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애의 영화이야기] 결론을 알면서도 몰입하게 되는 ‘서울의 봄’ (스포일러 없음)

현화영 2023. 11. 1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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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신기하다.

11월22일 개봉 예정인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 이야기다.

'서울의 봄'이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담아낸 1979년 12.12 군사반란은 상세한 과정은 몰라도 적어도 결론은 모두 안다.

'서울의 봄'의 주요 인물은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 육군참모총장 정상호(이성민), 9사단장 노태건(박해준), 헌병감 김준엽(김성균)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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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 2023)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참 신기하다. 결론을 알면서도 이렇게 몰입하게 된다니 말이다. 11월22일 개봉 예정인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 이야기다. 

‘서울의 봄’이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담아낸 1979년 12.12 군사반란은 상세한 과정은 몰라도 적어도 결론은 모두 안다. 주도자였던 전두환은 대한민국 11대, 12대 대통령이 됐고, 노태우는 13대 대통령까지 됐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2021년에 사망했다. 

말하자면, 영화의 결론은 물론, 주요 캐릭터의 미래까지 알면서도, 그 영화에 완전히 빠져드는 셈이다. 영화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 이유 몇 가지만 살짝 살펴보려 한다. 그리고 영화 관람을 추천하고 싶다.

- 사실은 잘 모르는 12.12 

1979년 12월 12일 저녁부터 13일 새벽까지 9시간 동안 벌어졌던 12.12 군사반란은 사실 상세한 과정까지 밝혀진 건 아니다. 관련 수사도 15년이 지나 그나마도 어렵게 시작됐다. 1995년 검찰은 5.18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성공한 쿠테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로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 이후 국회에서 특별법이 제정된 후에서야 12,12와 5.18에 대한 재수사가 시작되고, 전두환과 노태우 등이 반란혐의 및 내란혐의로 기소되어,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1997년 사면됐다. 

몇 월 며칠 몇 시, 누가 어디로 이동했고, 무엇을 했고 식의 소위 팩트는 알려졌지만, 그 팩트와 팩트를 주도한 이들의 속마음까지는 알 길이 없다. 수사가 시작된 시점도 늦었고, 당사자들은 입을 닫았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발포명령자조차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자세히는 모르는 이야기다 보니, 사실 새로운 이야기를 접하듯이 몰입할 수 있다.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 2023)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 우리는 알지만, 그들은 모르는

게다가 영화 속 인물들의 이름은 실제와는 다르다. 그래서 새로운 이야기로 느끼며, 몰입할 수도 있다. ‘서울의 봄’의 주요 인물은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 육군참모총장 정상호(이성민), 9사단장 노태건(박해준), 헌병감 김준엽(김성균) 등이다. 법적 이슈를 예방하는 차원도 있지만, 김성수 감독은 상상력으로 구체화 된 부분이 많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반란을 일으킨 자들과 그들을 막으려는 자들의 대결은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진다. 9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그들은 서로 설득하고, 협박하고, 회유하고, 명령하고, 복종하고, 항명한다. 영화 속 그들은 반란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그 결과를 모른 채, 고민하고, 행동한다. 그러나 관객은 그들의 미래를 안다. 결론을 아는 채, 극단으로 치닫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다 보면, 또 다른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역사가 조금은 바뀌길 바라는 마음도 들어서, 꽤 입체적인 몰입감 속에 빠질 수 있다. 

벙커를 비롯해 몇몇 그들이 모여있거나 혼자 있는 밀폐된 공간과 대비되는 서울 시내 밤거리 등 시각적으로도 긴장감은 강화된다. 게다가 끊임없이 울리는 유선 전화 벨 소리와 흥분한 전화기 너머 목소리도 청각을 자극한다. 

‘서울의 봄’이 담아낸 12.12 군사반란은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 1920)이 담아낸 1979년 10.26과 ‘택시운전사’(감독 장훈, 2017)가 담아낸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사이의 일이다. 세 영화가 시리즈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를 통해 역사의 퍼즐도 어느 정도 맞춰진다. 여러 가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김성수 감독의 바람처럼 검색을 좀 하게 된다.

긴장감과 호기심을 모두 자극하는, 2시간이 넘는 상영 시간이 매우 짧게 느껴지는 영화 ‘서울의 봄’의 관람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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