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요즘 샴페인에 단맛이 덜 나게 된 이유는
한 잔 따라 마시면, 입안을 간지럽히는 수천 개의 기포들. 특유의 작고 부드러운 기포는 샴페인을 예찬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이 섬세한 기포를 만드는 기술이 오늘날 샴페인의 위상을 만들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지난 편에서 샴페인의 뼈대가 되는 베이스 와인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서 알아봤다면, 이제 샴페인의 기포를 만드는 이야기를 해볼게요. 스파클링을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샹빠뉴의 전통 방식은 1차 숙성으로 준비된 베이스 와인에 당과 효모를 투입해 ‘병 안에서’ 기포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효모야 뭐해, 탄산 만들어야지”... 와인에 당과 효모를 첨가하다
이렇게 베이스 와인에 당과 효모를 추가해 2차 병입을 하는 것을 ‘띠라쥬’(Tirage)라고 합니다. ‘띠라쥬’ 세 글자를 기억하면 샴페인의 라벨에서 더 많은 정보를 읽을 수 있습니다. 많은 와인 메이커가 샴페인의 띠라쥬 시기를 라벨에 기재해 놓기 때문입니다.
샴페인 숙성은 크라운 캡... 코르크 숙성 샴페인은 어떻게 찾아낼까
여러 번거로움과 비용을 감수하고도 코르크를 쓰는 경우, 2차 숙성의 기간도 길어집니다. 이들은 자연히 각 와이너리에서도 신경 써서 만든 상위 등급의 뀌베인 경우가 많겠고, 가격대도 높아지겠죠. 우리는 이 둘의 차이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비밀은 바로 샴페인 병 입구의 모양에 있습니다.
코르크 마개를 써야 하는 경우에는 코르크를 고정하기 위해 병의 입구 부근에 두꺼운 돌출 구간이 생깁니다. 반대로 크라운 캡을 사용한 경우에는 이러한 구간이 없습니다.
투명하게 빛나는 샴페인의 탄생, 기술 발전이 그 샴페인을 만든다
수년이 흘렀습니다. 기나긴 2차 숙성을 마치고, 출시를 앞둔 샴페인에 중요한 마지막 관문이 남았습니다. 역할을 다하고 병 안에 남은 효모 찌꺼기를 제거하는 일이지요. 와인병 안에 골고루 퍼져있는 효모 찌꺼기들을 정교하게 걸러내어 빼내는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효모 찌꺼기를 제거하는 기술은 샴페인의 오랜 역사 속에서 발전해 왔습니다. 이 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마담 클리코’입니다. 마담 클리코는 현대 샴페인 제조의 기틀을 만든 인물입니다. 과거에는 샴페인의 모습이 지금과 달랐습니다. 효모 찌꺼기를 제거하는 기술이 없었기에 샴페인 속에 효모 찌꺼기가 남은 채로 출시가 되었었고, 지금처럼 투명하고 깨끗한 모습이 아니었지요.
이 시절 ‘마담 클리코’는 최초로 효모 찌꺼기를 제거할 방법을 개발합니다. 중력을 이용해 효모 찌꺼기를 모아 제거하는 르미아주(Remiage) 기법과 이를 위한 특수 선반 ‘푸피트르(Pupitre)’를 고안해 내지요. 작업자들은 이 선반에 2차 숙성을 마친 샴페인을 거꾸로 꽂아두고 매일 병을 조금씩 돌려가며 찌꺼기가 병목으로 모이게 해 주었습니다.
이 작업은 몇 주에 걸쳐 진행될 만큼 시간이 많이 드는 고된 작업이었습니다. 오늘날에는 사람 대신 지로 팔레트(Gyro palette)라는 기계가 이 작업을 수행합니다. 덕분에 과거보다 작업시간이 단축되었고, 대량 작업도 가능해졌습니다.
정성스레 모아준 효모 찌꺼기를 제거하는 방법도 참으로 신기한데요. 병 입구를 영하 20도의 수용액에 담가 병 입구에 모인 효모 찌꺼기들을 급속 냉장시킵니다. 그리고 다시 병을 위로 향하게 똑바로 세운 후 마개를 느슨하게 해 줍니다. 그러면 샴페인 내부의 탄산가스 압력으로 병 입구의 얼음 조각(효모 찌꺼기)이 튀어나오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가 지금 마시는 깨끗한 샴페인이 되기까지 많은 기술 발전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물론 요즘은 시간을 되돌려 과거의 방식으로 생산하는 스파클링 와인들도 인기입니다. 대표적으로 내추럴 스파클링 와인인 ‘펫낫(pet.nat)’* 의 경우는 발효 과정을 1차와 2차로 나누지 않고, 효모 찌꺼기도 제거하지 않은 상태로 출시합니다. 병 입구도 코르크가 아닌 크라운 캡이 그대로 씌워져 있지요.
*펫낫: 프랑스어 페티양 나투렐(Petillant Naturel)의 준말로 자연적으로 생성된 거품을 가진 스파클링 와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오늘날에는 ‘내추럴 스파클링 와인’을 의미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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