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리, 정해영, 최지민, 김도영 ‘KIA 4인방’이 국제대회에서 보여준 확실한 ‘존재감’[APBC]
KIA의 현재이자 미래인 이의리(21), 정해영(22), 최지민(20·이상 투수), 김도영(20·내야수) 등 ‘KIA 4인방’이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국제대회의 중압감을 견뎌내며 야구 선수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할 발판을 만드는 중이다.
대표팀 좌완 선발 이의리는 지난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APBC 대회 예선 2차전 일본과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6안타(1홈런) 3사사구 3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경기 전 “만약 이의리 선수가 일본 타자들을 상대로 잘 던지면 또 한 번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초반 이의리는 마운드에서 긴장한 듯했다. 3만명 이상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이겨내는 모습이 다소 외로워 보이기도 했다.
이의리는 1회 1사에서 상대 중심 타선에 연속 안타를 맞고 만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사토 데루아키를 3구 삼진으로 잡은 그는 만나미 츄세이까지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실점 없이 첫 이닝을 마쳤다.
3회 상대 리드오프 오카바야시 유키에게 볼넷을 허용하는 등 무사 만루에 놓였으나 일본 4번 타자 마키 슈고에게 병살타를 유도하며 1실점 하는 대신 아웃 카운트 2개를 확보하는 대범한 투구를 했다. 4회 선두 타자 만나미에게 실투성 빠른 공을 던져 홈런을 얻어맞았지만 7회 오원석과 교체되기 전까지 더는 실점하지 않았다.
특히,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그는 6회 2사에서 자신에게 홈런을 안겼던 만나미를 다시 상대했다. 직전 타석 홈런을 의식한 듯 이의리는 볼 3개를 연달아 던지며 불리한 볼카운트에 직면했다.
본격적인 승부는 이때부터였다. 이미 투구 수 90개를 넘긴 상황에서 이의리는 시속 151㎞ 빠른 공을 힘껏 던져 첫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또 한 번 시속 151㎞ 직구를 던져 풀카운트를 만든 이의리는 결국 만나미를 내야 땅볼로 처리하며 마지막 이닝을 마쳤다. 이의리가 던진 96구째 마지막 공은 시속 152㎞ 직구였다.
국내 소집훈련이 진행됐던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났던 이의리는 “긴장해서 쫓기는 투구 대신 여유를 가지고 공을 던지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그 바람을 현실로 만들었다. 일본전을 마친 이의리는 “1회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잘 막으면서 긴장이 풀렸다”는 소감을 전했다.
마무리 투수 정해영은 앞서 16일 호주와 예선 1차전에서 2-2 동점이던 연장 10회초 무사 1·2루 승부치기 상황을 이겨냈다. 실점 없이 이닝을 정리한 그의 호투 덕에 한국은 10회말 노시환의 ‘끝내기 안타’로 3-2 승리를 맛볼 수 있었다.
사실 류 감독이 대회 전 점찍은 대표팀 마무리는 KT 박영현이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일정 탓에 박영현의 합류가 불발됐고, 대표팀 유일의 전문 마무리 자원인 정해영의 역할도 자연히 커졌다.
호주전 9회 2사 1·2루에 구원 등판한 정해영은 상대 4번 타자 알렉스 홀을 삼진으로 잡았고, 1·2루 주자를 깔아놓고 시작하는 연장 10회초에는 첫 타자 클레이턴 캠벨을 삼진으로 처리한 뒤 후속 타자 크리스 버크에게 병살타를 유도해 그대로 이닝을 끝냈다.
정해영은 경기 뒤 “첫 단추를 잘 끼웠으니까 마지막에도 웃으면서 한국에 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류 감독은 “정해영 선수는 다음에 나오면 더 잘 던질 것”이라고 칭찬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이자 대표팀 핵심 좌완 불펜인 최지민도 호주전 승리를 거들었다. 한국은 1-2로 뒤진 7회 1사에서 교체 투입된 신민혁이 2루타와 볼넷을 내줘 1·2루 위기에 빠졌다. 점수를 추가로 잃으면 승리의 가능성이 작아질 수 있던 상황에 최지민이 급히 투입됐다.
최지민은 릭슨 윙그로브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했지만, 홀과 캠벨을 각각 유격수 뜬공과 우익수 뜬공으로 정리하며 만루 위기에서 벗어났다. 류 감독은 “최지민 선수가 7회 만루를 실점 없이 막은 순간이 승부처였다”고 언급했다.
김도영도 프로 데뷔 이후 첫 국제대회에서 서서히 감을 잡아가고 있다. 그는 6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했던 호주전에서 4타수 1안타를 쳤다. 기록은 평범했지만, 결정적인 안타와 수비로 팀 승리에 보탬이 됐다.
특히, 1-2로 밀린 8회에는 선두 타자로 나가 좌전 2루타를 쳤고, 김주원의 적시타 때 동점 득점을 올렸다. 한국이 연장 10회초 1사 1·2루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병살’ 수비도 그가 만들었다.
김도영은 버크의 강습 타구를 한 번에 잡지 못하고 떨어트렸으나, 재빠른 후속 동작으로 3루를 밟은 뒤 2루로 송구하며 선행 주자 2명을 모두 잡아냈다. 김도영은 일본전에는 2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를 쳤다.
마찬가지로 눈에 띄는 기록은 아니지만, 한국 타선이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일본 좌완 선발 스미다 치히로에게 뺏은 안타 3개 중 1개를 김도영이 쳤다. 대표팀 타선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2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 중인 그는 남은 대만전(18일)과 결승 또는 3위 결정전(19일)에서도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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