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중국 경제 회복…정치에 달려 있다 [매일 돈이 보이는 습관 M+]

노영우 전문기자(rhoyw@mk.co.kr) 2023. 11. 1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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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엠플러스 2024 전망 시리즈
2024년 중국 경제의 문제는 역설적이지만 ‘정치’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중국 정치는 경제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단초가 보이지 않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경제의 성장률이 갈수록 떨어져 2027년에는 3%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성장률 하락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중국 경제는 앞으로 어떤 도전을 받게 될까. 정치와 경제적 측면으로 중국이 받게 될 도전을 나눠볼 수 있다.
사회주의 중국의 키워드 ... 모순론과 흑묘백묘론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사회를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가 ‘모순론’을 이해하는 것이다. 중국은 건국 때부터 국가의 주요 모순을 규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정책을 펴왔다. 중국 근대사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마오쩌둥은 1920년 공산당을 창당한 후 중국의 주요 모순을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으로 정의했다.

생산력이란 당시 중국의 경제 발전 단계에서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생산관계는 생산에 참여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다. 봉건제 국가였던 중국의 주요 생산관계는 농노와 지주 간 관계였다. 마오쩌둥은 농노와 지주 간 관계가 중국 생산력을 발전시키는 데 장애가 된다고 봤다.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민이 주도하는 사회주의 혁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고 이를 실천했다. 혁명은 성공했고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로 탈바꿈했다. 단순 명료한 모순론에 대한 중국 사람들의 지지가 혁명의 동력이 됐다.

마오쩌둥 다음으로 중국의 주요 모순을 건드린 사람은 덩샤오핑이다. 그는 1981년 ‘인민의 물질적 수요와 낙후된 생산력 간의 모순’을 중국의 주요 모순으로 새롭게 규정했다. 주요 모순을 바꾼다는 것은 기존 마오쩌둥의 한계를 지적하고 새로운 시대를 위해 근본적인 전략을 수정한다는 의미다. 중국 사람들의 물질적 수요는 늘어나는데 국가 소유와 정부에 의한 분배를 토대로 하는 사회주의 국가의 생산력은 수요를 충족할 수 없었다. 덩샤오핑은 새로운 모순을 해결할 방법으로 시장경제를 전격 도입했다.

‘검은 고양이건 흰 고양이건 쥐를 잘 잡으면 최고’라는 ‘흑묘백묘’론은 중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금기시했던 개인들의 사적 소유가 확산됐고 시장경제 시스템이 광범위하게 도입됐다. ‘능력만큼 일하고 필요한 만큼 분배한다’는 공산주의 원리는 ‘부자가 될 수 있는 사람부터 부자가 되라’는 ‘선부론’에 밀렸다. 그 결과 중국은 연평균 1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이뤘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의 모순론은 중국에서 당대는 물론 역사적으로도 검증받았다.

양면성 드러내는 경제정책 ... 시진핑 1인체제의 역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에 이어 중국의 ‘주요 모순’을 건드린 사람은 시진핑이다. 시진핑은 2017년 10월 19차 당 대회에서 중국의 주요 모순을 ‘인민의 아름다운 생활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불충분 간의 모순’으로 새롭게 정의했다. 시진핑은 주요 모순을 새로 내세우며 인민의 복지를 늘리고 자본주의적 시장경제가 낳은 불평등과 부패 문제 등을 해결해 중국판 복지국가인 ‘샤오캉사회’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시진핑은 100년의 중국 공산당 역사에서 주요 모순을 바꾼 세 명 중 한 명으로 위상이 급상승했다. 단번에 안팎의 시선이 쏠렸다. 시진핑은 2023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가주석으로 재선출되며 중국 공산당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국가주석을 3번 연임하는 인물이 됐다. 국가주석 마오쩌둥과 덩샤오핑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이로써 중국에서 ‘시진핑 1인 체제’는 더욱 공고해졌다.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를 도입해 발전을 이뤘지만 정치적으로는 사실상 1인 독재 체제가 형성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중국은 시진핑이 제기한 모순을 해결하며 발전해 나갈 수 있을까.

찬찬히 따져보면 시진핑이 제기한 주요 모순에서 중국이 안고 있는 고민이 엿보인다. 우선 모순이 담고 있는 모호성이다. 시진핑이 제기한 주요 모순에서 ‘아름다운 생활’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가 불균형하고 불충분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모순이 단순하고 명확해야 거기서 실천의 힘이 나온다는 것은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이 보여준 교훈이다. 시진핑은 이 교훈을 따르지 않았다.

공산당 지도하에 시장경제 문제를 해결한다?
주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도 상충된다. 중국은 기업을 통한 경제 혁신은 강조하면서도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부의 시장 개입은 강화한다. 중국 안에서는 경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밖에서는 자유무역에 기반을 둔 세계화를 외친다. 앞뒤가 맞지 않는 느낌이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일 때 중국은 언제나 ‘미국이 자유무역 질서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다른 나라에 대한 수출을 급속히 늘리며 고도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국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중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들을 차별함으로써 불공정 경쟁을 조장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처럼 중국의 이율배반적인 행동에 대해 많은 나라가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진핑 정부의 경제정책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오히려 시진핑 주석이 사상 초유의 3연임을 강행하면서 경제에 대한 공산당의 지도는 한층 강화됐다. 공산당의 지도라는 이름 아래 독재가 심해지면 하부구조인 경제와 상부구조인 정치 사이의 괴리는 더 커질 수도 있다. 중국은 공산당 지도 아래 시장경제의 문제를 해결하는 역사상 초유의 실험을 하고 있다.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는 동전의 양면이라는 것이 국제 정치와 경제의 기본이다. 독재정치와 시장경제의 양립을 추진하는 중국식 모델에 대한 회의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이 처한 경제적인 도전은 ‘소득 1만 달러의 함정’이다. IMF에 따르면 중국의 2023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만2500달러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국가경제는 초기 경제 발전단계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다가도 1인당 GDP가 1만 달러에 도달할 때쯤 성장의 정체기를 겪는다. 그동안 고도성장에 따른 피로감이 작용한다. 또 경제발전 초기에는 정부의 입김이 셌지만 이때부터는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창의적인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나라는 경제위기를 겪기도 한다. 예를 들어 수험생의 경우 부모가 열심히 가르치거나 뛰어난 학원 강사를 만나 지도를 받으면 70점까지는 성적이 오를 수 있지만 80점, 90점대로 더 오르려면 본인의 노력이 가미돼야 가능한 것과 비슷하다. 중국도 1인당 GDP 1만 달러 수준까지는 국가주도 경제를 통해 달성했지만 앞으로는 민간의 역할이 한층 더 가미돼야 추가적인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소득 1만달러의 함정’ 벗어날 수 있을까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중국 경제성장률은 2007년에 14%까지 치솟았다. 중국처럼 거대한 경제가 14%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이후 중국 경제는 2011년까지 9~10%의 성장률을 올렸다. 이 성장률이 2015년에는 7%대로 떨어졌고 2018년에는 6%, 2019년에는 5%로 하락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중국 경제성장률 하락 속도는 더 빨라졌다. IMF는 2024년 중국 경제성장장률을 4.1%, 2028년에는 3%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성장률이 갈수록 하락하는 것은 일반적이다. 하지만 중국은 그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중국은 2019년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넘어섰고 2028년에도 1만6000달러 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1978년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돌파했고 이후 1988년 2만 달러를 넘어섰다. 일본은 1981년 1만 달러를 넘어섰고 1987년에는 2만 달러를 돌파했다.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까지 걸린 시간은 6년이었다.

한국은 1994년에 1만 달러를 돌파했고 12년 만인 2006년에 2만 달러를 넘어섰다. 반면 중남미 국가인 멕시코는 2007년 1인당 GDP 1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2028년에도 여전히 1만 달러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르헨티나도 2010년 1만 달러를 넘어선 후 이 덫에 갇혀 있다. 중국이 미국, 한국, 일본과 비슷한 성장의 길을 걸을 것인지 아니면 아르헨티나와 멕시코처럼 1만 달러의 덫을 벗어나지 못할지 주목된다.

아울러 많은 나라가 1인당 GDP 1만 달러 시대에 큰 경제위기를 겪었다. 미국은 1970년대 연이은 국제유가 급등으로 물가 상승 속 경기침체가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를 겪었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엔화 값이 인위적으로 대폭 절상되는 아픔을 겪었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를 통해 IMF에서 구제 금융을 받았다. 중국 경제도 최근 들어 곳곳에서 위기 징후가 노출되고 있다.

중국 경제는 그동안 대외적으로는 수출, 대내적으로는 투자를 통해 고도성장을 이뤄왔다. 특히 건설·부동산 부문에 대한 투자가 중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2020년을 전후로 두 가지 모두가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은 2001년 WTO에 가입한 후 글로벌 자유무역 질서에 편승해 수출을 늘렸다. 자유무역의 혜택은 누렸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보조금 지급과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 등이 이뤄졌고 이에 따라 2020년을 전후로 다른 나라로부터 공격받는 대상이 됐다.

특히 미국이 중국 경제의 불투명성과 불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대대적인 무역제재에 나서면서 중국은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처했다. 아울러 투자에 의존한 경제성장은 부동산 거품을 만들었고 이 부동산 거품은 터지기 직전 상태까지 다다랐다. 중국 정부가 나서서 급한 불은 끄고 있지만 부동산 거품의 뇌관이 본격적으로 터지면 중국 경제는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또 청년실업률이 20%가 넘는 등 고용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중국 역시 경제적으로는 ‘1만 달러의 덫’이라는 시험대에 들어선 것이다.

중국 정부는 경제적으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시장 개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시진핑 체제 아래서는 더욱 이런 모습이 눈에 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1인당 소득이 1만2000달러 정도인 중국의 경제 발전 단계에서 시장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의 개입이 강해지면 성장은 타격을 입는다. 개혁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산당과 시진핑 1인 체제를 강화하고 중국인에 대한 사상 교육을 강화하겠지만 시장경제와 자본주의 맛을 본 중국인들이 당의 의도대로 움직일지는 의문이다.

또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검증되지 않는다면 시진핑 사상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정치적으로는 ‘1인 독재’ 체제를 강화하면서 경제적으로는 시장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 될 수도 있다. 중국 경제에 투자할 때 정치적인 문제를 감안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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