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 화가 났던 가을의 기억… 리그가 주목하는 조형우, 이제 욕심을 말하기 시작했다
[스포티비뉴스=가고시마(일본), 김태우 기자] 어려운 공이 아니었다. 그런데 잘 잡지 못했다. 실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조형우(21‧SSG)는 분통이 터졌다. 정말로 소중한 기회이자 기억이었는데, 다시 돌려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스스로의 플레이에 화가 나 있었다.
일본 가고시마에서 열리고 있는 팀의 유망주 캠프에 합류해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 조형우는 올해 준플레이오프에서 자신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며 자책했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나온 포구 실수(공식 기록은 폭투) 등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완전 좋은 경험이었는데 비디오를 돌려보지도 않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순둥이 같은 성격을 가진 조형우지만, 이 부분에서는 너무 단호했다.
조형우는 “어떻게 하다가 실수가 나오면 그냥 내 실력이 부족하다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그런 게 아니었다.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최)민준이형은 공을 잡기 상대적으로 편한 투수다. 그것 때문에 아쉽고 화가 많이 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원인을 자신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나오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사실 전체적으로는 오름세 속에 끝난 시즌이 맞는다.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2021년 팀의 2차 1라운드(전체 8순위) 지명을 받고 입단한 조형우는 2군에서의 담금질을 거쳐 2022년 1군 무대에 데뷔했다. 올해는 지난해(9경기)보다 훨씬 더 많은 62경기에 나갔다. 자타공인 팀의 차세대 주전 포수이자, 리그에서도 가장 주목하는 어린 포수 대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조형우는 그 과정 속에서도 불안감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조형우는 “경기에 한창 많이 나갈 때는 그런 게 없었다. 계속 나갈수록 오히려 자신감이 붙었다”면서 “그렇게 기량이 느는 것 같았는데 다시 경기에 나가는 빈도가 줄어드니 거기서 긴장감도 생기고, 걱정도 많이 하고 불안한 마음이 더 생겼다”고 했다. 그 불안감의 최종적인 결과가 준플레이오프에서의 실망이었다. 조형우는 방법이 하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런 불안감을 잊을 정도로 자신의 것을 확실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형우는 “훈련으로 지우는 방법 밖에 없다”고 했다.
가고시마 유망주 캠프에서 훈련을 열을 올리는 이유다. 조형우는 “수비적인 부분에서는 매번 하던 기본적인 것을 한다. 이제 더 완벽하게 해서 내 스스로 불안하지 않도록 보완하고 있다. 타격 부분에서도 부족한 게 맞으니 타격 폼도 조금 바꿨다. 둘 다 잘하고 싶어서 그런 쪽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근황을 설명했다. 올해 1군에서 단순히 한 경기만이 아닌 시리즈 전체를 생각하는 시야를 확장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조형우는 “더 욕심이 생긴다”는 말로 내년 목표를 설명했다.
수비에서는 어린 포수 중에서는 최정상급 기량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올해 타격에서는 정확도가 떨어졌다. 조형우는 시즌 막판부터 타격시 손 위치를 낮췄는데, 이번 캠프에서는 더 낮춘 폼으로 돌아왔다.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었다. 자신의 문제점을 스스로 진단하고 정확도와 인플레이타구 비율을 더 높이기 위해 스스로 시도했다. 오준혁 퓨처스팀 타격코치가 조형우의 타격폼을 계속 찍어 공유하고 있다. 서로 의견을 공유하면서 지금은 비교적 만족할 만한 폼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형우는 “최대한 간결하게 하기 위한 점도 있고, 정확히 강한 타구를 많이 만들고 싶었다. 그런 부분을 계속 하다 보니 내가 점점 감을 찾아가는 것 같다. 계속 좋아지고 있어서 조금씩 찾아가는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오준혁 코치는 “손이 높은 쪽에 있다가 타격시 같이 내려오니 몸이랑 같이 나와서 3루 땅볼이나 파울이 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폼이 인플레이타구를 많이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선수의 변화를 대견해했다.
조형우가 내년 시즌 큰 주목을 받는 건 팀의 포수 세대교체 문제도 있지만, 피치클락 도입으로 뛰는 야구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지배적인 예상 때문에라도 그렇다. 조형우는 아직 어린 포수지만 송구 속도는 리그에서 첫 손가락을 다툰다. 조형우의 가치가 극대화되는 흐름이 만들어질 수 있다. 조형우도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보겠다고 각오를 다진다.
조형우는 “포수들의 부담이 커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내가 자신이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 나의 장점으로 생각해주시는 분들이 많으니 그런 것에 있어서 더 욕심이 나는 것 같다. 나만의 개성을 살려 더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면서 “내년이 제일 중요하다. 욕심도 나고 진짜 잘하고 싶다. 그런 마음의 준비처럼 잘해야 하고, 혹시나 기회가 주어지면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시즌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내년 시즌만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3년간 겸손했던 이 신예가, 이제 ‘욕심’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SSG의 포수 세대교체가 한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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