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포수 필요해”→152억 통 큰 투자…“20홈런 타자 잡아야” 국민타자의 바람, 두산 또 응답할까
[OSEN=이후광 기자] 지난해 사령탑 부임과 함께 ‘확실한 주전 포수’의 필요성을 거듭 역설하며 리그 최고의 포수 양의지를 품는 데 성공한 두산 이승엽 감독. 올해 양석환(32)을 잡아달라는 요청에 두산이 또 응답할 수 있을까.
양석환 지난 15일 KBO(한국야구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FA(자유계약선수) 자격 선수 명단 34인에 A등급(신규)으로 이름을 올렸다.
2024년 FA 자격 선수는 공시 후 2일 이내인 11월 17일까지 KBO에 FA 권리 행사 승인을 신청해야 한다. KBO는 신청 마감 다음 날인 11월 18일 FA 권리를 행사한 선수들을 FA 승인 선수로 공시한다.
이번 FA 시장의 최대어로 평가받는 양석환은 권리 행사가 유력하며, 오는 19일부터 원소속팀 두산을 비롯한 모든 구단과 계약을 위한 교섭이 가능하다.
만일 원소속팀 두산이 아닌 타 팀이 A등급 양석환을 영입할 경우 보상선수(20명 보호선수 외) 1명과 전년도 연봉의 200% 또는 전년도 연봉의 300% 보상 규정이 있다.
양석환이 처음 두산 유니폼을 입은 건 2021년 3월. LG 차명석 단장이 1루수가 필요한 두산에 양석환을 선 제시한 뒤 반대급부로 좌완 불펜 자원 함덕주를 요구하는 트레이드를 제안했다. 두산은 고민을 거듭했고, 결국 주전 1루수를 얻기 위해 함덕주를 내주는 결단을 내렸다. 함덕주-양석환 맞교환에 합의한 양 팀은 채지선, 남호 등 어린 투수들까지 더해 최종 2대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양석환에게 두산 이적은 ‘신의 한 수’가 됐다. 두산의 5번타자 1루수를 맡아 첫 시즌부터 ‘트레이드 복덩이’로 거듭났기 때문. 2021시즌 133경기서 타율 2할7푼3리 28홈런 96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1루수 고민을 지움과 동시에 KBO리그 최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기여했다.
첫해와 달리 작년은 실망의 연속이었다. 시즌 초반부터 고질적인 내복사근 부상이 재발했고, 5월 복귀 후에도 후유증에 시달리며 107경기 타율 2할4푼4리 20홈런 51타점의 저조한 성적으로 한 시즌을 마무리했다.
양석환은 올해 이승엽 감독 부임과 함께 두산의 홈런타자 역할을 수행했다. 부진한 4번타자 김재환을 대신해 140경기 타율 2할8푼1리 21홈런 89타점 장타율 .454의 파괴력을 뽐내며 홈런 부문 5위에 올랐다. 양석환은 3년 연속 20홈런(28개-20개-21개)을 친 수준급 우타 거포 자원으로, 1루수 및 중심타자 보강이 필요한 복수 구단의 치열한 영입전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승엽 감독은 이천에서 진행 중인 마무리훈련에서 프런트를 향해 공개적으로 양석환 잔류를 요청했다. 이 감독은 “양석환은 20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다. 팀 내 후배들과 동료들에게 신임을 받는 선수이기도 하다”라며 “양석환을 잡으면 좋을 것 같다. 내년에도 같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석환이 꼭 필요하며, 구단을 믿고 있다”라고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해 두산 사령탑 부임과 함께 줄곧 ‘확실한 주전포수’ 영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당시 “구단에게 취약한 포지션이 포수라고 말씀드렸다. 좋은 포수가 있으면 야수진과 투수들이 편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라고 강조했고, 이천 마무리캠프서도 “확실한 주전포수가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팀에도 좋은 포수들이 많지만 경험이 부족하고 뎁스가 두텁지 않다”라고 냉정한 현실을 짚었다.
이승엽 감독의 요청을 들은 두산 프런트는 FA 시장 개장과 함께 ‘최대어’ 양의지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집토끼’ 박세혁 잔류 협상을 후순위로 미룬 뒤 박정원 구단주가 직접 나서 양의지를 설득한 결과 NC, 한화와의 3파전 최종 승자가 됐다. 두산은 11월 22일 4+2년 152억 원에 양의지를 전격 품었다.
올해는 양석환과 홍건희라는 투타 핵심 집토끼들이 FA 자격을 얻으며 또 다른 고민에 빠진 두산.
일단 구단의 최우선 목표는 20홈런을 거뜬히 칠 수 있는 양석환과의 재계약이지만 전망이 그리 낙관적이진 않다. 최근 김재환(115억 원), 정수빈(56억 원), 허경민(85억 원), 양의지(152억 원) 등 대형 계약을 줄줄이 체결한 두산이다. 샐러리캡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그렇기에 양석환을 향한 시장 분위기가 과열될 경우 지난해처럼 큰 돈을 과감히 투자할 수 없다.
두산 구단은 FA 시장 개장과 함께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신중하게 협상 테이블을 차린다는 계획이다. 아무리 시장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더라도 '양석환 잔류'라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두산 또한 내년 시즌 더 높은 순위로 가을야구를 치르기 위해선 양석환이 꼭 필요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민타자의 스토브리그 소원이 이뤄질 수 있을까. 양의지의 152억 원에 이은 또 다른 대형 계약이 두산 팬들의 마음을 안심시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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