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전산 마비' 배상도 가능할까?...'손해 입증'이 핵심

김철희 2023. 11. 18.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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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의 행정 전산망이 돌연 마비되면서, 시민 불편과 피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업무 처리를 못 해 손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배상받을 수 있을지가 관심인데,

핵심은 '손해가 있었다'는 걸 입증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철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갑작스러운 행정 전산망 마비로 전국에서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일부 시민들은 부동산 업무처럼 중요한 일을 처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습니다.

[김가영 / 광주 치평동 행정복지센터 방문객 (어제) : 확정일자 일단 빨리 받아야 제가 은행 가서 대출 신청을 할 수가 있는데, 오늘밖에 시간이 없는데 갑자기 안 된다고 하니까….]

그렇다면 시민들이 피해를 구제받을 길은 열려 있는 걸까?

가장 먼저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배상이 이뤄지기 위해선 상대방이 문제를 일으켰다는 증명은 물론, 그 문제 때문에 객관적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까지 입증돼야 합니다.

실제 2017년,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일어난 전산 장애로 피해를 본 일부 투자자들에게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온 것도 이 요건이 갖춰졌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법원은 빗썸이 서버 관리와 용량 확보 등 관리 의무를 다하지 못해 문제를 키웠다는 걸 인정했고,

장애 당시 일부 코인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원하는 가격에 코인을 거래할 수 없어 정신적 피해를 본 것도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최근 있었던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사례에선 1심에서 반대 결과가 나왔습니다.

시민 6명이 카카오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경제활동에 지장이 생기고, 정신적 고통까지 받았다며 600만 원 손해 배상을 청구했는데 재판부가 원고들에게 피해가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나 자료가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한 겁니다.

이번 사태 역시 당장 눈에 보이는 피해가 '증명서 미발급'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전산망 마비로 실제 손해를 봤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울 거라는 게 전문가 분석입니다.

따라서 손해를 본 시민들은 지금부터라도 관련 서류를 모아두는 등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김성수 / 변호사 (YTN 뉴스와이드) : 내가 만약에라도 소송할 수도 있을 거 같다고 염두에 두시는 분들은 일단 증거를 최대한 모아두시고….]

소송을 거치기 전에 정부가 먼저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지급할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실제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때 카카오는 275억 원 규모의 소상공인 보상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다만, 행정전산 서비스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데다, 정확한 피해 범위 특정도 어려워 보상금 지급이 쉽지 않을 거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YTN 김철희입니다.

영상편집: 안홍현

그래픽: 이원희

YTN 김철희 (kchee2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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