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전 티켓 따러 왔어요"…맹추위 녹인 '롤드컵' 전야제 열기
T1팀 최고 스타 '페이커'랑 사진 찍고, 퀴즈 풀어 韓中전 티켓 따고
오후 5시 반 앨런 워커·FT아일랜드·여자아이들 등 출연 대형콘서트
서울시, 라이엇게임즈와 MOU 맺고 광장사용 허가…내일 거리응원도
"와, 페이커다, 페이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이자 명실상부 최고의 e-스포츠 챔피언으로 꼽히는 T1 팀의 '페이커', 이상혁 선수의 사진이 전광판에 뜨자, 한 10대 팬이 탄성을 내질렀다. 곁에 서 있던 행사 스태프는 익숙한 듯 일행의 사진을 찍어 주겠다며 살갑게 다가섰다. 선수들의 유니폼과 사진이 전시된 뒤편에선 해외 팬들이 '셀카'를 위한 플래시를 연이어 터뜨렸다.
전 세계 게임 팬들의 이목이 쏠리는 '2023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s·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을 하루 앞둔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축제 분위기를 한발 앞서 만끽하려는 인파가 몰렸다. 이틀 전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끝내고 지방에서 올라온 고3 수험생을 포함해 MZ세대가 가득 운집한 광장은 아이돌 콘서트 현장을 방불케 했다.
세계 최대 e-스포츠 대회인 일명 '롤드컵'의 피날레를 장식할 마지막 경기는 오는 19일 오후 5시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개최된다. 서울에서 롤드컵 결승전이 열리는 것은 지난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한국팀 T1과 중국팀 '웨이보 게이밍 포 아우디(WBG)'이 맞붙어 최후의 승자를 가릴 예정이다.
지난 2009년 미국 라이엇게임즈 사(社)가 개발한 '롤(LoL)'은 5명이 팀으로 벌이는 전투게임으로, 매달 1억 명이 넘게 즐기고 있다. '월즈'라 불리는 글로벌 대회는 2011년 이래 올해가 13회째다.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에겐 피파(FIFA) 월드컵에 비견할 만큼 인기가 있어 롤드컵으로 통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식축구 '슈퍼볼'보다 많은 시청자가 본다는 결승전 티켓은 올해도 1만 8천장이 일찌감치 매진됐다. 온라인 중고 플랫폼에서는 정가 24만 5천원인 티어1석이 수백만 원에 거래되는가 하면 '1천만에라도 사겠다'며 애타게 암표를 구하는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지난 16일부터 경기 당일인 19일까지 광화문광장에 관련 행사장을 운영한다. 전야제의 클라이막스는 이날 오후 5시 반 시작되는 대형 콘서트로 롤 관련 음원을 발표한 앨런 워커, 니키 테일러를 비롯해 여자아이들, 머쉬베놈, FT아일랜드 등 국내·외 아티스트들이 대거 출연한다.
고척돔 결승전 오프닝 무대에는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걸그룹 뉴진스가 올라 올해 롤드컵 주제곡인 'GODS'의 퍼포먼스를 최초 공개할 계획이다.
사전행사 '월즈 팬페스트(Worlds Fan Fest) 2023'은 사상 처음 거리 응원전이 펼쳐질 광장의 열기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었다. 서울시가 e스포츠 행사를 위해 광장 사용을 허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이엇게임즈는 시(市)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광장 전체를 거대한 콘텐츠 체험장으로 꾸몄다.
코카콜라·메르세데스 벤츠 등 롤드컵을 후원하는 기업들은 롤의 다양한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를 선보였다. 또 이벤트 구역에 마련된 게임쇼박스는 서울게임콘텐츠센터 입주 기업 등 서울시가 지원하는 중소게임사의 게임 콘텐츠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세종문화회관 쪽에 차려진 팬페스트 퀴즈 무대에서는 현장에 참여한 팬들을 대상으로 롤 관련 문제를 출제하고, 정답을 맞힐 경우 이날 라이브 콘서트 티켓 등부터 롤드컵 결승전 티켓까지 상품으로 주는 이벤트도 진행됐다.
티켓팅에 실패해 결승전 현장 관람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사흘째 이 행사장을 찾았다는 고등학생 이모군은 "희박한 확률인 걸 알지만 꼭 (고척스카이돔에) 가고 싶다"고 밝혔다.
경기도 용인에서 왔다는 황모(16)군은 "부모님은 이미 티켓팅에 성공하셨다"며 "저만 없어서 (티켓을 따러 왔다)"고 웃었다. 연도별 롤 관련 뮤직비디오 등 고난도 문제를 척척 풀어낸 황군은 결승전 티켓을 거머쥔 뒤 두 팔을 위로 흔들며 환호했다.
울산에서 전날 휴가를 내고 여자친구와 서울행 KTX를 탔다는 20대 직장인 A씨는 "내일 결승전을 광화문에서 보고 가려고 올라왔다. T1이 꼭 우승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눈을 반짝였다.
세종대왕 동상 뒤로는 라이엇게임즈의 캐릭터 '티모' 조각상이 15m 높이로 세워졌다. "귀엽다"를 연발하며 '인증샷'을 찍는 10대부터 연인과 행사장을 방문한 20·30대, 외국인 관광객과 중장년에 이르기까지 포토존 앞 대기는 장사진을 이뤘다.
팬들은 광장 분수대 옆에 응원차 마련된 월(wall)에 'T1 우승가자', '우리 형 파이팅', '최고의 선수가 있을 곳은 T1이니까', '페이커 우승클럽 오픈', '대상혁' 등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문구와 그림을 빼곡하게 남겼다.
영하권을 기록한 아침은 물론 한낮에도 5~6도로 10도가 채 안 된 맹추위도 이같은 팬심을 막지 못했다.
이날 오후에는 라이브 콘서트에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도 행사장을 방문한다. 오 시장은 홍보 부스 체험에 동참하는 한편 광장을 찾은 e스포츠 팬들에게도 환영 인사를 전할 예정이다.
행사장 내에는 한복·전통놀이 체험 등으로 서울의 매력을 알리는 서울체험부스와 함께 서울 스포츠 연고구단을 홍보하고 미니게임을 할 수 있는 스포츠 체험부스도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는 인파가 몰릴 것을 대비해 종로구청·구로구청·경찰청·소방 등 유관기관과 대응반을 꾸려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이날 광화문광장에 대해서는 시청 방면 1개 차선의 통행을 통제하고 300여명 이상의 안전요원을 배치하기로 했다.
고척스카이돔이 위치한 구일역의 승강장 혼잡수준도 수시로 모니터링해 필요 시 인원을 통제하고, 경기 이후인 19일 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 구일역~신도림역 무료 셔틀도 운행한다.
- 이메일 :jebo@cbs.co.kr
- 카카오톡 :@노컷뉴스
- 사이트 :https://url.kr/b71afn
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연예인 '학폭' 논란에도 배상 책임은 없다?
- "전 아내 때문에…" 日피겨스타 하뉴, 결혼 3개월 만에 이혼
- 18년째 경로당에 쌀 수십 가마 기부…누군지 봤더니
- 술자리 말다툼이 '살인 미수'로, 여성에게 흉기 휘두른 20대 '철창행'
- 공짜 승계냐, 경영상 판단이냐…이재용 1심 내년 1월 26일 선고(종합)
- 윤석열·이재용 질긴 '악연'…삼성 '부당합병' 1심 내년 1월 선고
- 컴퓨터 옆에 둔 선인장…전자파 차단 효과 없다?
- 野 '원칙과 상식' 출범…비명계가 아닌 '혁신계'로 뜨려면?
- "결승전 티켓 따러 왔어요"…맹추위 녹인 '롤드컵' 전야제 열기
- "노조 탈퇴하라" 압박한 SPC계열사 임원, 구속영장 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