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만에 열리자 기자 50여명 한자리에...‘이곳’에 열광하는 이유
“22년 기다렸다” 1000여 명 모인 리젠트 홍콩 리오프닝 이벤트
총괄 디자이너 치윙로와 함께한 프레지덴셜 스위트 투어
추억 속에만 존재하던 리젠트 홍콩이 다시 세상에 나온 것은 2023년 11월이다. 리젠트 홍콩 오픈 소식에 홍콩 현지인 1000여 명과 전 세계에서 온 기자 5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프레지덴셜 스위트 투어였다. 호텔 디자인 총괄을 맡은 디자이너 치윙로(Chi Wing Lo)를 프레지덴셜 스위트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영웅본색’으로 시작해 ‘중경삼림’ ‘첨밀밀’ ‘아비정전’에서 ‘화양연화’까지 스크린 속 홍콩은 마치 별천지 같았다. 80년대는 홍콩이 가장 주목받던 시기다.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최전성기를 달리던 그 시절 빅토리아 항구의 터줏대감이 된 것은 리젠트 호텔이었다.
온갖 서양식 행사가 호텔에서 치러졌고 로버트 드니로, 엘리자베스 테일러, 브래드 피트 등 헐리우드 스타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호텔을 들락거렸다. 그 시절 리젠트 홍콩은 현지인들이 가장 사랑한 호텔 중 하나였다. 매주 결혼식이 열렸고 동창회와 각종 행사가 줄을 이었다.
리젠트 호텔이 돌아온다고 했을 때 홍콩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가진 부분은 과연 옛날 영광을 얼마나 재현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리젠트 호텔 오픈에도 온 가족이 관심을 가졌다. 저마다 옛 리젠트 호텔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아이디어를 냈다. 오너 일가가 호텔 총괄 디자인을 위해 영입한 사람은 홍콩 출신 디자이너 추윙로. 홍콩에서 태어나 이탈리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추윙로는 상업 시설을 맡아본 경험이 전무했지만 오히려 그 점이 점수를 높게 받았다.
“다른 유명한 디자이너들 많죠. 이미 호텔을 여러 번 작업 해본 그들에게 맡기면 로즈우드, 포시즌스 같은 그런 호텔 중 하나가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전부 부수고 새롭게 짓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호텔을 새롭게 단장하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향수를 자극할 수 있는 포인트를 어떻게 살리느냐였다. 호텔 진입로와 분수, 호텔 로비에서 2층 대연회장으로 이어지는 하얀 대리석 계단 등 옛날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요소가 호텔 곳곳에 보존돼 있다.
빅토리아 하버뷰는 호텔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압도적으로 펼쳐진다. 감동은 객실에서도 계속 된다. 11개 객실 타입 중 바다가 보이지 않는 방은 3개 타입 뿐이다.
K11뮤제아는 예술과 문화를 테마로 꾸민 쇼핑몰이다. 100여 명의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협업해 만든 공간으로 홍콩을 대표 하는 도시 재생 프로젝트 건물이다. 건물 내부는 물론 야외 공간에도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M+와 고궁박물관이 있는 서구룡 문화 지구까지는 2.5㎞ 거리로 택시를 타면 5분이 걸린다.
이날 갈라 디너의 드레스코드는 ‘블랙 타이’. 옛 리젠트 홍콩은 ‘블랙 타이’ 파티로 유명한 곳이었다. 80년대 홍콩 사교계의 무대가 됐던 이곳에서 다시 블랙 타이 행사가 열린 것이다. 드레스 코드에 ‘블랙 타이’라고 적혀 있다면 남자는 턱시도, 여자는 이브닝 드레스를 입는다.
오후 7시 화려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호텔로 몰려들었다. 레드카펫을 거쳐 포토월에서 사진을 찍고 하얀 대리석 계단을 지나 2층 대연회장으로 가는 동선이었다. 현지인들은 포토월보다 대리석 계단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갈라 디너는 그랜드 볼룸에서 오후 8시부터 시작했다.
거대 도시 안에서 호텔은 단순히 머무는 곳이 아니라 안식처 같은 곳이어야 합니다.
69세 디자이너는 자신의 첫 호텔 작업을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고민했다. 유럽에 사는 가족을 보러 가면서 격리를 총 6번이나 했다.
“냉장고가 대표적이죠. 호텔에 갔더니 냉장고 안을 보려면 고개를 옆으로 꺾어야 하잖아. 얼마나 불편해. 그래서 나는 냉장고를 미닫이 서랍장 안에 넣어 버렸어요.”
프레지덴셜 스위트는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30%는 새롭게 바꾼 것이고 70%는 예전 모습 그대로다. 치윙로는 “과거·현재 그리고 미래를 알려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프레지덴셜 스위트는 숙박뿐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 공간으로 활용한다. 복층 구조로 거실과 응접실이 있는 16층과 침실이 있는 17층에 각각 출입문을 만들었다.
옥색 대리석으로 장식한 욕실은 40년 전 모습에서 크게 바뀐 것이 없다. 욕실 용품은 투숙객이 원하는 브랜드로 준비해준다. 200㎡가 조금 넘는 야외 공간에는 수영장도 있다. 치윙로는 영감을 실제 삶에서 찾는다고 했다. 그는 디자인은 예술보다는 삶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또 “디자인은 불편함을 해소해주기 위한 것”이라며 “실제 사용할 것을 생각하면서 디자인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디자이너는 나이가 들수록 더 좋아요. 인생을 더 이해하고 그만큼 경험치가 쌓이는 것이니까요.”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장사 끝나고 보니 200~300원 손님 수두룩”…골머리 앓는 붕어빵 ·호떡집 - 매일경제
- 20대 사장님, 60대 알바생…요즘 편의점에 무슨 일이? - 매일경제
- “제주도, 해외 여행의 반값? 그래도 안 가”…이유 들어보니 - 매일경제
- “싼타페보다 싼 ‘벤츠 킬러’ 될래요”…또 가격깡패, 4천만원대 볼보 [최기성의 허브車] - 매
- 미국 간 ‘블랙핑크’ 로제, 대통령 부인들 앞에서 당당하게 한 말 - 매일경제
- “저 학생, 골프 좀 치는데?”…알고보니 황제 아들 황태자였네 - 매일경제
- “소변 검사 결과 깜짝 놀랐다”…女의원 성폭행하려고 프랑스男이 한 짓 - 매일경제
- “매년 부담없이 해외 가겠네” 여행족 관심 폭발한 ‘이 카드’ 정체 [여행人터뷰] - 매일경제
- 오픈AI서 쫓겨난 CEO 샘 올트먼 어디가나 봤더니... - 매일경제
- “좋은 중견수 수비에 파워” 뉴욕포스트, 이정후 최대 5년 8000만$ 예상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