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생선 얼마나 더 필요하냐 묻는 격" vs "직역 이기주의 비판 직면할 것"···평행선 달리는 政·의료계 협의체
서로 입장차만 확인하고 성과 없어
국민 지지 다수지만 정부 지지율 떨어질라 '전전긍긍'
정부가 '필수의료 혁신전략'을 발표한지 정확히 한달이 지났습니다.
대책의 핵심은 16년 만에 의대정원 증원을 추진하고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수가 인상, 의사들에 대한 의료분쟁 부담완화, 지방대학 병원인프라 확충 및 교원확대 등이었습니다.
사실 다른 정책은 크게 이견이 없습니다. 지역, 필수의료 분야를 하고 있는 의료진들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이들을 육성하기 위한 인프라를 강화하겠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야 말로 '뜨거운 감자'는 의대정원 증원입니다. 국내 의대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16년 째 멈춰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의대정원을 놓고 의사들의 가장 큰 이익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 보건복지부 간 쟁점이 엇갈립니다.
의협은 의대 숫자가 부족하다는 정부에 대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의사 숫자가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는데 무슨 얘기냐"라고 맞받아칩니다. 이를 가운데에서 보고 있는 사람들은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의대정원 확대여부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정부·의협 간 '의료현안협의체'는 올해만 17차 회의를 진행했지만 평행선만 달리고 있습니다. 동어반복의 향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 14일에 열린 협의체 회의에 새로운 협상 멤버로 합류한 양동호 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인구 천명당 활동 의사 수 같은 단순 비교 만으로 의사 수사 부족한지 충분한지 판단하는 나라는 없다"며 "정부가 9·4 의정합의 정신을 위반하고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결정한다면 의료계도 2020년 이상의 강경 투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필수의료 분야를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제도로 바꾸면 자연스럽게 필수의료 분야로 의사가 몰릴 것이고 문제점은 해결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양동호 의장은 정부가 전국 의과대학에서 받고 있는 의대정원 확대 수요조사와 관련, “전혀 과학적이지도 않고 객관적이지도 않다”며 "고양이에게 생선이 얼마나 필요하냐고 묻는 것과 같다"며 정부가 추진 중인 의대정원 확대가 결국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정치인, 대학, 병원 등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도 강력한 어조로 맞받았는데요.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안타깝게도 그동안 의협은 국민의 기대, 의료현장에서 요구하는 것과 동떨어진 인식을 해왔다"며 "전 세계 국가와 학계가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OECD 통계를 외면하고 과학적이고 학술적인 방식으로 연구한 다수 국책연구기관의 의사 인력 수급추계를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로 부인해 왔다"고 강조했습니다.
정 정책관은 이어 "국민의 요구를 등한시하고 의사 인력 확충을 막는다면 직역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받지 않을 수 없다"며 "응급실 뺑뻉이와 소아청소년과 오픈런을 해결할 수 있다면 올라가는 의료비는 당연히 정부가 지출해야 하는 마땅한 비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의대정원이 국민의 성원을 받고 있는 정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정 정책관은 "의대정원 확대는 여야 없이 한목소리로 공감하는 정책이며 대다수의 국민이 지지하는 정책"이라며 "이런 현실을 놓고 언제까지 딴 세상 얘기처럼 추구할 것인지 묻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얼마 전 만난 정부 관계자는 저에게 "사실 현 정부 정책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게 많지 않잖아요. 그래도 의사정원 증원 문제는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으니 제대로 추진을 해야죠."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어떤 정권이든 개혁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지지율 하락은 불가피하죠. 정부의 궤도수정으로 그동안 받았던 수혜를 못 누리게 되거나 앞으로 못 누리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현 정부의 지지율은 이전 정부의 지지율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의대정원 확대는 국민연금 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 등 정부가 맞닥뜨려야 할 구조개혁보다는 훨씬 난이도가 낮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조속한 시일 내에 지지부진한 정부, 의료계 간 협상이 종료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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