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가 전부 일본인이어도 K-POP 그룹일까?"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게릴라 콘서트까지
K-POP 성공 견제하는 일본, 이젠 X-POP?
일본인 그룹 XG "K-POP 경계 뛰어넘겠다"
외신 "한국인 없는 K-POP 가능할까?" 질문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박수정 PD, 조석영 PD
◇ 채선아> 지금 이 순간 핫한 해외 뉴스, 중간 유통 과정 싹 빼고 산지 직송으로 전해드립니다. 여행은 걸어서, 외신은 앉아서. '앉아서 세계 속으로' 시간입니다. 박수정 PD, 조석영 PD, 나와 계세요.
◆ 박수정, 조석영> 안녕하세요.
◇ 채선아> 오늘 첫 소식은 K-POP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BTS 정국의 얘기로 기분 좋게 시작해 보겠습니다.
◆ 박수정> BTS의 멤버 정국이 이번 달 3일에 솔로 앨범 'Golden'을 발표했는데 참고로 앨범명이 'Golden'인 이유는 정국의 별명이 황금 막내거든요. BTS 멤버들이 지어준 별명을 정국이 첫 솔로 앨범명으로 한 건데 앨범 활동을 시작하면서 전 세계에서 종횡무진 공연하고 연일 기록을 경신 중이거든요.
전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인 스포티파이에서 역사상 가장 빠르게 10억 스트리밍을 달성한 아티스트가 됐고요. 또 한국 솔로 가수 역사상 영국 차트에서 가장 높은 순위 3위를 기록했다고 하거든요. 영국이 미국보다도 더 보수적으로 차트에 들어가기 어려운 국가인 걸 감안하면 굉장한 높은 순위라고 볼 수가 있고요. 또 빌보드 탑 100에 정국의 'Standing next to you'가 5위로 진입했습니다. 빌보드 탑 100은 한국 가수가 들어가기 어려운 순위에요. 앨범 판매량을 보는 게 아니라 미국 라디오 방송에서 얼마나 방송이 되었냐를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팬덤보다는 대중성이나 인지도를 보는 차트거든요.
◇ 채선아> 정리하면 정국의 인기가 대단한 거네요.
◆ 박수정> 지난 10일에는 뉴욕 타임 스퀘어 광장에서 정국이 게릴라 콘서트를 엽니다. 몇 시간 전까지 사전 공지를 따로 안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띄워드리는 사진처럼 타임스퀘어 일대가 거의 마비될 정도로 미국 전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요. 현지 언론사에서 이 사태가 너무 말도 안 된다고 헬기를 띄워서 이 장면을 생중계했어요.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화제가 됐던 사진이 하나 있어서 가지고 와봤는데요. 2014년도에 방탄소년단 정국과 2023년도의 방탄소년단 정국을 비교한 사진이예요.
◇ 채선아> 2014년도에도 정국이 뉴욕에 있었나요?
◆ 박수정> 2014년도에도 정국이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미국인들을 붙잡고 영어로 "Come to our concert" 우리 공연에 제발 와주시라고 전단지를 직접 만들어서 홍보하거든요. "무료 공연이에요"라고 얘기하면서요. 정확히 같은 도시에서 9년 뒤인 2023년에는 수만 명의 관객들을 모으는 가수로 성장한 거죠. 그런데 이렇게 전 세계적인 K-POP의 성공을 부러워하는 것처럼 보이는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 옆나라 일본인데요. 그동안 여러 해외 진출 프로젝트를 시도했었는데 사실 이렇다 할 성과를 낸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이제는 겉으로 보기에는 K-POP이지만 사실은 일본 그룹이라는 식의 전략을 쓰기로 한 것 같습니다.
◆ 조석영> 전략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눈속임처럼 보일 수도 있겠는데요?
◆ 박수정> 빌보드에서 다소 도발적인 기사가 나왔는데요. "K-POP 열풍의 다음 주자, 일본의 걸그룹이 이끄는 X-POP이 될까"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서는 일본에서 어떻게 K-POP의 글로벌 열풍을 자국 그룹의 홍보에 활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일본의 XG라는 걸그룹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상세하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 채선아> XG 그룹의 이미지를 보니까 전형적인 K-POP 그룹 같기도 해요.
◆ 박수정> 그렇게 한국의 그룹을 연상시키는 포인트들이 많은데 이게 정확히 XG가 노리는 전략입니다. 이 그룹이 데뷔 때부터 굉장히 독특한 포지션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게 소속 기획사는 일본인데요. 멤버 7명 모두도 마찬가지로 일본인이에요. 그런데 프로듀싱이나 스타일링이나 심지어 음악 방송 활동은 모두 한국에서 하고 있고요.
기사 내용을 직접 인용해보면, "K-POP의 감성 그리고 K-POP의 방식으로 트레이닝을 받았고, 멤버들은 모두 일본인이지만 노래는 모두 영어로 부른다" 또 "XG의 목표는 일본 가수가 서양의 주류 음악계에서 성공할 수 있게 이끄는 아티스트가 되는 것"이라고 표현하거든요.
◆ 조석영> 일본 사람들이고 일본 회사인데 한국에서 왔다는 것만으로 저런 기사가 나온다는 걸 보면 사실 K-POP이 한국인으로만 이뤄진 가수들일까? 궁금해지기는 해요. 이미 다국적 그룹이 많잖아요. 사실상 K-POP은 국적만으론 규정하기 힘든 어떤 시스템이 된 거죠.
◆ 박수정> 이 기사에서는 XG에 대해 '얼핏 보면 K-POP 그룹의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뮤직비디오도 한국 프로덕션 팀과 함께 만들었고 엠넷의 엠카운트다운이라는 음악 프로그램이 있잖아요. 거기도 주기적으로 출연하고 또 제작팀도 유명한 K-POP 프로듀서들이 함께하고 있어요. 그런데 XG한테 "너네 K-POP 그룹이야?"라고 물어보면 "아니 우리는 현재의 패러다임을 초월하는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인 X-POP 그룹이야"라고 답을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 기사를 작성한 빌보드의 기자까지도 K-POP 아티스트의 모든 조건, 심지어 헤어 스타일리스트나 메이크업 아티스트 다 한국 스태프들이 하고 있는데 왜 스스로를 K-POP이 아니라 X-POP이라고 규정하느냐는 물음을 던지거든요.
◇ 채선아> 궁금한 게 X-POP이 무슨 뜻이에요?
◆ 박수정> 제작자가 인터뷰에서 직접 밝힌 바로는 'X'라는 알파벳이 뭔가 알 수 없는 것, 규정할 수 없는 미지수를 뜻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아직 알 수 없는 K-POP 경계 너머의 세상의 음악'을 한다는 뜻이라고 해요. 제가 국내 반응을 좀 찾아봤거든요. 그런데 국내 K-POP 팬들의 반응은 다들 약간 물음표. "이게 무슨 말이야?" 굉장히 부정적이고요. K-POP이라는 브랜드의 파워를 이용한다는 여론이 있어요. 물타기를 통해 일본 그룹들이 K-POP 인기에 편승하는 시도가 아니냐는 거죠. 이런 비판에 대해서 XG의 제작자는 '현재 K-POP 연예인들도 이니셜 K의 경계를 넘어서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 않냐, 우리도 마찬가지로 그 경계를 무너뜨리고 X-POP이 되기 위해서 같은 이유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 조석영> 이렇게 기존의 틀을 뛰어넘겠다는 규정은 자기들이 하고 나오면 멋이 없어요. 평단이나 대중이 "너네는 한 단계 넘어섰다"라고 평가해 줄 때 의미가 있죠.
◆ 박수정> 이 K-POP이 무엇인가를 둘러싼 질문과 논쟁은 계속 이어지고 있어요. 올해 BBC와 CNN 같은 외신에서 이런 보도를 낸 적이 있거든요. "한국인 멤버 없는 K-POP 존재할 수 있을까?" '블랙스완'이라는 그룹이 있는데 이 그룹을 조명하면서 과연 K-POP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해외 언론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 기사도 '날이 갈수록 국적의 경계가 흐려지는 K-POP 산업에서 이 장르는 어떤 것으로 구성되고,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한국어로 노래하는 것이 K-POP인가 아니면 한국인과 문화적인 공감대가 있는 것이 K-POP인가? 한국의 감성, 한국의 시스템, 한국의 트레이닝 그 어떤 것이 K-POP의 구성 요소인가?' 질문을 던지면서 끝나는데 과연 K-POP이란 무엇인가, 어떻게들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채선아> 네, 여기까지 K-POP 열풍과 새로 등장한 X-POP에 대한 이야기 나눠봤고, 다음 소식은 프랑스에서 'K-남성'들이 인기가 많다는 소식이네요?
◆ 박수정>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에서 이런 기사가 나왔습니다. '한국 남자가 판타지적인 남성성의 새로운 전형이 됐다' 아주 쉽게 말해서 프랑스 여성들이 요즘 한국 남자에게 열광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세련되고 로맨틱한 K-드라마 속 한국 캐릭터에 프랑스 여성들이 푹 빠졌다는 내용인데요.
◆ 조석영> 많은 사람들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오를 수 있죠. 왜?
◆ 박수정> 더 구체적으로 인터뷰를 보시면 기사에 인용된 한 프랑스 여성이 이렇게 얘기를 해요. "한국 남자들은 프랑스 남자들의 비해서 훨씬 더 섬세한 것 같아요. 스킨케어도 하고요" 아침에 비비크림이나 기초화장을 하는 한국 남자들이 많다는 거죠. 이렇게 자기 관리를 잘하는 점이 큰 매력의 요소라고 설명하고 한국 드라마를 보면 남자 주인공들이 피부가 정말 좋거든요. 그래서 저도 보면서 부럽다고 느낄 때도 있는데 그렇게 피부가 좋은 남자의 모습을 보는 게 유럽 여성들에게는 굉장히 생경한 일인가 봐요.
또 기사의 설명에 따르면 서구권의 미디어에서는 오랫동안 마초적인 남성성만을 미디어에서 그렸잖아요. 그런데 그런 남성성에 지치고 상처받은 유럽 여성들이 섬세하고 다정한 한국 남성의 캐릭터에 열광하게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 채선아>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남성상은 대부분 로맨틱하고 다정한 느낌인 것 같아요.
◆ 조석영> 하필 이 기사에 나왔던 이미지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였잖아요. 강태오 배우를 보면서 한국 남자들에 대한 판타지를 가진다. 다 이럴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되는 거 아닌가.
◆ 박수정> 이 기사에 인용된 정보에 따르면 프랑스 틱톡에 '한국인 꼬시는 법, 한국 남자랑 사귀는 법' 이런 꿀팁 영상들이 돌아다니고 있다는데요. 제가 직접 보니까 '한국 남성에게 오빠라고 말해라. 어느 정도 친해지면 우리는 친구 이상인 것 같다고 말해라. 그리고 더 친해지면 혹시 나랑 사귈래? 라고 말해라' 한 프랑스 여성이 이렇게 가르쳐주고 있어요.
◆ 조석영> 이런다고 사귀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요?
◆ 박수정> 그런데 유튜브에 검색해 보시면 서구권 여성들이 한국에 여행을 와서 "길에서 만난 잘생긴 한국 남자들에게 하이 파이브를 요청했다." 이런 영상들이 조회수가 몇 백만을 넘어가요. K-드라마에 나오는 것 같은 남성들을 인파가 많은 홍대, 강남역에 가서 직접 찾는 유튜버들도 있더라고요.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이 원래는 중국인 위주였다가 서구권 관광객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데 혹시 그 영향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채선아> 어쨌든 한국 남성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갔다는 건 우리 국가에 대한 호감도 자체도 올라간 거라고 볼 수도 있죠.
◆ 박수정> 그럼요. 프랑스 여성분들께는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는 말씀을 드리면서 한국 남성분들께서는 이 환상을 지켜주는 노력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 조석영> 그게 바람직하겠네요.
◇ 채선아> 네. 오늘 여기까지 외신 전해준 박수정 PD, 그리고 조석영 PD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박수정, 조석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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