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사서 쟁여놓자"…인기 폭발한 1000원대 '초저가 제품'
"고물가에 값 싼 상품 인기"…PB 시장도 성장
'샵(#)다이소추천템'. 집 꾸미기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오늘의집'에 등장한 채널명이다. 오늘의집 ‘샵(#)채널’은 이용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콘텐츠를 해시태그 키워드를 통해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 채널은 소규모 커뮤니티와 유사해 자신의 경험이나 제품 팁 등을 업로드하고 공유할 수 있다. 검색량이 많으면 자동으로 관련 카테고리가 생겨나는데, 최근 100~1000원대 초저가 제품을 대표하는 다이소 상품을 찾는 이들이 급증하면서 채널이 생성됐다.
오늘의집 관계자는 “개설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콘텐츠 수가 150개를 넘어설 정도로 유저들 관심이 쏠린다”며 “특정 회사명이 채널로 등장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살림템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1만원대 '초저가숍' 여는 이커머스
1000원짜리, 4900원짜리, 9900원짜리… 최근 이커머스들은 이 같은 초저가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물가가 치솟고 경기 불황이 길어지면서 명품이나 고가품 등 프리미엄 수요가 주춤하고 절약 소비를 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추세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에 이커머스, 생활용품 전문점까지 가성비 상품이나 브랜드 출시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이커머스 업체 G마켓은 올해(지난달 25일까지 누적) 고객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10만원 미만 중저가 상품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해 12%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1만원 이하 초저가 상품의 거래액은 7% 증가했다. 대표적으로 키링·가방액세서리(76%), 밀가루(31%), 반려동물용 간식(24%), 라면(16%) 등이다. 반면 수입 명품, 음향기기, 골프용품, 가구와 같은 10만원 이상 고가 상품 거래액은 7% 줄었다.
고물가가 장기화하면서 고가 제품을 사거나 과소비를 하는 대신 생필품·먹거리를 싸게 사서 쟁여두는 절약형 ‘다(多)소비’가 온라인 쇼핑 패턴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이커머스 업계의 판단이다. 11번가가 지난 9월 오픈한 ‘’9900원샵’ 사례가 대표적이다. 11번가가 가성비 아이템 전문관을 표방하며 연 이 샵은 생활필수품부터 화장품, 패션, 스포츠 용품, 반려용품까지 파는 데 모두 1만원이 넘지 않는다. 오픈 첫 달 대비 지난달 일평균 거래액은 약 2배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 매트와 종이 호일, 휴지통, 세탁 티슈 등 생활·주방용품 판매가 급증하는 추세다. 11번가 관계자는 “고물가에 가성비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생활용품 전문점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화장품이 인기를 끄는 점도 가성비 소비 트렌드를 엿볼 수 있게 한다. 다이소의 지난 1~8월 화장품 매출은 전년보다 160%가량 늘었다.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화장품 250여 종의 가격은 500~5000원. 모두 균일가다. 시장에서는 다이소가 국내 1위 화장품 멀티숍 CJ올리브영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간 업계에서 화장품의 ‘가격’은 제품 판매량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었다. 직접 신체에 닿는 제품인 만큼 상대적으로 품질이나 브랜드 경쟁력을 까다롭게 따지는 소비자가 많다고 여겨진 것이다. 하지만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지속하면서 이같은 추세도 바뀌었다.
대형마트 PB 상품도 인기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는 ‘2024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를 통해 내년 한국에서 주목해야 할 소비 양상으로 ‘프리미엄 짠테크’를 꼽았다. 계속되는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이 기존의 단순한 절약에서 한 단계 진화한 ‘짠테크’(짜다+재테크)를 추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자체브랜드(PB) 제품이 주목받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의 대표 PB 브랜드인 ‘노브랜드’는 2019년 8300억원에서 지난해 1조2700억원까지 매출이 증가했다. 이마트의 또 다른 PB 브랜드 ‘피코크’는 2019년 2500억원에서 지난해 4200억원으로 매출이 늘었다.
이마트는 노브랜드·피코크에서 각각 1500여종과 800여종의 PB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2015년 9개 상품으로 시작한 노브랜드는 식품과 생필품을 비롯해 침구, 가전제품까지 모든 생활용품을 망라한다. ‘최저 가격으로 합리적인 품질의 상품을 만들어 낸다’는 철학으로 브랜드, 디자인, 포장 등을 최소화해 가격을 낮췄다. 가공식품의 고급화를 내세운 피코크도 매년 성장세를 이어 오고 있다.
홈플러스도 자체 브랜드인 ‘홈플러스 시그니처’, ‘심플러스’ 등을 통해 3000여종의 PB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고급화와 전문화를 앞세운 ‘시그니처’는 고품질 PB 제품으로 주목받았다. 우유, 콩나물 등 고객들이 자주 찾는 상품으로 구성된 ‘심플러스’도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홈플러스 시그니처는 2019년 대비 매출 신장률이 219%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마트는 올해 초 통합 PB 브랜드인 ‘오늘좋은’을 출시했다. ‘오늘좋은’은 PB 전문 MD(상품기획자)와 롯데중앙연구소가 1년간 협업해 가공식품·일상용품 등 회전율이 높은 생활 잡화의 PB 브랜드를 모두 통합한 마스터 PB 브랜드다. 이와 함께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요리하다’ 등 750여종의 PB 제품을 출시하면서 2개의 PB 브랜드에 집중해 운영하고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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