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17 월드컵] 변성환호 희망고문 끝 → 탈락 확정…멕시코, 뉴질랜드에 4-0 승리 '16강 막차'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한국 17세 이하(U-17) 축구대표팀의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변성환 감독이 이끄는 한국 U-17 대표팀은 잠시 후 인도네시아 소레앙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부르키나파소와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을 펼친다.
앞서 한국은 미국(1-3)과 프랑스(0-1)에 패했다. 나란히 2패를 기록 중인 부르키나파소와 마지막 경기를 통해 16강 진출을 향한 희망의 끈을 잡으려 했다.
한국이 자력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할 방법은 없었다. 두 경기 동안 승점을 획득하지 못한 한국은 조 3위 상위 4개국에 주어지는 와일드카드마저 확률이 가장 낮았다. 이미 D조 3위 일본, C조 3위 이란(이상 승점 6), B조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4)이 한국보다 높은 승점으로 16강 진출권을 가져간 가운데 딱 한 장 남겨두고 F조의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최종전이 열리기 전 F조 3위는 멕시코(승점 1)였다. 멕시코의 마지막 경기 결과에 변성환호의 운명이 달렸다. 멕시코가 이기면 승점 4로 한국이 부르키나파소를 이겨도 역전할 수 없다. 반면 멕시코가 뉴질랜드에 비기거나 적은 점수차로 지면 한국이 부르키나파소를 이길 경우 극적으로 막차를 타는 그림이었다.
멕시코와 뉴질랜드의 경기가 먼저 열렸다. 폭우가 내린 현지 사정으로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킥오프를 하면서 리듬에 문제가 생길 법도 했다. 그런데 멕시코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뉴질랜드를 압도했다. 시작부터 10개의 슈팅을 퍼부으며 뉴질랜드를 공략한 멕시코는 전반 42분 피델 파라하스가 중거리 골을 넣으며 기선을 제압했다.
멕시코는 후반 시작과 함께 추가 득점에 성공하면서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했다. 결국 뉴질랜드를 4-0으로 따돌린 멕시코는 1승 1무 1패 승점 4를 기록해 독일에 패한 베네수엘라와 같은 승점을 만들었다. 골득실에서 앞서 조 2위가 됐고, 베네수엘라가 조 3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로써 한국은 잠시 후 부르키나파소를 아무리 크게 이겨도 승점 3 확보에 그쳐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그래도 한국은 마지막 경기를 이기며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
한국은 이번 대회 황금세대라는 평가를 들었다. 지난 6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아시안컵에서 공격에 무게를 둔 화끈한 축구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6경기 동안 15골을 터뜨린 유망주들의 득점력이 큰 화제를 모았고, U-17 월드컵에서도 능동적인 축구로 세계에 도전장을 냈다.
월드컵을 앞두고 변성환 감독은 "어느 팀을 만나더라도 경기를 지배하는 능동적인 축구를 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공격으로 세계 강호를 이겨 1987년, 2009년, 2019년 기록한 한국의 U-17 월드컵 역대 최고 기록인 8강 이상의 성적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변성환호는 미국과 1차전에서 24개의 슈팅을 퍼붓고도 골대를 두 차례 맞추는 불운 속에 1-3으로 패했다. 개인 공격 기술은 훌륭했지만 수비 안정감이 부족했다. 프랑스를 상대로도 이른 시간에 실점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한국은 비록 선제골을 내줬지만, 경기 내내 투지를 선보였다. 특히 후반은 경기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고 운영했다. 습한 날씨에 체력적으로 지친 프랑스 선수들보다 한 발 더 뛰며 볼 점유율을 늘려갔다. 프랑스는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지 못하면서 한국 공세를 막으려 웅크리기 바빴다.
경기를 주도한 한국이 득점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후반 13분 오른쪽에서 날아온 크로스를 진태호가 그대로 발리 슈팅했다. 애석하게도 볼은 골대에 맞고 나왔다. 미국전에 이어 또 다시 골대 불운에 막히는 순간이었다.
한국은 계속 주도권을 가져갔으나 세밀함이 부족했다. 확실한 기회를 만들지 못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습한 날씨에도 우승 후보를 상대로 주눅 들지 않는 플레이를 선보인 건 높이 평가하나 딱 한 방이 부족했다.
끝내 승점 획득에 실패한 변성환호의 경우의 수는 갈수록 희박해졌다. 마지막 하나 남았던 멕시코의 무승마저 날아가면서 변성환호는 이제 1승을 챙기고 인도네시아를 떠나는데 최종 목표를 두게 됐다.
이번에는 선수단 다수가 프로산하에 속하고 개인 기량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아 상당한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조 최하위를 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변성환호는 부르키나파소전에 골키퍼 홍성민(포항스틸러스 U18)을 비롯해 이수로(전북현대 U18), 이창우(보인고), 강민우(울산현대 U18), 차제훈(중경고), 윤도영(대전하나시티즌 U18), 백인우(용인시축구센터), 김명준(포항스틸러스 U18), 진태호(전북현대 U18), 양민혁(강원FC U18), 김유건(FC서울 U18)이 선발 출전했다.
한국은 초반부터 볼 점유율을 가져가며 주도권을 가져갔다. 전반 12분 첫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이번 대회 속도와 기술에 능한 면을 보여준 양민혁이 왼쪽을 돌파해 땅볼 크로스를 연결했고 진태호가 발을 뻗어봤다. 최종 슈팅으로 이어지지 않았으나 분위기를 가져올 만한 출발이었다.
부르키나파소도 만만치 않았다. 아프리카 특유의 탄력을 앞세워 한국 수비의 뒷공간을 공략했다. 특히 왼쪽을 공략하는 속도가 상당했다. 상대 공격수와 일대일 속도 싸움에서 밀리던 한국은 결국 전반 24분 실점했다. 디아라에게 재차 뒷공간이 뚫렸고 이번에는 홍성민 골키퍼도 막지 못하고 골을 허용했다.
만회골을 위한 적극적인 용병술이 통했다. 후반 4분 김명준이 귀중한 동점골을 뽑아냈다. 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를 등지고 있던 김명준은 배성호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터닝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김명준의 발을 떠난 볼의 파워가 강해 상대 골키퍼가 손을 댔으나 그대로 골망을 출렁였다. 김명준은 미국전 득점에 이어 이번 대회 변성환호가 뽑아낸 2골을 모두 책임졌다.
원점까지 잘 만들었으나 변성환호는 끝내 고개를 숙였다. 후반 41분 부르키나파소에 다시 실점했다. 아부바카르 카마라에게 왼쪽이 뚫렸고, 페널티박스 안에서 시도한 슈팅을 끝내 막지 못했다.
1-2로 리드를 다시 내준 한국은 남은 시간 기다리던 득점에 실패했다. 김현민이 종료 직전 회심의 오른발 슈팅을 처리했지만 상대 골키퍼에게 막혔다. 6분의 추가시간이 주어졌고 마지막까지 힘을 내봤으나 변성환호는 결국 3패의 아쉬운 성적으로 U-17 월드컵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U-17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은 세 번째 조별리그 탈락을 겪었다. 2003년과 2007년에도 16강 진출에 실패했었다. 그러나 두 대회에서는 모두 1승 2패를 기록해 승리의 맛은 봤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3전 전패를 기록했다.
▲ 2023 FIFA 인도네시아 U-17 월드컵 16강 진출팀(* 3위 진출)
A조: 모로코, 에콰도르
B조: 스페인, 말리, *우즈베키스탄
C조: 잉글랜드, 브라질, *이란
D조: 아르헨티나, 세네갈, *일본
E조: 프랑스, 미국
F조: 독일, 멕시코, *베네수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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