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시킨 피자에 삼발이 없으면 어떻게 되길래?…근데 그거 뭐지? [그거사전]

홍성윤 기자(sobnet@mk.co.kr) 2023. 11. 1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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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있잖아, 그거." 일상에서 흔히 접하지만 이름을 몰라 '그거'라고 부르는 사물의 이름과 역사를 소개합니다.

그녀는 피자 세이버로 돈방석에 앉지는 못했다.

특허권 연장을 위한 특허료를 내지 않은 탓에 1993년 피자 세이버에 대한 특허는 만료됐기 때문이다.

한편 '패키지 세이버'가 등장하기 10년 전인 1974년 아르헨티나에서는 이미 피자 세이버의 전신 격인 'SEPI'라는 (뜻을 짐작할 수 없는) 이름의 물건이 발명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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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사전 - 2] 배달피자에 꽂혀있는 삼발이 ‘그거’

“그거 있잖아, 그거.” 일상에서 흔히 접하지만 이름을 몰라 ‘그거’라고 부르는 사물의 이름과 역사를 소개합니다. 가장 하찮은 물건도 꽤나 떠들썩한 등장과, 야심찬 발명과, 당대를 풍미한 문화적 코드와, 간절한 필요에 의해 태어납니다. [그거사전]은 그 흔적을 따라가는 대체로 즐겁고, 가끔은 지적이고, 때론 유머러스한 여정을 지향합니다.
피자 세이버가 늠름하게 피자를 지키고 있다. 이 작은 플라스틱은 피자를 구원하고, 피자는 우리를 타락시키리라. [사진 출처=위키피디아, 4028mdk09]
명사. 1. 피자 세이버(Pizza saver) 2. 피자 삼발이(국내 업체에서 대량으로 주문할 때 쓰이는 명칭)【비슷한 말】피자 테이블 【예문】피자 세이버의 가격은 1000개에 9달러 내외다.

피자를 배달시켜 먹어본 사람이라면 피자 중앙에 다소곳이 꽂혀서 오는 플라스틱 삼발이를 알 것이다. 무심코 버리는 물건이지만 이름은 굉장하다. 무려 ‘피자 세이버(pizza saver)’다. 삼발이 탁자처럼 생긴 탓에 ‘피자 테이블(pizza table)’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위키피디아 등 오픈 백과사전에는 ‘피자 스택’ ‘피자 오토만(발걸이로 쓰이는 등받이와 팔걸이가 없는 나지막한 의자)’ ‘피자 니플(젖꼭지?!)’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고 명시해놓고 있는데 딱히 널리 쓰이지는 않는다. 특히 피자 니플은 검색할 때 후방 주위를 요한다. 음란 마귀들아 물렀거라.

피자 세이버가 없으면 피자의 열기와 습기로 인해 종이로 된 피자 상자가 우그러져 피자 표면에 맞닿게 된다. 파인애플을 제외한 토핑 취향이야 존중하지만, 골판지 상자는 결코 매력적인 토핑이 아니다. 피자 세이버가 없었다면 우리는 배달 온 피자 박스를 열 때 마다 두려움에 떨었을 것이다.

피자 세이버가 없으면 벌어지는 일. 피자가 얼마나 맛있는지 야생의 박스가 ‘빼먹기’를 시전했다. [사진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피자 세이버는 이름처럼 피자를 구원하는 존재인 셈이다. 1983년 미국 뉴욕에 사는 카멜라 비탈레(Camela Vitale)라는 양반이 발명하고 특허 출원(발행 번호 US4498586A)을 낸 ‘포장 세이버(package saver)’가 시초다. 주부이자 시의회에서 활동한 비탈레는 발명 이력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과학자나 엔지니어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의 발명품은 간결하면서도 버릴 것 없는 디자인에 저렴하게 만들 수 있었고 무엇보다 기능적이었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만 연간 약 30억 판의 피자가 판매되고 있고 시장 규모는 390억 달러(원화로 51조원)에 달한다. 참고로 30억 판이란 판매량은 냉동 피자 10억 판을 제외하고 달성한 수치다. 수십억 판에 달하는 피자와 수십조 원 규모의 거대한 시장이 한 사람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1983년 특허 출원한 ‘피자 세이버’ 아이디어 이미지. [사진 출처=구글 특허]
그녀는 피자 세이버로 돈방석에 앉지는 못했다. 특허권 연장을 위한 특허료를 내지 않은 탓에 1993년 피자 세이버에 대한 특허는 만료됐기 때문이다. 한편 ‘패키지 세이버’가 등장하기 10년 전인 1974년 아르헨티나에서는 이미 피자 세이버의 전신 격인 ‘SEPI’라는 (뜻을 짐작할 수 없는) 이름의 물건이 발명된 바 있다. 안타깝게도 특허가 갱신되지 않았고 널리 알려지지 않아 최초 타이틀을 뺏기게 됐다. 미국에서 피자가 배달 음식으로 자리 잡은 것 역시 피자 세이버 주도권 경쟁에서 이긴 이유로 짐작된다. 아르헨티나 입장에서는 축신 리오넬 메시와 함께 피자 세이버를 최대 수출 품목으로 올릴 기회를 놓친 셈이다. 이런 아디오스!

피자를 구원한 여인 비탈레는 2005년 9월 2일, 6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우연의 일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겠지만, 2월 9일이 북미 지역 ‘전국 피자의 날’임을 상기해보면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피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이었던 셈이다. 9월 2일엔 그녀를 기리며 피자 한 판 배달시켜 먹는 건 어떨까.

  • 다음 편 예고 : 포장해온 초밥 사이에 초록색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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