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폭발' 메시가 상대 멱살 잡은 이유 "우루과이는 선배 존중부터 배워야"

▲ 리오넬 메시.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리오넬 메시가 폭발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라 봄보네라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남미예선 5차전에서 우루과이에 0-2로 졌다. 앞서 치른 4차례 예선전을 모두 이긴 아르헨티나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32강 조별리그 사우디아라비아전 패배 이후 처음으로 졌다. C조 1위는 지켰지만, 2위 우루과이의 추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월드컵 디펜딩 챔피언이 안방에서 완패했다. 아르헨티나 팬들이 받은 충격은 크다. 게다가 아르헨티나 에이스이자 올해 발롱도르 수상자인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 메시가 부진했다. 단지 경기력뿐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도 흔들렸다. 메시가 경기 중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건 이례적이었다.

경기 후 메시는 우루과이 선수들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선배에 대한 존중이 없다는 것이다. 메시는 "우루과이의 어린 선수들은 축구를 하기 전 먼저 연장자를 존중하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사실 이런 얘길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의 경기는 늘 격렬했다. 하지만 존중심이 결여된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메시의 신경을 자극할 만큼 우루과이 선수들은 이날 거칠게 수비했다. 거친 몸싸움을 메시에게 걸었고 반칙도 서슴지 않았다. 메시가 공만 잡으면 수비수 2, 3명이 에워쌌다.

참다못한 메시는 전반 19분 상대 멱살을 잡았다. 아르헨티나가 공격하는 과정에서 우루과이의 로날드 아리우호와 경합한 팀 동료가 쓰러지자 분노가 폭발했다. 아르헨티나 선수들과 우루과이 선수들이 단체로 신경전을 벌였다. 메시는 우루과이의 마티아스 올리베라 멱살을 잡으며 감정을 표출했다.

2분 뒤에도 양측 선수들은 또 한 번 붙었다. 메시와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감정적으로 크게 휘둘렸다.

▲ 메시가 상대 멱살을 잡았다.

이는 결국 패배로 이어졌다. A매치 통틀어서 아르헨티나가 약 1년 만에 경험하는 패배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11월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진게 마지막 패배다. 이후 6연승을 달리며 월드컵 정상에 섰다. 아르헨티나는 올해 파나마전을 시작으로 평가전 4경기와 남미예선 4경기를 모두 이겼다. 무려 14연승 행진을 내달렸다. 적수가 없어 보였다.

승승장구하던 아르헨티나였으나 우루과이를 맞아서 맥을 못 췄다. 그것도 안방에서 펼쳐진 경기. 홈팬들의 압도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경기에 나섰다. 아르헨티나는 전반 41분 로날드 아라우호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후반이 끝나가던 42분 다윈 누녜스에게 쐐기골을 맞고 완패했다.

메시는 경기가 끝나고 우루과이 선수들의 그라운드 내 선후배 의식에 대해선 쓴소리를 했다. 다만 과거 자신의 스승이자 지금은 우루과이 사령탑으로 있는 비엘사 감독에 대해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비엘사 감독은 올해부터 우루과이 축구 대표팀을 맡고 있다. 1998년부터 2004년까지는 아르헨티나 감독으로 있었다. 메시와도 인연이 깊다.

비엘사 감독은 공격적인 축구로 명성을 떨치는 인물이다. 강한 압박으로 상대로부터 공을 뺏어내 시종일관 몰아친다. 아르헨티나뿐 아니라 칠레 대표팀, 리즈 유나이티드 등 여러 팀들을 맡으며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누구보다 아르헨티나 내부 상황을 아는 비엘사 감독의 전략이 통했다. 이날 메시를 효과적으로 막으면서도 공격적으로 몰아붙여 승리를 챙겼다. 메시는 우루과이가 이긴 건 비엘사 감독 덕분이라고 했다. "우루과이와 붙으면서 비엘사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아르헨티나, 여러 클럽들을 거치며 독특한 스타일을 구사했다. 실력이 두드러지는 지도자다. 능력 있는 비엘사가 뛰어난 기량의 우루과이 선수들을 데리고 있다. 경기하기 쉽지 않았다. 그들은 매우 거친 팀이다. 중원에서 몸 싸움에 능하고 빠르고, 단단한 선수들을 보유했다. 편하게 축구하지 못했다. 우리는 공을 오랫동안 소유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며 "경기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우리에게 좋은 흐름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루과이는 굉장히 피지컬한 팀이다. 또 좋은 조직력을 갖고 있다. 경기하기 너무 어려웠다. 늘 우루과이를 만나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 고개 숙인 메시.

지난달 메시는 축구계 가장 권위 있는 개인상인 프랑스풋볼 발롱도르를 8번째 수상했다. 지난해 열린 카타르 월드컵 우승이 반영된 게 크다. 메시는 엘링 홀란드와 킬리안 음바페를 따돌리고 발롱도르 주인공이 됐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발롱도르 최다 수상의 기록을 새로 썼다. 지난 2009년 처음 발롱도르를 받았던 메시는 2012년까지 4년 연속 수상의 진기록을 세웠다. 이후에도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하며 2015년, 2019년, 2021년까지 수상 기록을 이어갔다. 7번의 수상도 앞으로 깨기 어려워 보였는데 올해 하나 더 추가하며 8차례 황금공을 품에 안는 초유의 대업을 달성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발롱도르 수상에 대한 기념식이 있을 정도로 아르헨티나는 축제 분위기였다. 하지만 막상 휘슬이 울린 뒤에는 메시가 아무 것도 못할 정도로 아르헨티나는 답답한 흐름이 계속됐다. 메시를 비롯해 훌리안 알바레스, 니콜라스 곤살레스를 스리톱으로 가동한 아르헨티나는 엔소 페르난데스, 알렉시스 맥알리스터, 로드리고 데 폴을 중원에 배치했다. 포백도 니콜라스 타글리피아, 니콜라스 오타멘디, 크리스티안 로메로, 나우엘 몰리나가 섰고, 골문도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가 지켰다. 월드컵을 우승할 때 멤버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이기지 못했다.

한편 메시는 우루과이 후배들을 향해선 날 선 지적을 했지만 절친 루이스 수아레스와는 따뜻한 포옹을 해 눈길을 끌었다. 두 선수는 과거 바르셀로나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바르셀로나에서 쌓은 우정으로 축구계를 대표하는 절친으로 알려져있다.

경기 전만 해도 두 선수의 맞대결이 기대됐다. 그러나 수아레스는 이날 출전하지 않았다.

메시와 수아레스는 현역 마무리 시점에 다시 동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메시의 소속 팀인 미국의 인터 마이애미가 수아레스 영입을 희망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에 이어 또 다시 메시와 수아레스가 뭉칠 확률이 높다.

▲ 우루과이는 거친 수비로 메시를 자극했다.

이제 아르헨티나가 만나는 팀은 영원한 라이벌 브라질이다. 그것도 원정을 떠난다. 브라질 축구 성지인 마라카낭으로 가야 한다. 부담감이 더 하다.

다만 브라질 분위기도 좋지 않다. 브라질은 이번 남미 예선에서 2승 1무 2패(승점 7)로 5위에 머물러 있다. 특히 베네수엘라전 무승부를 시작으로 우루과이, 콜롬비아에 연패했다. 최근 3경기째 승리가 없다.

가장 직전인 콜롬비아전에서도 1-2로 역전패했다. 경기 시작 4분 만에 가브리엘 마르티네스의 선제골로 앞서갔는데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후반 30분, 34분 연이어 실점하며 무너졌다. 부상으로 빠진 네이마르의 공백이 드러났다. 여기에 비니시우스 주니어도 콜롬비아전 도중 허벅지를 다쳤다. 아르헨티나전 결장이 유력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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