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또 다른 피해자는 지구… 기후위기 대응 ‘직격탄’ [세계는 지금]
러·우크라戰 온실가스 배출량 2190만t
간접적 영향 더하면 1억1910만t 달해
이·하마스戰도 비슷한 추세 보일 전망
軍, 평시에도 탄소배출 규제 ‘사각지대’
교토의정서 등 국제 규약서 ‘예외’ 적용
전쟁 인한 반목으로 협력 저해도 문제
전쟁이 지구에 가하는 부담은 우크라이나 전쟁 사례만 자세히 들여다봐도 알 수 있다. 지난 6월 우크라이나 환경부와 현지 기후단체 에코디아가 유럽기후재단의 후원을 받아 발표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기후피해’라는 보고서를 보면 2022년 2월 개전 이후 1년간 전쟁으로 인한 직접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이 2190만t에 달했다. 러시아군 1410만t, 우크라이나군 470만t 등 양측이 군사 행위 과정에서 소비한 연료를 통해 발생한 온실가스만 1900만t에 육박한다. 여기에 탄약과 전투 장비 사용 과정에서도 300만t에 가까운 온실가스가 배출됐다.
이는 어디까지나 직접적 전투 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일 뿐이다. 전쟁이 만든 간접적 영향으로 인해 발생한 온실가스까지 고려하면 피해는 몇 배로 불어난다.
전투 과정에서 발생한 화재, 피란민 이동 등에 따른 화석연료 사용, 인프라 파괴와 재건 등 간접적 영향 속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총망라한 수치는 무려 1억1910만t으로 추산됐다. 이는 약 2700만대의 자동차가 1년 동안 도로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과 맞먹는다.
보고서는 “전쟁으로 인한 가장 큰 부정적 기후 영향은 파괴된 건물과 인프라를 재건하는 데서 비롯될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전쟁 중 러시아가 에너지 인프라를 중심적으로 타격했기 때문에 이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온실가스는 지구온난화를 더 악화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만약 전쟁이 미국, 이란 등 군사 강국이 포함된 확전 양상으로 접어들면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군사 강국이 운용하는 최첨단 무기일수록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더 큰 우려는 전쟁의 후폭풍이다. 에너지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러시아와 중동이 연루된 두 개의 전쟁으로 한창 진행되던 화석연료 등 전통 에너지에서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 늦어질 수 있어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3일 이·하마스 전쟁의 여파를 평가하며 “이번 전쟁의 최대 승자는 석유 생산국이다. 아랍 석유 금수 조치가 에너지 시장을 뒤흔든 지 50년이 지난 지금 역사적 메아리가 차갑게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1973년 아랍과 이스라엘의 전쟁 여파로 고유가가 정착되며 석유시장이 호황을 이뤘듯이 이·하마스 전쟁으로 쇠퇴하던 석유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는 의미다.
매체는 “전쟁의 여파가 자국 내 석유 공급에 미칠 여파에 대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크게 긴장하고 있다”면서 “한창 재생에너지 전환에 열을 기울였던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석유 및 천연가스 등 전통 에너지 확보 등으로 전략을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발도상국의 재생에너지 전환에도 큰 차질이 예상된다. 유가 상승 흐름 속 개발도상국들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에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어서다. 선진국들이 부담 완화를 위해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지만 이마저도 국제 정세 불안 속 이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전쟁이 만든 국제적 반목이 기후위기 대처에 꼭 필요한 국제적 협력을 저해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물리적, 심리적으로 상당 시간 충돌을 이어갔던 국가들이 전폭적 협력이 필요한 환경 문제에 다시 뜻을 맞추기란 쉽지 않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연구기관인 채텀하우스의 환경 및 사회 센터 소장인 팀 벤턴은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다자주의가 분열되면 잠재적으로 중요한 협력 진전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가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이·하마스 전쟁의 경우 국제 협력 자체를 긴 시간 틀어막아 버릴 가능성도 상당하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중동문제 전문가인 프레데릭 웨어리는 “중동에서의 긴장 완화를 통해 지방정부와 시민사회 등이 지구온난화 대응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 등 다가오는 도전에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하마스 전쟁으로 중동 기후 의제는 여러 주요 분야에서 압박을 받게 됐다”고 평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이 전쟁 여파를 딛고 기후 문제 대응 의지를 이어나갈 수 있느냐가 향후 전 세계 기후위기 해결에서 중요한 문제로 대두됐다. 연구기관 국제위기그룹의 컴포트 에로 회장은 “이번 이·하마스 전쟁은 전 세계 국가들이 당면한 군사적 위기 속에서도 기후 문제와 관련한 외교적 협력 관계를 지킬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험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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