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면도? 네가 재벌이냐?”…이 남자 없었으면 수염 맘대로 못잘랐다 [추동훈의 흥부전]
[흥부전-31][브랜드로 남은 창업자들-26] 킹 캠프 질레트
날씨가 추워지며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몸도 무거워지는 계절입니다. 특히 찬 바람에 몸을 녹여가며 씻어야 하는 아침, 남자들은 거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면도를 위해 따뜻한 물로 얼굴을 적시는 게 일인데요. 매일 해야 하는 면도가 귀찮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처럼 매일 편리하게 면도를 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감사해야 한다는 사실. 왜 그런지 오늘 브랜드로 남은 창업자들, 흥부전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역사 속에서 면도는 무척 쉽지 않은 작업이었던만큼 아예 수염을 기르는 것을 미덕으로 삼은 시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거울이 발명되고 날카로운 칼이나 손도끼 등을 제작할 수 있게 기술이 발전하며 면도 기술도 함께 진보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면도는 상당히 난도를 요하는 작업이었고, 상류층 등 지배계층의 전유물로 취급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면도의 역사를 완전히 뒤바꾼 혁신이 20세기 초에 등장한 안전면도기입니다. 싼 가격으로 제작돼 한두 번 쓰고 버릴 수 있는 일회용 면도날의 발명은 누구나 손쉽고 편리하게 면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바로 면도기의 대명사, 질레트를 창업한 킹 캠프 질레트입니다.
형들과 함께 물건을 직접 만들어보고 어떻게 물건이 작동하는지 그 원리를 탐구하고 탐험하던 발명가적 자세는 면도기 개발에도 큰 힘이 됐습니다.
뉴욕에서 철물 도매업을 배우며 돈벌이를 해오던 그는 직접 영업에 나서서 철물을 판매하고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중간 중간 금속 제품과 전기케이블, 베어링 등에 대한 특허를 내놓기도 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891년, 30대 중반의 나이가 된 질레트는 아내와 자녀들을 부양하기 위해 36세의 나이에 ‘볼티모어 씰 컴퍼니’ 라는 회사에 취업했습니다.
질레트는 당시만 해도 비싸기만 하고 항상 갈아주고 관리해줘야 하는 면도기 대신 한번 쓰고 버릴 수 있는 면도기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이를 위해 그는 기존 면도날보다 훨씬 얇은 대신 한쪽 면이 아닌 양쪽 면에서 절삭이 가능한 양면 면도기를 만드는 아이디어를 냅니다.
질레트는 8년간의 연구개발 기간 동안 생업인 세일즈일도 병행하며 버티고 또 버틴 끝에 성과를 냅니다.
하지만 출시 첫해,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첫해에 판매한 면도기는 51개. 면도날은 160여개에 불과했습니다. 질레트는 크게 실망했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반전이 일어납니다. 획기적인 면도 혁신이란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1904년, 한해에만 9만여개의 면도기와 12만개의 면도날이 판매된 것입니다. 이후 질레트는 영국 런던에 해외 사무소를 짓고 프랑스 파리에 신규 공장을 짓는 등 사업을 탄탄대로로 확장해나가며 시장을 압도해나갑니다.
1915년 질레트의 면도기 판매량은 45만 개를 돌파했고 면도날 판매량은 7000만개를 넘었습니다.
다만 그의 말로는 안타까웠습니다. 경영 이사진과의 갈등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며, 이후 미국에 터진 대공황으로 질레트는 주가가 폭락하며 사실상 재산을 몽땅 잃은 채 사망한 것입니다. 공격적인 사업확장과 무리한 투자 확대가 당시 화근이 된 셈입니다. 물론 질레트 사후 질레트는 여러 전문경영인의 안정적인 운영과 인수합병 등을 통해 글로벌 면도기 회사의 위상은 더욱 높아져 갔습니다. 지금도 질레트는 면도기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고 있죠.
‘흥’미로운 ‘부’-랜드 ‘전’(傳). 흥부전은 전 세계 유명 기업들과 브랜드의 흥망성쇠와 뒷야이기를 다뤄보는 코너입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더욱 알차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장사 끝나고 보니 200~300원 손님 수두룩”…골머리 앓는 붕어빵 ·호떡집 - 매일경제
- 20대 사장님, 60대 알바생…요즘 편의점에 무슨 일이? - 매일경제
- “싼타페보다 싼 ‘벤츠 킬러’ 될래요”…또 가격깡패, 4천만원대 볼보 [최기성의 허브車] - 매
- “제주도, 해외 여행의 반값? 그래도 안 가”…이유 들어보니 - 매일경제
- “저 학생, 골프 좀 치는데?”…알고보니 황제 아들 황태자였네 - 매일경제
- “소변 검사 결과 깜짝 놀랐다”…女의원 성폭행하려고 프랑스男이 한 짓 - 매일경제
- “매년 부담없이 해외 가겠네” 여행족 관심 폭발한 ‘이 카드’ 정체 [여행人터뷰] - 매일경제
- 미국 간 ‘블랙핑크’ 로제, 대통령 부인들 앞에서 당당하게 한 말 - 매일경제
- “아내가 집 밖 못나가”…결혼 3개월만에 파경 ‘日피겨 간판’, 무슨일이 - 매일경제
- “좋은 중견수 수비에 파워” 뉴욕포스트, 이정후 최대 5년 8000만$ 예상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