며 공격적으로 나섰다. 뉴질랜드는 멕시코의 공세를 잘 막았으나 끝까지 버티지 못했다.
멕시코는 전반 42분 피델 파라하스의 중거리 슈팅으로 첫 골을 넣으며 16강에 다가섰다. 후반 시작과 함께 페르난데스 데 라라가 추가 득점에 성공한 멕시코는 9분과 22분 스테파노 카리요가 멀티골을 넣으면서 4-0 승리를 챙겼다. 승점 4점을 만든 멕시코는 같은 시간 독일에 패한 베네수엘라를 득실로 따돌리며 2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힘을 발휘했다.
결국 F조 3위는 베네수엘라가 됐고, 승점 4점을 이미 확보했던 터라 한국은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부르키나파소를 제아무리 큰 점수차로 이겨도 승점 3점이 최대라 역전할 수 없었다.
한국은 최종전을 통해 유종의 미에 나섰다. 역대 최고 성적을 기대했던 출발에 비하면 초라한 마무리지만 첫 승 혹은 최소한의 승점이라도 챙길 필요가 있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변성환호는 황금세대라는 평가를 들었다. 지난 6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아시안컵에서 공격에 무게를 둔 화끈한 축구로 준우승을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변성환호는 결승에서 일본에 석연치 않은 판정 탓에 패하긴 했으나 6경기 동안 15골을 터뜨리는 화끈한 축구로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해당 연령대 선수들이 10년차에 접어든 골든에이지 결과물이라 세계 무대에서도 제몫을 해낼 것이란 기대가 상당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변성환 감독도 "어느 팀을 만나더라도 경기를 지배하는 능동적인 축구를 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탁월한 개인 기량을 앞세운 공격으로 세계 강호를 이겨 1987년, 2009년, 2019년 기록한 한국의 U-17 월드컵 역대 최고 기록인 8강 이상의 성적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변성환호는 기대했던 득점이 대회 내내 터지지 않았다. 무조건 이겨야 했던 미국과 1차전에서 24개의 슈팅을 퍼붓고도 1-3으로 패했다. 골대를 두 차례 맞추는 불운에 가로막혔다. 공격은 나쁘지 않았지만 너무 쉽게 허용한 3실점에서 보듯이 수비 조직력이 불안했다. 너무 공격에 집중된 전술과 준비 과정에 먹구름이 드리웠던 첫 패배였다.
프랑스와 2차전도 아쉬움이 가득했다. 경기 시작과 함께 실점하며 수비 불안을 다시 노출했다. 그래도 프랑스전도 충분히 해볼 만한 흐름이었다. 변성환호는 경기 내내 투지를 선보였다. 특히 후반은 경기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고 운영했다. 습한 날씨에 체력적으로 지친 프랑스 선수들보다 한 발 더 뛰며 볼 점유율을 늘려갔다. 프랑스는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지 못하면서 한국 공세를 막으려 웅크리기 바빴다.
경기를 주도한 한국이 득점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후반 13분 오른쪽에서 날아온 크로스를 진태호가 그대로 발리 슈팅했다. 애석하게도 볼은 골대에 맞고 나왔다. 미국전에 이어 또 다시 골대 불운에 막히는 순간이었다.
한국은 계속 주도권을 가져갔으나 세밀함이 부족했다. 확실한 기회를 만들지 못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습한 날씨에도 우승 후보를 상대로 주눅 들지 않는 플레이를 선보인 건 높이 평가하나 딱 한 방이 부족했다.
결국 2패를 안고 부르키나파소전에 나서야 했고, 대회 일정상 최종전을 앞두고 탈락 소식까지 들었다. 불안정한 심리 속에 마지막 경기에 임했다. 대표팀은 4-1-4-1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태세를 펼쳤다. 주장이자 스트라이커인 김명준(포항스틸러스 U18)을 최전방에 두고 양민혁(강원FC U18), 진태호(전북현대 U18), 백인우(용인시축구센터), 윤도영(대전하나시티즌 U18)을 2선에 배치했다.
한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는 전술의 핵심에 차제훈(중경고)이 낙점을 받았고, 포백은 이수로(전북현대 U18), 강민우(울산현대 U18), 김유건(FC서울 U18), 이창우(보인고)가 섰다. 골문은 홍성민(포항스틸러스 U18)이 지켰다.
한국은 초반부터 볼 점유율을 가져가며 주도권을 가져갔다. 후방부터 안정적인 패스로 기회를 만들었고 전반 12분 첫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이번 대회 속도와 기술에 능한 면을 보여준 양민혁이 왼쪽을 돌파해 땅볼 크로스를 연결했고 진태호가 발을 뻗어봤다. 최종 슈팅으로 이어지지 않았으나 분위기를 가져올 만한 출발이었다.
부르키나파소도 만만치 않았다. 아프리카 특유의 탄력을 앞세워 한국 수비의 뒷공간을 공략했다. 특히 왼쪽을 공략하는 속도가 상당했다. 상대적으로 이창우가 타깃이 되면서 애를 먹었다. 특히 전반 16분 부르키나파소는 잭 디아라가 한국 페널티박스 깊숙하게 파고들어 시도한 슈팅이 날카로웠다. 다행히 홍성민 골키퍼가 팔을 뻗어 막아내 실점을 면했다.
한국은 계속 부르키나파소에 유효 슈팅을 허용했다. 전반 22분 에마누엘 오우에드라오고에게 뒷공간이 허물어지면서 재차 슈팅을 내줬다. 상대 공격수와 일대일 속도 싸움에서 밀리던 한국은 결국 전반 24분 실점했다. 디아라에게 재차 뒷공간이 뚫렸고 이번에는 홍성민 골키퍼도 막지 못하고 골을 허용했다.
실점 이후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갔다. 신이 난 부르키나파소는 전반 30분 아로우나 와타라에게 또 실점 상황을 내줬다. 다행히 홍성민 골키퍼가 이번에도 선방으로 한숨 돌리게 했다.
전반에 좋지 않은 흐름을 좀처럼 가져오지 못했다. 결국 전반을 0-1로 밀린 채 마무리했다. 하프타임에 많은 변화를 가져가야 했다. 변성환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차제훈과 이창우를 불러들이고 황은총(신평고)과 배성호(대전하나시티즌 U18)를 투입했다.
만회골을 위한 적극적인 용병술이 통했다. 후반 4분 김명준이 귀중한 동점골을 뽑아냈다. 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를 등지고 있던 김명준은 배성호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터닝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김명준의 발을 떠난 볼의 파워가 강해 상대 골키퍼가 손을 댔으나 그대로 골망을 출렁였다. 김명준은 미국전 득점에 이어 이번 대회 변성환호가 뽑아낸 2골을 모두 책임졌다.
어렵게 1-1을 만들고 바로 실점할 뻔했다. 부르키나파소에 바로 위기를 허용했고 디아라에게 위험한 장면을 노출했다. 이번에도 다행히 홍성민 골키퍼 선방으로 안도했다. 한국은 후반 중반 후방 빌드업을 하다 빼앗기는 아찔한 상황을 맞았지만 다행히 부르키나파소의 마무리가 세밀하지 못했다.
한국은 후반 19분 이수로 대신 서정혁(전북현대 U18), 26분에는 백인우와 임현섭(수원삼성 U18)을 바꿔주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수비에서 불안감을 지우지 못했다. 후반 28분 소울레이마네 알리오에게 또 슈팅을 내줬으나 홍성민 골키퍼가 넘어지며 잘 막아냈다.
한국이 다시 교체카드를 꺼냈다. 후반 35분 윤도영 대신 김현민(영등포공고)을 투입해 마지막 공격을 짜내기로 했다. 하지만 볼 소유권을 잃은 게 컸다. 후반 41분 부르키나파소에 다시 실점했다. 아부바카르 카마라에게 왼쪽이 뚫렸고, 페널티박스 안에서 시도한 슈팅을 끝내 막지 못했다.
1-2로 리드를 다시 내준 한국은 남은 시간 기다리던 득점에 실패했다. 김현민이 종료 직전 회심의 오른발 슈팅을 처리했지만 상대 골키퍼에게 막혔다. 6분의 추가시간이 주어졌고 마지막까지 힘을 내봤으나 변성환호는 결국 3패의 아쉬운 성적으로 U-17 월드컵을 마무리했다.
결국 한국은 마지막 경기에서도 승리하지 못했다. U-17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하지 못한 건 16년 만이다. 지난 2007년 국내서 열린 대회에서 조별리그 3위를 기록해 탈락했었다. 당시 한국은 페루, 코스타리카에 패하고 토고를 최종전에서 이겼으나 와일드카드 확보에 실패했다. 이번 대회와 비슷한 흐름이었으나 승리를 챙겨 더 나았던 모습이다.
이후에는 2009년과 2019년에 8강을 경험했다. 2009년에는 손흥민이 이름을 알리며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고, 2019년 브라질 대회에서는 정상빈과 엄지성이 활약해 8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 사이 2015년 칠레 대회에서는 이승우가 스타플레이어로 나서 16강에 올랐다.
앞서 6차례 U-17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던 한국의 조별리그 탈락은 두 차례다. 2003년과 2007년 모두 1승 2패를 기록해 16강 무대를 밟지 못했다. 다만 탈락한 두 대회에서도 늘 승리를 챙겼던 한국인데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3전 전패를 당해 역대 최악의 성적을 남기게 됐다.
▲ 2023 FIFA 인도네시아 U-17 월드컵 16강 진출팀(* 3위 진출)
A조: 모로코, 에콰도르
B조: 스페인, 말리, *우즈베키스탄
C조: 잉글랜드, 브라질, *이란
D조: 아르헨티나, 세네갈, *일본
E조: 프랑스, 미국
F조: 독일, 멕시코, *베네수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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