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핑' 로제, APEC정상 부인들에 정신건강 경험 공유…"대화 중요"(종합)
김건희 여사도 참석…"지나친 경쟁의식 문제, 정신건강 프로그램 통해 개선 바라"
(워싱턴·샌프란시스코=뉴스1) 나연준 기자 김현 특파원 = K팝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로제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의 배우자들에게 정신건강과 관련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해 눈길을 끌었다.
백악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17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에서 APEC 정상회의 참가국 정상의 배우자들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행사를 주최했다.
이 자리에는 바이든 여사의 초청으로 로제가 참석했으며, 김건희 여사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파푸아뉴기니, 필리핀 정상 배우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함께 했다.
바이든 여사는 이날 행사에서 "놀라운 재능과 용기를 가진 젊은 여성을 소개하게 돼 영광"이라고 운을 뗀 뒤 로제에 대해 "자신의 플랫폼을 세계의 선을 위한 힘으로 사용하는 글로벌 슈퍼스타다. 엄청나게 인기있는 솔로 가수이자 K팝 그룹 블랙핑크의 리드 싱어"라고 소개했다.
바이든 여사는 "그녀는 또한 정신건강을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옹호자이며,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희망하며 용감하게 그녀의 이야기를 공유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그녀(로제)가 제 초청에 응해줘 고맙고, 제 노력을 지원해 준 김 여사에게도 감사하다"고 했다.
백악관 출입기자단에 따르면 로제는 행사에서 "정신건강은 결코 쉬운 주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저에게는 많은 인내와 무엇보다도 많은 관심이 필요했다. 우리가 더 나은 건강과 체력을 위해 음식을 섭취하는 것처럼, 정신건강도 신체건강과 마찬가지로, 아니 그보다 더 의도적으로 노력해야만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제는 "우리 자신의 가치는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느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항상 상기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로제는 또 '소셜미디어를 둘러싼 외로움과 고립, 그리고 그것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열린 라운드테이블 토의에서 소셜미디어와 관련한 자신의 정신 건강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제 경험에 비춰볼 때 때때로 제가 하는 일 중 일부가 결코 충분하지 않다고 느껴질 때가 있고, 제가 어떤 일을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항상 자신만의 의견을 갖고 있거나 그 이야기를 주도하는 것을 즐기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며 "그래서 그것은 저에게 외로움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로제는 특히 소셜미디어에서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는 것은 특히 사람들이 비판적일 때 자신이 취약하다고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는 "가끔은 제가 많은 사람들을 팔로우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들은 항상 제 편이 아니다"면서 "단지 제가 이 모든 여정에서 이 거대한 팔로우에 취약하다고 느낄 뿐이다. 그래서 저는 소셜미디어가 제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로제는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이런 것에 대해 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로제는 가수로 성공하기까지의 여정이 쉽지 않았고 지금도 때때로 어려움이 있지만 스스로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로제는 이를 토대로 한 자신의 음악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과 위안을 주기를 바란다는 뜻도 전했다.
로제의 발언에 대해 바이든 여사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평가하며 "이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고 다른 사람들이 어둠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모습이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바이든 여사는 "너무 자주 이런 문제들을 숨기고 비밀로 하고 무시하지만, 우리가 이를 드러내고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치유를 시작할 수 있다"고도 했다.
로제에 이어 발언한 팀 쿡 CEO는 "우리는 확실히 해법의 일부가 돼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며 "우리는 사람들이 아이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제 생각엔 여러분이 휴대전화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면 (그것은) 여러분이 누군가의 눈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고, 잘못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바이든 여사는 "매우 로맨틱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라운드테이블 토의에서 바이든 여사가 현대 기술로 사람들 간 소통이 원활해졌다며 이제는 고립과 불안감 등 마음건강을 위해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하자, 공감을 표했다.
김 여사는 그러면서 "한국은 경쟁 사회에서 서로가 서로를 매우 강하게 의식한다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여사는 "지나친 경쟁의식으로 인해 많은 감정이 개입되고, 그래서 더 많이 지치기도 한다"며 "이런 문제점들이 여러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통해서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여사는 어려운 얘기를 공유해준 로제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한편, 블랙핑크를 비롯한 K팝과 한국 문화의 글로벌 영향력이 대단하며 앞으로의 음악과 긍정적 메시지로 감동을 전해주기를 기대한다고 격려했다.
이어 김 여사는 애플 체험공간에서 내년 출시를 앞둔 애플 비전 프로 및 애플워치의 정신건강 관련 기술 시현을 둘러봤으며, 애플파크를 산책하고 애플의 원형 사옥을 방문했다.
김 여사는 애플 파크가 환경적 측면에서 혁신적인 건물이라는 데에 주목하는 한편, 모든 건물에 명상, 기도 등을 위한 '평온의 방'(serenity room)이 있다는 점도 정신건강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김 여사는 "친환경, 탄소중립을 지향한 애플의 건축 방식과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중시한 세심한 공간 조성이 인상 깊다"며 한국에도 이런 공간이 더욱 많아지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김 여사와 바이든 여사는 지난 4월 국빈 방미 당시 미국 워싱턴D.C.의 국립미술관을 방문해 마크 로스코 작품을 함께 관람한 일을 상기하며,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마크 로스코의 인연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바이든 여사는 평소 김 여사가 관심을 갖고 활발히 활동해온 분야인 정신건강을 주제로 한 APEC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여한 데에 감사를 전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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