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왕따' 북러, 서방제재 피할 파트너십 지속할 것"<38노스>
"러, 북한으로 미국 견제…무기·기술 넘어 다방면 협력확대"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북한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다방면에서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전망했다. 아울러 양국 협력이 전쟁물자와 군사기술 교환이라는 단기적 목표를 넘어 서방의 제재 회피를 노린 전략적 목표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북한은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을 위해 러시아에 포탄 100만 발을 제공한 사실이 알려져 주목받았다.
북한과 러시아는 냉전 시대 사회주의 이념을 공유하는 파트너였지만 사실 러시아는 북한을 동맹이라기보다 골칫거리로 보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포탄 제공은 상당한 외교적 의미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았다.
양국 관계의 이 같은 변화 조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꾸준히 나타났다.
북한은 시리아, 벨라루스와 함께 유엔 총회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모든 의제에 대해 러시아 편에 투표하고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했다.
러시아에서 전쟁을 지지하는 극우주의자들의 영향력이 커진 것은 북한과 러시아가 급속히 가까워지는 중요한 배경이 됐다.
북한 주체사상을 옹호하던 러시아 극우주의자들은 주체사상이 전시 러시아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용병단 바그너 그룹을 이끌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사망 전인 지난 5월 "앞으로 수년간 러시아는 북한처럼 국경을 폐쇄하고 해외 인력을 불러들인 뒤 치열하게 일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극우 사상가 알렉산드르 두긴은 러시아의 국제 동맹 3개국으로 벨라루스, 이란과 함께 북한을 꼽았다.
러시아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북한과의 협력이 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할 유용한 균형추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러시아 국방 평론가 이고르 코로첸코는 러시아·중국·북한의 축이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에 맞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드레이 구룰료프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부의장은 대만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전쟁을 벌이면 러시아를 비롯해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가 전쟁에 휘말릴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북한의 군사 준비 태세 및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높게 평가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장기전을 준비하는 러시아에 있어 북한이 보유한 무기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북한은 러시아에 공급 가능한 152㎜ 포탄 수백만 발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북한이 운용하는 KN-25 다연장 로켓의 사거리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보다도 긴 400㎞에 달한다.
라줌나야 로시야 텔레그램 채널은 러시아가 북한에서 들여온 군수물자를 무기화할 수 있는 신속 조립 공장 12개를 북한 접경 하산 지역에 짓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북한의 지원 대가로 러시아는 탄도미사일, 핵, 우주 관련 기술을 북한에 지원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5월과 8월 두 차례 위성 발사에 실패한 북한이 지난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때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난 것은 미사일 및 우주 기술에 대한 북한의 관심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 같은 협력 관계는 서방의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경제 전 방면으로 확대될 수 있다.
러시아는 식량난에 처한 북한에 농산물을 수출하며 양국 관계 심화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북한이 조지아 압하지아, 우크라이나 돈바스 등 유엔 비회원국으로서 서방의 제재와 무관한 친러시아 분리 지역과 긴밀한 관계를 추진할 수도 있다. 2019년 기준 압하지아에는 북한 근로자 약 400명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에서는 돈바스 지역 재건을 위해 북한 근로자를 파견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38노스는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구애가 단순히 무기 확보를 위한 절박한 조치로 묘사되고 있지만 양국 관계는 진정한 전략적 깊이가 있다"며 "서방으로부터의 고립을 탈피할 수 있는 희망이 점차 사라지면서 제재를 받지 않는 협력을 위한 양국 관계 진전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햇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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