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푸라기]테슬라도 파는 자동차보험…현대차는?

윤도진 2023. 11. 1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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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정보로 보험료 깎아주는 '탤레매틱스 보험'
국내 '티맵 운전점수 할인' 있지만 정보 제한적

보험은 위험과 담보를 돈으로 환산해 보험금과 보험료를 매깁니다. 자동차 보험을 예로 들면 사고 때의 신체적·물질적 피해 규모, 그리고 그 피해를 겪을 확률이 보험금과 보험료의 산정에서 주요변수인 거죠. 사고가 날 확률을 낮추거나 더 상세하게 측정할 수 있기만 해도 보험 계약자는 보험을 더욱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고, 보험사는 보험금 나갈 일을 줄일 수 있다는 얘깁니다.

최근 보험연구원의 강윤지 연구원은 '일본 아이오이닛세이 동화손해보험(동화손보)의 디지털 전략'이라는 글로벌 이슈 보고서를 냈는데요. 이 보고서는 일본 손보업계 3위 업체인 동화손보가 '보상' 중심의 경영전략에서 벗어나 데이터·디지털 기술 활용을 통해 사고와 재해의 '사전 방지'를 지원하는 경영계획을 발표한 것을 소개합니다.

이런 계획은 텔레매틱스 자동차보험에서 출발하는데요. 텔레매틱스(Telematics) 보험은 통신(Telecommunications)과 정보과학(Informatics)을 활용한 보험을 말하죠. 차에 탑재한 통신기기에서 얻을 수 있는 운전정보를 보험료 산정 등에 활용하는 겁니다. 

이를 다른 말로는 행동기반보험(BBI, Behavior Based Insurance)이라고도 합니다. 국내에서는 캐롯손해보험이 대표적인 사용량기반보험(UBI, Usage-Based Insurance)인데요. 이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한 형태의 인슈어테크(Insurtech, 보험+기술)입니다. 

일본의 경우 아직 전체 차보험 중 텔레매틱스 보험이 차지하는 보험료 비율이 2023년 기준 6.1%(2622억엔, 18일 기준 2조2718억원)이라고 하는데요. 이 비율은 2026년까지 10.6%(4734억엔)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본 텔레매틱스 보험 시장 규모/자료=보험연구원 제공

동화손보의 텔레매틱스 자동차보험은 고객 주행 데이터를 기초로 안전운전 점수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 줄뿐만 아니라 안전운전 조언(어드바이스) 등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답니다. 이 보험은 가입자 만족도(85.8%)가 일반 차보험(65.9%)보다 19.9%포인트 이상 높게 조사된다고 합니다. 사고 발생 빈도도 약 15% 낮아졌고요.

이 손보사는 이 텔레매틱스 데이터로 사업을 넓히는 전략도 가지고 있다는데요. 교통약자 대응, 교통상황 정비 등의 지역사회 과제 해결 등도 지원하고요. 차의 진동상태 등의 정보로 '노면 상황 파악 시스템'도 개발해 지방자치단체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주행하는 차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정보를 이용해 저렴한 보험을 만들어 파는 건 테슬라도 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2019년 보험상품을 출시해 캘리포니아 등 미국 일부 주에서 판매하고 있는데요. 지난해부터 중국과 유럽 등에도 진출하고 있답니다. 작년 한 해 테슬라 보험료 수입은 3억달러나 됐다는데요. 분기 성장률이 20%로 자동차 판매보다 급격했다고 자랑합니다.

테슬라 보험 소개 페이지/자료=테슬라 홈페이지

통상 미국에서 자동차 보험료는 연령과 성별, 사고 및 교통법규 위반 이력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데요. 테슬라는 보험료를 가입자의 주행거리와 보유 차종·대수, 거주지, 필요로 하는 보장 수준 등 5개 항목에 차내 탑재 센서에서 도출한 '안전 점수'를 더해 최종적으로 책정한다고 합니다. 

이 점수는 10만마일(약 16만km)당 사고 발생 확률을 예측해 0에서 100점까지 매긴다는데요. △과속 △차로이탈 △급감속(급브레이크) △충돌 경고 △전방차량과의 이상 접근 등의 데이터가 주요 감점요인이라네요. 심야 운전이 많아도 점수가 하락한답니다. 점수가 높을수록 보험료가 내려가는데, 기존보다 20~30%까지 저렴해진다는 게 테슬라 측 설명입니다.

미국에서는 테슬라에 이어 포드, 제너럴모터스(GM) 기존 자동차 메이커들도 최근 비슷한 보험을 내놓고 있다고 합니다. 리서치 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세계 텔레매틱스 보험 시장 규모는 지난해 52억달러에서 2030년 213억달러(27조원)로 성장할 거랍니다. 자동차 보험 전체가  작년 7837억달러나 되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 미미하지만 성장률은 매년 20%를 넘는 속도랍니다.

국내에서는 캐롯손해보험이 지난해부터 탤레매틱스 보험 시범 서비스를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보다는 훨씬 더 일반적인 것이 휴대전화 길 안내(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티맵'을 이용한 보험료 할인이 대표적인 BBI입니다. 티맵 이용과정에서 측정되는 운전점수가 일정 이상이면 제휴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깎아주는 방식이죠.

티맵 운전점수를 이용한 보험료 할인 안내/자료=티맵모빌리티

티맵 운전점수는 △과속 △급가속 △급감속의 횟수와 거리에 따라서만 산정되는데요. 밤에는 사고위험이 더 커 가중치가 붙고, 사고 위험이 가장 큰 급감속이 감점 폭이 가장 크다고 합니다. 

하지만 내비게이션 앱에서 확보할 수 있는 사고 위험과 관련한 주행정보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죠. 빠르게 전동화하고 있는 자동차는 차로 이상 이탈부터 졸음 운전 등까지 파악해 매우 세세한 정보를 그 자체에 가지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국내 점유율이 독점급인 현대차·기아가 보험을 하면 어떨까 하는 말도 나옵니다.

다만 국내의 경우 개인정보 수집과 이를 취급하는 것이 민감하다는 게 텔레매틱스 보험의 장애물로 꼽힙니다. 관련 규정도 촘촘한 만큼 정책적인 보완도 필요한 듯합니다.

[보푸라기]는 알쏭달쏭 어려운 보험 용어나 보험 상품의 구조처럼 기사를 읽다가 보풀처럼 솟아오르는 궁금증 해소를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을 궁금했던 보험의 이모저모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편집자]

윤도진 (spoon5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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