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이닝에 두 자릿수 안타…드디어 폭발한 타선, 승리 이상의 성과
2회까지 5점 뽑으며 승기 잡아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류중일호가 난적 대만을 꺾고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결승에 진출, 일본과 우승을 다툰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시원한 승리를 거뒀는데 대량 득점을 올렸다는 것이 큰 성과였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APBC 예선 3차전에서 장단 10안타를 몰아쳐 대만을 6-1로 이겼다.
이로써 2승1패를 거둔 한국은 2017년 초대 대회에 이어 2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 오는 19일 예선 전승을 기록한 일본을 상대로 설욕과 함께 첫 우승을 노린다.
한국은 지난 대회 결승전에서 일본에 0-7 완패를 당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번 대회 예선에서도 일본을 상대로 끈끈한 승부를 펼쳤으나 1-2로 석패했다.
류 감독은 결승에서 다시 일본을 만나 패배를 되갚고 싶다고 전의를 불태웠는데 일단 그 무대가 마련됐다.
대만전은 결과 못지않게 내용이 좋았다. 우선 마운드는 대만의 공세에도 이번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선발 투수 원태인은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으로 5회까지 1점만 허용했다. 4회초 류지홍에게 솔로포를 맞는 등 피안타 3개가 모두 장타였으나 볼넷이 1개도 없는 등 공격적인 투구로 대만 타자들을 아웃시켰다.
6회초부터 가동된 불펜도 김영규, 최승용, 최지민, 정해영이 이어 던지며 대만의 반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예선 3경기에서 5실점만 기록하는 등 견고한 방패를 자랑했다. 위험천만한 상황도 몇 차례 있었으나 한 이닝에 2점 이상 허용한 적이 없다. 여기에 선발 투수가 모두 5이닝을 던지면서 벤치는 '계산이 서는 야구'를 했다.
일본을 이기기 위해서는 먼저 실점을 최소화 하는 것이 중요한데 마운드의 견고함을 확인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잘 막는다고 해도 결국 점수를 뽑아야 이길 수 있다. 한국은 앞서 호주전과 일본전에서 상당히 답답한 공격을 펼쳤다. 찬스를 만들고도 주자들을 홈으로 불러들이는 결정타가 없었다. 일본전에서도 4회초와 8회초 득점권 상황에서 적시타가 나왔다면 흐름을 바꿀 수 있었다.
타선이 어떻게든 깨어나야 했는데 한국은 팀당 4경기씩을 치르는 이번 대회의 3번째 경기에서 물꼬가 터졌다.
류 감독의 바람대로 일본전 9회초 2사에서 터진 대타 김휘집의 솔로포가 좋은 기운을 가져왔다.
한국은 대만전에서 1회말 볼넷 2개와 상대 견제 실책으로 얻은 1사 1, 3루에서 4번 타자 노시환의 1타점 적시타로 일찌감치 0의 균형을 깼다.
이후 김휘집이 볼넷을 골라내 1사 만루를 만들었는데 김형준이 병살타를 때려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그러나 흐름이 완전히 끊긴 것이 아니었다. 한국은 2회말 1사 1, 2루에서 김혜성과 김도영의 연속 적시타가 터져 3-0을 만들었다. 이후 윤동희의 볼넷으로 만루가 됐는데 김휘집이 2타점 적시타를 쳐 5-0으로 벌렸다.
2회말에만 안타 4개와 볼넷 1개, 실책 1개를 묶어 무려 4점을 따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타선이 처음으로 만든 빅이닝이었다.
초반에 뽑은 이 5점으로 일찌감치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한국은 5회말 김형준의 2루타와 김주원의 3루타가 연이어 나와 6-1로 달아났다.
홈런을 생산하지 못했지만 장타가 펑펑 터졌다. 호주전과 일본전에서 기록한 안타 13개 중 장타는 3개에 그쳤는데, 대만전에서는 안타 10개 중 4개가 장타였다.
타자들도 조금씩 타격감이 살아나고 있다. 선발 출전한 1~7번 타자가 모두 안타를 때려 손맛을 봤다.
여기에 7번 타자 김주원이 3안타로 절정의 타격감을 뽐냈고, 첫 선발 출전 기회를 얻은 5번 타자 김휘집도 안타 1개와 4사구 2개, 타점 2개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던 3번 타자 윤동희도 2안타를 때리며 반등했다.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타선은 숙명의 결승 한일전을 앞둔 류중일호에 가장 반가운 소득이었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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