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받거나 죽거나, 지방대의 생존게임

CBS 오뜨밀 2023. 11. 1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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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지방소멸 직격탄 맞은 지역 대학
"모두 살릴 수는 없다"는 정부, 선택과 집중
'글로컬 대학' 30곳 선정해 1000억씩 지원
1차 선정 10개 중 4개, '통합' 선택한 대학들
수도권 쏠림, 순수학문 고사 등 문제 지적도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조석영 PD, 신혜림 PD

◇ 채선아> 좀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시간입니다. 조석영 PD, 신혜림 PD 나와 계세요. 오늘은 신혜림 PD가 준비를 해왔는데, 글로컬 대학 30 얘기네요.

◆ 신혜림> 대학 30곳을 뽑아가지고 학교당 무려 5년간 1천억을 지원해서 세계적 대학으로 키우겠다는 이름도 거창한 글로컬 대학 34억. 이번 주 1차 대학 10곳이 최종 선정을 됐어요. 그래서 가져와 봤어요.

◇ 채선아> 선정된 대학에 1천 억을 지원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일이라서, 이 선정된 대학들은 지금 축제 분위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고, 정확하게 이 큰돈이 들어가는 사업이 어떤 건지 좀 설명 좀 해주세요.

◆ 신혜림> 올해 봄부터 빠르게 추진되는 사업이에요. 수도권 사시는 분들한테는 큰 이슈가 아니었을 수 있는데 지역에서는 굉장히 큰 이슈였습니다. 이번에 선정된 순천대는 현수막을 몇 미터 단위로 몇 개씩 걸 정도로 난리가 났습니다. 글로벌이랑 로컬의 합성어 '글로컬' 이렇게 불리잖아요. 지역 생태계를 혁신하면서 세계 수준의 대학으로 만들겠다. 그런데 저는 1년에 200억 가지고는 세계 수준의 대학까지 될 것 같지는 않은데 어쨌든 엄청 큰 규모죠.


◆ 조석영> 지역에 있는 대학들에게 이 정도의 육성 사업을 한다. 이건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 채선아> 지역에 있는 대학 입장에서는 되게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 좋은 소식일 것 같은데요.

◆ 신혜림> 네. 취지는 그런 것 같아요. 근데 이 사업 배경을 조금 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배경에는 근본적으로 인구 감소 문제가 있습니다. 인구가 감소되면서 학령 인구, 즉 학교에 이제 다니게 되는 그 인구가 쭉쭉 떨어져 왔는데 2020년부터 마침내 학령 인구가 대학 정원보다 적어지는 일이 발생하기를 시작했어요.

◇ 채선아> 인구 자체가 줄어드네요.

◆ 조석영> 그런데 대학 정원은 그대로면, 인구가 대학정원을 추월하는 경우가 생기고 특히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보시다시피 엄청나게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 신혜림> 마의 구간이라고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죠.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들이 2~3년 사이에 급속도로 늘어나 버렸어요. 2021년만 해도요, 대학 입학 정원이 47만 정도 됐는데 4만 명이 미달이 됐다 그래요.

◇ 채선아> 이렇게 입학 정원을 못 채우면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거예요?

◆ 신혜림> 학생이 없는 학교는 문 닫아야죠. 인기가 없어서 등록금 수입도 부실할 거고 그럼 교직원 임금 같은 게 체불될 거고 이런 식으로 사정이 되게 안 좋은 학교부터 문 닫는 시기인데 문제는 인적자원, 물적자원 이런 게 다 수도권에 몰려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이런 정원 미달 대학이 비수도권에서 심각한 거죠.

◆ 조석영> 벚꽃 피는 순서대로 지역에 있는 대학이 망한다는 얘기도 나와요. 지역 내 학생들도 가뜩이나 줄어드는데 그 학생들도 다 인서울 대학 가겠다, 하고 있으니.

◆ 신혜림> 수도권 그래프 다시 보시면요. 2024년부터는 학령인구가 다시 조금 그냥 유지가 돼요. 그러다가 2032년부터 다시 훅 내려가기 시작해서 2040년 때 보면은 2020년 때 학령 인구의 절반 수준이 됩니다. 지금보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요, 지금의 수도권 대학 입학 정원 모두와 나머지 전 지역에 지역 국립대 있잖아요. 국립대만 합쳐도 전부 수용 가능한 수준이에요. 나머지 사립대는 필요가 없어요. 안타깝지만 이번에 수능 본 수험생들이 이제 대학교 막 들어갈 거잖아요. 그중에 꽤 많은 곳이 유력한 확률로 당장 몇 년 아니면 십수 년 안에 사라질 수도 있다, 이런 얘기예요.


◇ 채선아> 입학을 했는데 갑자기 대학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는 거잖아요. 근데 이런 거를 입학하는 학생들은 모를 텐데, 그 학생들은 무슨 잘못인가, 이런 생각이 드네요.

◆ 조석영> 이건 정해진 미래였어요. 왜냐하면 학령 인구라는 거는 18년, 19년 전에 이미 나와 있는 거예요. 추계가 가능하단 말이죠. 그런데 부실 대학이 너무 많으니까 구조조정은 해야겠고 최근 거의 한 10년에 걸쳐가지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시도를 해보긴 했습니다.

◆ 신혜림> 노무현 정부 때부터 계속했다고 그러죠.

◆ 조석영> 재정 지원을 딱 걸어요. 왜냐하면 우리나라 사립대들이 완벽한 사립대가 아니라고 하는 게 국가에서 지원받는 재정이 너무 많거든요. 재정 지원을 걸고 '이러이러한 식으로 정원을 감축하세요! 안 그러면 돈 안 줄 거야!'라고 하는 식으로 해서 정원 감축을 유도를 해요. 등록금 수입이 줄어 재정이 악화된 대학들은 이런 정부 사업에 목을 맬 수밖에 없으니까 더 따라야겠죠. 인기가 없는 대학들은 그렇습니다. 아니면 뭔가 평가를 해서 그래서 '너네는 하위 평가 받았어, 질이 좀 떨어지네'라고 하며 아예 국가장학금 대출을 막아버리거나 학자금 대출이나 이제 그런 걸 못 받게 해버릴 수도 있고요. 그러면 학생들이 더 안 가겠죠.

◆ 신혜림> 사실상 폐교를 권장하는 거죠. 이처럼 굉장히 파괴적인 방식이 MB 정부 시절 에 썼던 방법이에요. 경쟁력 없으면 퇴출이다! 근데 당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죠. 이주호 장관이 MB 정부 시절에 이 교육 정책을 설계부터 집행까지 했습니다.교육부 차관도 했었고 장관도 했었고 그런 걸 모두 책임지는 사람이죠. 윤석열 정부에서 돌아왔습니다.

◇ 채선아> 지금의 교육 정책 방향이 MB 정부 때랑 비슷해져 간다고 보면 되겠네요.


◆ 신혜림> 올해 초에 이주호 부총리가 했던 말이 있어요. "정부가 모든 대학을 살릴 수 없다." 딱 잘라 말을 하고 그 발언이 있고 난 뒤에 가지고 나온 게 절묘하게 3월에 '글로컬 대학 30' 이 얘기를 하거든요. 글로컬 대학에 뽑히기만 하면 5년간 1천억을 받을 수 있지만 딱 30곳인 거예요. 조건은 과감한 혁신이다, 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완전히 확실하게 하겠다라는 얘기고요.

그 혁신은 그럼 뭐냐 대규모 구조 개혁 및 정원 조정 그리고 대학 간 통합 그리고 학문 융합 학과 통폐합 얘기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이 글로컬 대학 사업이라는 게 결국에는 또 다른 형태의 대학 구조조정 사업이 아니냐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사실 두 대학을 통합 하면 공동 신청했을 때 천억보다 인센티브를 더 주기도 해요. 그런 식으로 통합신청을 권장하기도 하는데 그 지역 대학 입장에서는 오징어 게임인 것 같아요. 윤 정부의 교육 개혁 기조는 이 사업 외에는 거의 규제 그냥 다 풀어버린다 주의예요. 규제를 풀어줄테니 대신 알아서 살아남든지 구조조정해서 없어지든지 하라는 얘기인 거죠.

◇ 채선아> 통합을 해야지 경쟁력이 생기는 거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통합하겠다, 살려달라 이런 대학도 나올 것 같고. 그렇게 해서 이 오징어 게임에서 살아남은 승자 대학은 어딘가요?

◆ 신혜림> 30곳 중에 10곳이 먼저 뽑혔거든요. ▲ 강원(2) 강원대·강릉원주대(통합), 한림대 ▲ 경북(2) 안동대·경북도립대(통합), 포항공대 ▲ 부산(1) 부산대·부산교대(통합) ▲ 충북(1) 충북대·한국교통대(통합) ▲ 경남(1) 경상국립대 ▲ 울산(1) 울산대 ▲ 전북(1) 전북대 ▲ 전남(1) 순천대입니다. 두 곳의 대학이 통합해서 하겠다는 게 4쌍이니까 대학 8곳이 4곳으로 줄어든다는 의미죠. 이제 통합하면 글로컬 30 대학에 선정되기 유리하겠구나, 대학을 합치면 되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일단 B라는 대학이 있다고 칩시다. 그게 지거국(지역거점국립대학교)이에요. 또 A라는 교대가 있습니다. 같은 지역에 지거국은 아닌데 조금 더 작은 규모의 국립대 C 이렇게 3개가 있다고 칠게요. A와 B가 통합을 할 수도 있고요. B와 C가 통합을 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둘 다 불협화음이 심한 겁니다. A-B 먼저 생각을 해보면, 교대는 학령인구 감소로 일단 가장 직격탄을 맞는 대학교예요.


◆ 조석영> 지금 이미 그러고 있다고 하죠, 교사가 줄어드니까.

◆ 신혜림> 그래서 A-B 학교는 야, 우리 합쳐서 글로컬 들어보자, 으쌰으쌰 해보자 할 수 있잖아요. 근데 A가 아무래도 좀 사이즈가 작잖아요. 그래서 B의 초등교육과로 흡수되는 방식이 조금 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는데, 그럼 A 교대 학생들은 말도 안 된다, 결사 반대 이렇게 돼요. 이번에 부산대랑 부산교대가 그런 사례인데요.

부산교대는 학생들이 내용도 몰랐는데 어떻게 갑자기 통합을 하냐 가뜩이나 채용 규모도 줄어드는데 복수 전공할 수 있는 거 아니야, 경쟁자 많아지는 거 아니야 이런 식으로 그리고 또 교대는 사실 좀 입학 커트라인이 높잖아요. 그래서 반대하는 것도 있고요, 부산교대 학생들이 막 동맹 휴업도 하고 막 그랬는데 결국에는 초등 교육 복수 전공하지 못하도록 요구를 한다거나 하면서 임시 봉합 상태예요. 그래서 이번에 최종 선정에 들었어요.

◇ 채선아> 이게 학생들 간의 싸움으로 지금 번지는 게, 통합하게 되면 내가 여기 들어가도 돼? 이 학생들 우리가 받아도 돼? 막 이러면서 싸움이 벌어지는 거예요.


◆ 신혜림> 그렇죠. 근데 B 학교와 C학교를 통합한다고 하면 B 학교가 커트라인이 높거든요. 그럼 B가 또 통합을 마뜩잖아하죠. 예전에 부산대가 밀양대랑 합쳐질 때, 밀양대가 우리 통합하지 않을래? 이렇게 했던 건데 부산대 학생들은 밀양 캠퍼스 학생 졸업장에 부산대 로고가 박혀 있으면 안 된다, 이런 식으로 엄청 난리가 났었어요.

◇ 채선아> 교수, 교직원 문제도 벌어질 것 같아요.

◆ 신혜림> 일자리 문제이기도 하니까. 근데 이런저런 걸 다 떠나서 지원 예산이 너무 크고 이제 지원을 안 받으면 안 될 것 같으니까 일단 통합하고 보자, 지원해보자 하는 분위기죠.

◆ 조석영> 동아줄이 내려온 거예요. 사활을 걸고 통합을 추진하지 않을까 싶긴 한데 그러면 통합한 4곳이 그렇다는 거고 통합을 안 해도 합격한 학교들은 어떤 기준을 맞춰서 선정이 된 건가요?

◆ 신혜림> 지역 산업이랑 절묘하게 잘 연결을 했다고 해요. 예를 들어서 한림대의 경우, 천억을 의료 바이오 연구에 올인하겠다, 이런 얘기를 했고 경상국립대의 경우 우주항공 방위산업 이런 게 많잖아요. 그래서 여기 몰빵하겠다, 이런 식으로.대학 유형별로 보면 전남대가 지거국인데도 탈락을 했어요. 합격한 곳 보면, 국공립대가 7개 사립대가 3곳인데, 사립대들은 3개 대학을 다 묶어가지고 통합하겠다 해도 일찌감치 예비 선정부터 탈락해버렸어요.

◇ 채선아> 사립대는 뭔가 경쟁력이 없다는 건가요?

◆ 신혜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에 "교육 수요자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공급자인 대학이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면서 수요자 중심 대학 구조개혁을 주문한 바 있거든요. 이게 다시 달리 말하면 그냥 철저히 시장주의적으로 가겠다는 그런 거죠.

◆ 조석영> 그러니까 지역 대학들이랑 산업을 연계하는 게 특성화다!라는 이름으로 포장을 하면 글로컬 대학 선정되는 데 좋긴 한데 그게 대학 평가의 기준이어야 되느냐는 다른 문제죠.

◆ 신혜림> 그 와중에 의대는 증원한다고 하잖아요.그나마 그건 일관성이 있는 것 같다. 그럼 이제 수요자가 원하는 의대 아니면 컴퓨터공학 이런 거만 그럼 남기면 될까요?

◇ 채선아> 인기 없는 학문은 다 사라지는 거 아닐까요.

◆ 신혜림> 이주호 교육부총리도 몸담았던 KDI(한국개발연구원)에서 최근 보고서를 내요. "대학 구조조정은 모든 지방대학을 살릴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5년 내에 마무리해야 된다"고 말해요. 이게 5년짜리 계획이어야 된다는 거예요. 그러면 해결 방법이 뭐야, 했을 때 지금 제한돼 있는 수도권 입학 정원을 풀어버리겠다, 이렇게 나와요. 그럼 이게 비수도권에만 국한된 얘기도 아니죠.


◇ 채선아> 그럼 수도권으로 더 몰릴 것 같은데요.

◆ 신혜림> 그렇죠? 그리고 졸업생 연봉 공개하겠다.

◇ 채선아> 그럼 비수도권 지역에 남아날 학과 자체가 몇 개 없을 것 같아요.

◆ 신혜림> 대학이 있으면 상권이 일단 생기는 거고, 대학이 있어줘야 젊은이들이 있는 거고 그래서 활기가 생기는 거고. 교수들도 인문학이 됐든 기술이 됐든 그 지역에 연구자가 있다는 거잖아요. 교수로 임용이 되면 그 지역에 머무르며 그 지역 특성화 연구를 가능케 할 수 있는 지점도 있고요. 수도권에 있는 학자가 갑자기 와서 연구하는 것보다 훨씬 낫잖아요. 그래서 진짜 균형 발전이다. 지방대 살리기 정책이다, 이렇게 하려면 이런 얘기들을 다 비롯해 가지고 안전망 확보, 다각도 접근이 필요합니다.

◇ 채선아> 대학이 어느 정도 정리돼야 하는 부분은 있지만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건 오늘 얘기 들으니 확실히 알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1천억 들여 지원하겠다는 글로컬 대학 사업이 뭔지 또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정리해 봤습니다. 두 분, 수고하셨습니다.

◆신혜림, 조석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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