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도 뛰어든 제작판, 위기 속 기회 vs 지나친 과욕 [Oh!쎈 초점]
[OSEN=연휘선 기자] "K 브랜드 대표주자VS빛 좋은 개살구", 한국 콘텐츠를 향한 양가적인 평가가 극과 극으로 치닫고 있다. 'K콘텐츠'라는 말이 쉴 새 없이 쏟아지며 국가 브랜드와도 밀접한 관계로 치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얼어붙은 경기와 함께 콘텐츠 제작 환경의 위축 또한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실정이다. 실제 업계의 상황을 두고 "어렵다"는 말이 지배적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작의 기회만 기다리는 시선도 존재한다. 위기 속의 기회를 만드는 프로덕션 판의 도전자들을 살펴봤다.
# 정우성·송중기·이제훈 그리고 이종석·임수정까지, 연출 제작 실현하는 스타들
'청담 부부'로도 불리는 연예계 대표 절친,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은 손을 잡고 아티스트 컴퍼니와 아티스트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아티스트 컴퍼니는 두 배우를 주축으로 하는 배우 매니지먼트 회사이고, 아티스트 스튜디오는 드라마와 영화 등을 제작하는 곳이다. 이를 통해 이정재 감독 데뷔작인 영화 '헌트'가 제작되는가 하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 또한 탄생했다.
송중기 또한 소속사 하이지음 스튜디오를 통해 영화 '화란'의 공동제작에 참여했다. 이제훈도 소속사 겸 제작사 컴퍼니온을 설립헤 연기자 겸 제작자로 변신했다. 최근에는 배우 이종석이 하이지음 스튜디오를 떠나 드라마 '비밀의 숲'을 제작한 에이스팩토리와 제작사 설립을 모색 중이다. 여기에 배우 임수정 또한 영화 '싱글 인 서울' 인터뷰를 통해 제작자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일련의 배우들이 워낙 한국 영화, 드라마를 주름잡는 톱배우들인 만큼 이례적인 사례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배우가 직접 제작에 뛰어드는 일이 마냥 희귀한 것 만은 아니다. 이미 할리우드에서는 브래드 피트가 성공한 배우이자 제작자로 활약 중이며, 마고 로비가 영화 '바비'를 제작하고 출연한 것처럼 성별을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 언제나 통하는 스타 작가, 스타 PD 잡아라
콘텐츠 가뭄이라는 혹평 속에도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는 무려 500억 원 대로 알려진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제작에 한창이다. 배우 박보검과 가수 겸 연기자 아이유의 출연이라는 확실한 스타 마케팅 덕분도 있지만, '동백꽃 필 무렵'을 성공시킨 임상춘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캐스팅부터 제작까지 비교적 순항하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막장 대모'로 불렸던 임성한 작가는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은퇴 철회 후 복귀와 동시에 계속해서 작품 소식을 전하고 있다. 제작사 하이그라운드와 함께 TV조선 드라마 '결혼 작사 이혼 작곡' 시리즈에 이어 '아씨 두리안'까지 성공적으로 선보인 뒤 이번엔 '카지노'로 디즈니+를 살렸던 아크미디어와 손잡았다. 그와 쌍벽을 이뤘던 김순옥 작가도 마찬가지. 그는 '펜트하우스' 시리즈를 성공시킨 데 이어 '7인의 탈출'로도 대중을 만났다.
스타 PD들의 경우 예능에서 더욱 활발한데 '더 지니어스', '대탈출' 시리즈로 호평받았던 정종연 PD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데블스 플랜'을 선보인 뒤 곧바로 시즌2 작업에 착수했다. 김태호 PD가 설립한 제작사 테오(TEO)로 적을 옮긴 뒤 유의미한 행보였다.
# 방송사-OTT 편수 줄인다고? 자체 돌파구 찾아 나선 프로덕션들
글로벌 OTT 플랫폼의 강세 속에 방송사들은 드라마고 예능이고 할 것 없이 편수를 파격적으로 줄였다. 월화수목금토일, 내내 꽉 차 있던 드라마 슬롯이 당장 주말을 제외하고는 찾기 힘들거나 주1회 편성이 고작일 정도로 줄었다. 넷플릭스를 위시한 OTT 플랫폼들도 예전만 못하거나, 쉬지 않고 신작을 선보인다고 해도 과거 TV 채널들이 1년 내내 경쟁하던 상황보다는 편수가 줄어든 형국이다.
이 가운데 제작 일선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IP 확보의 중요성을 깨달은 제작사들이 자체 컨소시엄, 공동 투자 및 제작 등의 협업을 통해 채널로부터의 줄어든 제작비를 충당하고, 대신 작품의 권한을 보유하는 식으로 변모했다. 임성한 작가와 TV조선 작품들로 편성 기회를 노렸던 하이그라운드가 JTBC '신성한 이웃', 장나라와 손호준의 재회작 '나의 해피엔드' 등으로 탈바꿈하는 게 좋은 사례다.
예능의 경우 자체적으로 채널 영향력을 키워가는 중이다. 나영석 PD와 이우정 작가를 위시한 에그이즈커밍의 공식 유튜브 채널 '채널 십오야'에서 라이브부터 시리즈 예능까지 선보이고 있는 것. 코미디언 송은이와 김숙은 콘텐츠랩 비보를 설립하고 매니지먼트와 제작에 동시에 도전하고 있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출연자가 제작자에도 도전하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카메라 앞에서 출연 기회와 예술적 행위를 주문받았던 크리에이터들이 이제는 프로듀서의 지위까지 겸할 수 있고 도전할 수 있을 만큼 한국의 프로덕션 시장에 기회가 풍부해진 상황. 이들의 경우 자연스럽게 스타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위축된 상황에도 투자, 협업의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앞서 언급된 톱배우들의 경우도 같은 맥락에서 더욱 이목을 끈다. 코로나19와 넷플릭스발 특수 속에 타의로 인한 호황에 젖어 있던 콘텐츠 업계에 불황으로 돈줄이 말라가자 불경기와 위기가 찾아온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 속 해답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다. 이들의 시도 또한 기회를 만들고 있다. / monami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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