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회의 열린 샌프란시스코엔 정상만 모였던 게 아니다 [세계엔]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회의가 막을 내렸습니다. APEC 국가들은 세계 인구의 38%, GDP의 약 60%, 교역량의 45%를 차지하는데요. '모두를 위한 회복력 있고 지속 가능한 미래 구축'을 의논하기 위해 모인 환태평양 연안 21개국 정상뿐만 아니라 매해 APEC 회의가 열리는 도시를 찾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APEC 반대 연합입니다.
■"APEC이 노동자 착취"
APEC 반대 연합(NO to APEC)은 100개가 넘는 단체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들은 APEC회의에서 성사된 무역 거래들이 전 세계 노동자들을 착취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노동자들의 가족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며 "노동자들에게 득보다 실이 많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대연합을 조직한 도나 데니나는 로이터 통신에 "APEC 정상회의가 전 세계 사람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일도 하지 않다는 점을 전 세계에 보여주기 위해서 모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데니나는 "그들이 하는 일은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며 "정부와 기업의 이해관계는 맞물려 있고, 노동자는 설 자리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대연합 기후 위기 담당인 닉 에바스코는 워싱턴포스트에 "실제로 기업 이익을 뒷받침하는 '청정' 및 '녹색' 경제라는 개념에 반대한다"며 "자유 무역 협정이 있을 때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그것이 기업에 돈을 벌어줄 수 있는 깨끗한 땅을 개발하는 것이라는 점을 봐 왔다"고 말했습니다.
반대연합은 매해 기업의 부당한 이익, 환경 남용, 열악한 근로 조건 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왔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재현된 전쟁 반대 시위
올해 샌프란시스코에는 새로운 목소리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도 함께 열린 겁니다.
APEC 정상회의에 참가하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각료들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원조를 중단할 것과 팔레스타인 지지의 뜻을 외쳤습니다.
200명이 넘는 사람들은 현지 시간 16일,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를 연결하는 주요 통근 노선인 베이 브리지를 봉쇄하기도 했습니다.
시위대는 "자유 팔레스타인"이라고 쓰인 표지판이 장식된 차량을 동원해 다리 위 도로를 차단했습니다. 또 몇몇 참가자들은 하얀 시트를 덮은 채 다리 위에 누웠습니다. 차량이 지나가지 못하도록 '다이-인'(die-in·죽은 것처럼 드러눕는 시위 행동)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 집회에는 팔레스타인 청년 운동( Palestinian Youth Movement)과 팔레스타인 연대(Bay Area Palestine Solidarity)를 포함한 몇몇 단체들이 참가했습니다.
■두쪽으로 갈라진 중국인들
APEC 회의 기간 동안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두 쪽으로 갈라진 중국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친중과 반중 집회가 함께 열린 겁니다. 이들은 회의 장소인 모스콘 센터 옆 하얏트리젠시 호텔 앞 도로에서 대치하기도 했습니다.
친중 단체는 중국을 찬양하는 음악을 크게 틀고, 오성홍기를 흔들며 시진핑 국가 주석의 방문을 환영했습니다.
반면 반중 단체는 'Free China(중국에 자유를)', ‘Free Tibet' (티벳 해방), ‘Free Uyghur(신장 위구르 소수민족 해방)’과 같은 스티커를 옷에 붙이기도 했습니다.
미중 정상회담은 APEC 회의장에서 40km 넘게 떨어진 별장에서 진행됐는데요. 이 같은 시위를 의식한 장소 선정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시 주석이 18만 명이 사는 미국 최대 화교 도시인 샌프란시스코에서 어떻게든 반중 시위를 마주치지 않게 하기 위한 거란 설명입니다.
APEC 회의와 정상회담은 시위대와 한참 떨어진 곳에서 진행됐습니다. 모스콘 센터 등 주변에는 3미터 높이의 철제 울타리가 설치됐습니다. 회의장에는 참석자만 접근할 수 있도록 보안을 엄격히 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그래서 APEC 정상들이 이 시위를 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미 워싱턴포스트는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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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효진 기자 (h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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