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대·최강 로켓 ‘스타십’ 2차 시험발사도 실패
2단부도 발사 8분 뒤 교신 끊겨
비행종료시스템 작동해 2단부도 폭발
스페이스X “신뢰성 높여가겠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개발한 인류 역사상 최대·최강 로켓인 ‘스타십’ 시험발사가 실패했다. 지난 4월 첫 시험발사 이후 이뤄진 2번째 시도 역시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스타십은 2025년 인류를 월면에 다시 보내기 위한 달 착륙선으로 쓰이고, 향후 화성에 사람과 물자를 보내기 위한 ‘우주버스’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시험발사가 연이어 실패하면서 이 같은 계획이 실현되려면 앞으로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이스X는 미국 텍사스주 보카치카에 있는 스타베이스 발사장에서 현지시간으로 18일 오전 7시3분(한국시간 18일 오후 10시3분)에 스타십을 발사했다. 발사 장면은 스페이스X 홈페이지를 통해 전 세계에 인터넷으로 생중계됐다. 이번 발사에서 사람은 탑승하지 않았다.
발사 뒤 비행 과정은 초반에 순조로웠다. 이륙 2분41초 만에 예정대로 1단부(슈퍼헤비)와 2단부(스타십 우주선)가 분리됐다. 1단부와 2단부는 마치 연립주택처럼 아래 위로 쌓여 있다. 단 분리는 우주비행에서 가장 까다로운 과정 가운데 하나다. 지난 4월20일 있었던 스타십의 1차 시험발사도 단 분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상 분리된 1단부가 비행 자세를 고쳐 잡으며 고도를 낮추기 시작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스페이스X 로켓은 기존에 개발된 로켓들처럼 한 번 쓰고 버리는 게 아니라 임무 종료 뒤 해수면 등으로 안전하게 착수시켜 재사용하는데 이 과정을 시험한 것이다. 그런데 잘 비행하는 듯하던 1단부는 2단부와 분리된 뒤 1분도 채 안 돼 공중에서 폭발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고도를 높여가던 2단부와 지상 통제소의 교신이 돌연 끊겼다. 발사 약 8분만의 일이었다. 이때 2단부 고도는 지상에서 약 150㎞였다. 당초 스페이스X가 목표로 삼았던 고도 약 250㎞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비행이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자 스페이스X는 일종의 자폭장치인 비행종료장치를 작동시켰고, 이로 인해 2단부도 폭발했다. 이때 2단부는 멕시코만 바다 위를 비행하고 있었다.
스타십은 인류가 만든 로켓 가운데 가장 크고, 가장 강한 로켓이다. 1·2단부를 합친 길이는 120m, 추력은 7590t이다. 기존에 키가 가장 컸던 로켓은 1960~1970년대 아폴로 우주선을 달로 보냈던 새턴 5호(길이 110m)였다. 힘이 가장 강했던 로켓은 지난해 8월 아르테미스 1호를 달 근처로 날려 보낸 우주발사시스템(SLS, 추력 3900t)이었다.
스타십 시험발사가 1차에 이어 2차도 실패하면서 무엇보다 미 항공우주국(NASA) 주도로 2025년 예정된 ‘아르테미스 3호’ 발사와 관련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주비행사 2명을 50여년 만에 달에 다시 착륙시키는 것이 목표인 아르테미스 3호는 스타십 우주선을 달 착륙선으로 쓸 계획이기 때문이다. 스타십의 기술적 완성도를 둘러싼 미국 우주과학계의 걱정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스페이스X는 스타십을 화성 개척에 이용할 운송 수단으로도 활용할 예정이다. 스타십에 사람을 한 번에 100명씩 태울 수 있다는 게 스페이스X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스페이스X는 2050년까지 화성에 100만명을 수송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야심찬 계획이 현실화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시험발사 실패 뒤 스페이스X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옛 트위터)를 통해 “1단부가 분리 직후 ‘예정에 없던 급격한 분해’를 겪었다”며 “이번 시험이 향후 스타십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발사 현장에서 스타십 비행을 지켜봤던 머스크는 단 분리 성공 등 1차 시험발사 때보다 진일보한 결과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듯 자신의 X를 통해 “스페이스X팀, 축하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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