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CEO 퇴출 내막…공동창업자, AI 아닌 인류를 위한 “쿠데타” (종합)

이상덕 기자(asiris27@mk.co.kr) 2023. 11. 1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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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임 직후 이사회·직원 간담회
공동창업자 일리야 수츠케버
“쿠데타라고 부를 수 있다”
올트먼, AGI 경고 목소리 무시
“미래가 인간에게도 좋았으면...”
오픈AI 공동창업자인 샘 올트먼(왼쪽)과 일리야 수츠케버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공동창업자겸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이 전격 퇴출당한 배경은 일반인공지능(AGI) 출현에 대한 내부 경고를 무시했기 때문인 것으로 17일(현지시각) 전해졌다.

오픈AI는 2015년 12월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 와이콤비네이터의 CEO 샘 올트먼, 제프리 힌턴의 수제자 일리야 수츠케버 등이 AI 연구를 위해 설립한 비영리 스타트업이다. 특히 가까운 미래에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하고 투자 등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궁극의 인공지능인 AGI가 도래할 것을 믿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선한 AGI 개발을 목표로 한다.

이날 미국 IT 매체인 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오픈AI는 올트먼 CEO에 대한 해고 결정 직후, 전직원 회의를 열어 퇴출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이사회 멤버이자 사실상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공동 창업자인 일리야 수츠케버(Ilya Sutskever)가 질문 공세에 시달렸다.

직원들은 수츠케버를 향해 “이번 해고가 쿠데타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적대적 인수합병에 해당하는지”를 물었다. 더인포메이션은 이러한 질문에는 올트먼이 안전 문제를 희생시키면서까지 오픈AI 솔루션(챗GPT)를 상용화하려고 한 점이 투영됐다고 설명했다.

수츠케버는 이에 대해 “(쿠데타로) 그렇게 불러도 된다”면서도 다만 “자신은 (그렇게 부르는 것에) 동의하지는 않겠다”고 설명했다. 또 수츠케버는 ‘CEO를 제거한 것이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회사를 경영하는 데 있어 좋은 선택이었냐’는 질문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상적이지 않은 요소가 있다는 데는 동의한다”고 부연했다. 경영이 어려워 질 수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레그 브로크만의 트윗. 해고를 몰랐던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레그 브로크만 전 이사회 의장은 “샘과 나는 오늘 이사회가 내린 결정에 대해 충격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아직도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트먼 전 CEO나 브로크만 의장 역시 이사회 결의를 전혀 몰랐던 셈이다.

브로크만에 따르면, 이번 쿠데타는 수츠케버 공동창업자와 CTO(현 CEO)인 미라 무라티 등이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샘 올트먼은 미국 시각 금요일 낮에 수츠케버로부터 “회의를 하자”는 한통의 문자를 받는다. 올트먼은 곧 구글 미트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사회가 소집된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 자리에서 수츠케버는 샘을 향해 “당신은 곧 CEO로서 해고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브로크만 역시 20분 뒤 수츠케버로부터 비슷한 통화를 받았다. 똑같은 방식으로 구글 미트를 통해 접속했고 “이사회에서 해고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다만, 브로크만은 직책은 유지시켰다. 이사진에서만 제외된 것이다. 그리고나선 브로크만은 샘 올트먼이 해고됐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했다. 브로크만은 트윗을 통해 “내가 알기로는 전날 밤 까지, 이 사실을 안 경영진은 미라 무라티를 빼고는 없다”고 말했다.

오픈AI 이사진은 올트먼 해고 이유로 “이사회와의 소통에서 일관되게 솔직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해고 뒤 오픈AI 내부에선 AI 안전 문제가 큰 주제로 부상했다. 또 올트먼의 여동생인 애니 올트먼은 ‘성적 학대’ 주장을 펼쳤다.

임시 CEO를 맡은 미라 무라티(Mira Murati) CTO는 안전하고 유익한 AGI 개발을 강조한 상태다. 그러면서 그는 회사에 세 가지 기둥을 언급했다. 연구 계획, 안전·정렬(alignment) 작업, 능력·위험을 과학적으로 예측하는 방법 등이다.

“쿠데타라고 불러도 된다” 적대적 M&A 이슈 아냐
오픈AI 홈페이지
한국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오픈AI 창업을 주도한 것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다. 머스크는 2015년 12월 와이콤비네이터의 CEO 샘 올트먼, 제프리 힌턴의 수제자 일리야 수츠케버 등을 규합해 먼저 AI 비영리단체 설립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공동창업자로 스트라이프 CTO 그레그 브로크만(Greg Brockman), 로봇공학자 존 슐먼(John Schulman), 딥러닝 연구가 보이치에흐 자렘바(Wojciech Zaremba) 등이 합류했다. 이들은 AGI 출현을 진심으로 믿는 인물로 꼽힌다.

인공 일반 지능이라는 용어는 마크 구브루드(Mark Gubrud) 노스 캐롤라이나대학교 교수가 1997년 <나노기술과 국제 안보>라는 논문에서 자기 복제 시스템을 갖춘 군사용 인공지능의 출현을 전망하며 처음 사용한 단어다. 개념적으로, 인간의 지시 없이도 스스로 학습과 훈련이 가능한 꿈의 인공지능이다. 인류를 위한 선이 될 수도, 악이 될 수도 있는 AI 개념이다.

일론 머스크는 “인공지능은 인간의 삶을 바꾸고 질병과 빈곤 같은 커다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면서도 “반면 우리에게 가장 큰 실존적인 위협이 무엇일지 묻는다면, 그것 역시 인공지능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수츠케버 역시 “도구와 마찬가지로 좋거나 나쁘게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수츠케버 “GPT 약간의 자의식 있는 것 같다” AGI 출현 경고
딥러닝의 창시자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맨 오른쪽) 교수와 그의 수제자인 오픈AI 공동창업자 일리야 슈츠케버(맨 왼쪽) (출처=토론토대)
하지만 오픈AI 내적 갈등은 커졌다. 기업 생존과 기업 목표간 충돌이다.

2018년 머스크는 오픈AI가 구글에 비해 뒤처져 있다고 주장하면서 직접 CEO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구글 계열사에서 알파고가 출현한 직후다. 하지만 다른 공동창업자들이 반대에 나섰다. 이후 머스크는 오픈AI를 떠났고, 약속한 투자도 이행하지 않았다. 오픈AI는 위기에 직면했다.

이후 오픈AI 유한투자(OpenAI LP)라는 영리 자회사를 설립한 것이 샘 올트먼이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을 잡았다. MS는 2019년 오픈AI LP에 초기 투자를 단행했고, 이후 2022년까지 총 10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방법에 대해서도 내적 갈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올트먼은 CEO로서 상업적 확대가 필요했고, 이는 또 다른 갈등을 촉발했다. 2020년 말 일부 직원이 엔스로픽(Anthropic)이라는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엔스로픽은 구글의 투자를 유치했다. 또 국내에서는 SK텔레콤 LG CNS 등이 투자해 주목을 끌었다.

오픈AI는 올여름부터 수츠케버와 AI 안전 전문가인 얀 라이케(Jan Leike)주도로 ‘정렬’ 연구 팀을 구성해 AI 시스템이 부적절하게 실행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 솔루션 개발에 공을 들였다.

이 팀은 컴퓨팅 리소스 상당 부분을 초지능의 위협을 해결하는 데 사용하겠다고 내부에 선언했다. 수츠케버는 앞서 X(옛 트위터)를 통해 “현재 GPT가 약간의 자의식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2019년 다큐멘터리 ‘아이휴먼’에서 “미래는 인공지능에게 좋은 날이 될 것”이라면서도 “인간에게도 좋은 날이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픈AI내 직원들은 수츠케버를 첨단 기술을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실무형 리더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회사 전체를 이끌 경영 능력이 있는지는 미지수다.

오픈AI는 이날 올트먼 해임 직후 블로그를 통해 “인류를 해치거나 권력을 과도하게 집중시키는 AI 또는 AGI를 활성화하는 것을 피하고, AGI를 안전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트먼의 퇴출로 오픈AI는 챗GPT 서비스 개발보다 연구 개발에 중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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