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품은 관문도시 인천…정체성 비추는 한국이민사박물관 [인천 박물관은 살아있다②]

김지혜 기자 2023. 11. 1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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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중구 북성동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 인천시 문화관광해설사인 박영한옹이 한인 102명을 태우고 하와이로 떠난 최초 이민선 갤릭호를 바라보고 있다. 경기일보DB

“제물포 시대를 중심으로 외적의 침략에 대한 진실을 과학적으로 진열하는 것, 이것이 참으로 인천 박물관의 나아가야 할 방향이고, 근본 사명이라 믿습니다.” 인천시립박물관의 초대 관장인 고(故) 이경성 관장. 그는 인천의 박물관은 향토사 연구의 중심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직접 편찬한 박물관보를 통해 박물관이 지역사회에서 해야 할 역할과 정체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한강의 기적’ 이후 제조업 중심의 압축성장을 경험한 인천과 서울을 배후로 둔 덕에 개발 담론의 소용돌이에 휩싸여야만 한 인천의 문화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현재 인천에는 28곳의 박물관이 있다. 국·공립이 16곳, 사립이 11곳, 대학이 운영하는 박물관이 1곳이다. 인천은 지금 300만 도시에서 나아가 750만의 재외동포까지 품은 ‘1천만 글로벌도시’로 거듭났다. 선원의 도시, 산업인의 도시, 중소상인의 도시로 자리 잡은 인천은 이제 문화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이어가야 할 때이다. 이에 따라 경기일보는 모두 4차례에 걸쳐 인천의 박물관의 현주소와 함께 박물관의 특징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② 인천의 정체성 비추는 한국이민사박물관

인천시립박물관의 목적은 '문화적 소양'을 고취시키는 한편, ‘인천의 정체성’을 알리는 것이다. 인천시립박물관의 분원인 한국이민사박물관은 그런 ‘인천의 정체성’을 알리는 곳이다. 이민사박물관은 개항 도시이자 국제 도시인 인천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박물관이자, 재외동포청 유치로 새로운 변화의 분기점에 서 있다.

이민사박물관은 지난 2008년 중구 북성동 월미공원 인근에 자리 잡았다. 당시 인천시는 미주 이민 100주년을 맞이해 제물포에서 이민선을 타고 먼 타국으로 출발한 선조들의 해외에서의 개척자적인 삶을 기리고, 발자취를 후손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시민들과 해외동포들이 함께 뜻을 모아 건립한 대한민국 최초의 이민사박물관이다. 이곳에는 이민사 관련 자료 3천570건과 9천347건의 소장품을 포함하고 있다. 또 인천에서 시작한 이민의 역사를 알리고 답사 형식의 역사 기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민사박물관은 앞으로 일본과 중국은 물론이고 독일을 비롯한 유럽 등 한민족 700만 동포들의 이주사를 폭 넓게 다루고자 하고 있다.

한국이민사박물관에 있는 유물 대패. 박물관 제공

■ 인천, 디아스포라의 도시…한국이민사박물관

인천의 공항, 항구 등 ‘관문’으로서의 역사는 인천이 최초의 박물관을 가질 수 있었던 역사의 기틀로 작용했다. 현재 인천시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유입을 시작으로 인천에서 머물면서 즐길 수 있는 관광 유치 전략과 관광시스템 발굴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한 관광시스템의 가장 주요한 장소가 월미공원과 이민사박물관이다.

특히 인천은 제물포 개항 이후 하와이 이민선이 출항인 곳이자 산업화로 인한 노동자들의 인천 유입이 잦게 이뤄진 곳으로 다양한 지역민과 민족, 언어 등이 섞이고 교류가 이어지던 곳이다.

한국이민사박물관의 한인 이민자들의 정착 생활을 표현한 모형. 경기일보 DB

이민사박물관은 1~4 전시실을 통해 이민의 역사를 훑을 수 있는 공간이다.

‘미지의 세계로’라는 제목의 1전시실에서는 이민의 출발지였던 개항 당시의 인천을 소개하고, 우리나라 첫 공식이민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국내정세 및 하와이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 또 이민사박물관이 ‘갤릭호’ 모형을 만들어 이민자들의 길고 험난한 여정도 생생하게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했다.

2전시실 ‘극복과 정착’에서는 하와이에 정착한 한인들의 애환과 개척자로서 미국 전역에 뿌리를 내린 발자취 등을 담은 사진자료 및 유물을 볼 수 있다. 사탕수수농장 한인노동자들의 고된 노동생활을 담은 영상과 하와이 한인학교를 연출해 놓은 교실에서는 그 당시 사용한 교과서 등이 있다.

3전시실에는 ‘국경을 넘어 세계로’라는 제목과 함께 중국, 러시아, 일본, 사할린 등 한반도 주변 지역으로의 이주와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중남미와 독일 등지로 떠나는 역사를 품었다. 마지막으로 4전시실에는 하와이 이민자들의 교육적 열망을 담은 인하대학교의 역사를 알 수 있다.

재일동포 특별전 포스터. 한국이민사박물관 제공

이 뿐만 아니다. 이민사박물관은 해마다 눈길을 끄는 특별전시로 시민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올해 이민사박물관은 ‘역경을 딛고 우뚝 선 조선인, 자이니치, 다시 재일동포’라는 주제로 특별전시를 하고 있다. 이민사박물관은 다음달 3일까지 지하1층 기획전시실에서 재일동포의 역사와 궤적을 보여준다.

일제강점기 시절 재일동포는 가난을 피해 일본에서 힘들고, 어렵고, 위험한 삶을 살아야 했고 해방 이후에는 제도적·민족적 차별과 사우며 스스로 ‘자이니치’라고 부르며 일본사회에 자리매김했다. 이민사박물관은 이번 특별전시를 통해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면서도 정상국가를 꿈꾸는 모국에 무한한 사랑을 보냈던 이들을 우리는 ‘재일동포’라 규정했다.

지난 2020년 브루노 피게로아 주한멕시코 대사등 참석자들이 한-멕시코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복원 전시하는 에네켄 기계를 살펴보고 있다. 경기일보 DB

■ 재외동포청 유치, 한국이민사박물관 스토리텔링 중요성

이민사박물관은 재외동포청 유치에 따라 큰 분기점을 맞이했다. 이민사박물관은 지난해 한민족 공식이민 120주년을 맞아 ‘그날의 물결, 제물포로 돌아오다’ 특별전을 준비하기도 했다. 이민사박물관은 해당 특별전을 통해 전 세계로 뻗어나간 우리 민족의 이민 역사를 사진을 망라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이민사박물관은 지난 6월10일 재외동포청 인천 출범을 기념해 한인 이민 발자취와 인천 근현대사를 살펴보는 도보 답사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했다.

한국이민사박물관 전경. 인천시 제공

특히 본관인 인천시립박물관은 이민사박물관의 재배치 등을 위해 재외동포청 유치에 따른 한인이민사의 대표성을 가진 유물을 집중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재외동포청 유치에 따른 이민사박물관을 확대하거나 재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 ‘2023년 시립박물관 제3회 유물구입 실시계획’을 마련했다. 박물관은 사업비 2억3천448만원을 투입해 오는 8월까지 한인이민사 관련 유물 중 미주 지역과 해양 관련 유물을 집중 구입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인천은 미주 한인 역사의 시작인 ‘하와이 이민’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박물관은 현재 가지고 있는 유물과 중복 여부를 따지고, 연구적으로 보관할 가치가 있는 유물인지 여부를 평가할 예정이다.

김충진 인천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인천이 재외동포청 유치에 성공한 만큼 이에 맞는 이민사 관련 유물을 확보하기 위해 이번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인천의 역사자료 보존과 전승에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소장 유물을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인천의 문화정체성을 대표하는 유물들을 수집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상열 한국이민사박물관 관장이 이민사 특성 고려한 '디지털 아카이브화'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지혜 기자

■ 김상열 한국이민사박물관장 “이민사 특성 고려한 '디지털 아카이브화' 필요”

김상열 한국이민사박물관장은 인천시의 재외동포청 유치 이후 남 모를 고민에 빠졌다. 박물관에 기대하는 ‘유물’이라는 것이 이민사에 있어서는 다르게 접근해야 하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이민사박물관의 확대·재개편 논의에서도 이 같은 지점을 고민하고 있다.

김 관장은 “박물관의 유물 수집에는 조사와 구입, 배치 등 최소 2~3년은 걸리는 지난한 과정”이라며 “이민사라는 특성에 따라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고 했다. 이어 “개인 1명, 1명의 모든 유물을 다 전시할 수 없을뿐더러 이들의 기록을 ‘디지털화’하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관장은 지난해 한인 이민사 120주년을 맞아 ‘그날의 물결, 제물포로 돌아오다’ 특별전을 성공적으로 치러내기도 했다. 김 관장은 당시 다양한 ‘디지털 유물’이 필요하다는 점을 여실히 느끼기도 했다. 당시 김 관장은 LA폭동 당시의 다큐멘터리와 한인 이민 후세대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은 디지털 아카이브를 전시했다. 특히 이민의 역사는 다른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짧은 탓에 유물이 가져다 주는 인상이 크지 않다는 점도 과제로 남아있다.

김 관장은 “당시 특별전의 상당 부분이 비디오와 오디오 등의 기록물로 이뤄져 있었다”며 “다양한 전시기법이 필요한 분야가 바로 ‘이민사’다”고 했다. 이어 “고대 유물과는 다르다는 점을 받아들였다”며 “그래서 디지털화를 바탕으로 한 전시기법을 확대해야 한다고 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관장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이뤄질 이민사박물관의 재개편 논의를 두고 120년의 이민 역사를 모두 조명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갈 방침이다. 김 관장은 “박물관에는 하와이 이민과 남미의 이민이 주요 유물과 전시에 쓰인다”며 “나머지 역사들에서의 기록을 찾는 과정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개항도시 인천이 이민 역사를 총망라 할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지혜 기자 kjh@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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