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잘하는 사람 이렇게 많다니…" 자극받은 김휘집, 9회 투아웃에 도쿄돔 긴장시켰다
[OSEN=도쿄(일본), 이상학 기자] 일순간 도쿄돔에 긴장감이 흘렀다. 일본의 승리까지 아웃카운트 하나가 남은 상황에서 대타 김휘집(21·키움)이 1점차로 따라붙는 홈런을 쏘아 올리며 한국의 완봉패를 막았다.
김휘집은 지난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벌어진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예선 두 번째 경기 일본전에서 0-2로 뒤진 9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 손성빈 대신 대타로 들어섰다.
스코어는 2점차였지만 경기 분위기는 일본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 있었다. 9회 올라온 일본 좌완 다구치 카즈토(28·야쿠르트 스왈로스)는 올해 33세이브를 거두며 1점대(1.86)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특급 마무리. 다구치는 노시환을 우익수 뜬공, 문현빈을 3루 땅볼 처리하며 가볍게 투아울을 잡았다. 도쿄돔을 메운 3만5223명의 관중 대부분이 일본 사람들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기다렸다.
여기서 대타로 들어선 김휘집이 깜짝 홈런을 터뜨렸다. 볼카운트 3-1에서 다구치의 5구째 141km 직구가 한가운데 높게 들어오자 놓치지 않았다. 시원한 풀스윙으로 좌측 담장 밖으로 넘겼다. 한국의 무득점 침묵을 깨며 1점차로 따라붙는 한 방. 승리를 목전에 두고 맞은 홈런 한 방에 일본 팬들도 얼어붙었다. 3루측 한국 팬들의 환호성만 들렸다.
비록 다음 타자 김주원이 헛스윙 삼진을 당하면서 한국의 1-2 패배로 끝났지만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추격을 이어간 홈런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 경기 후 류중일 한국대표팀 감독은 “마지막에 김휘집이 홈런을 쳐서 완봉패를 면했다. 완봉패를 했으면 분위기가 가라앉았을 텐데 김휘집의 홈런으로 내일(18일)은 좋은 분위기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김휘집은 “일본 마무리가 좌투수라 9회에 대타로 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대타를 내는 게 굉장히 어려운 판단이셨을 텐데 나를 믿고 내주신 감독님께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볼카운트가 3-1이었는데 2점차였고, 상대 투수도 볼넷을 주기 싫을 거라고 생각해서 빠른 타이밍에 놓고 친 것이 좋은 결과로 나왔다”며 “그냥 끝나는 것이랑 점수를 내고 끝내는 것은 다르다”고 기뻐했다.
홈런이 나오는 순간 도쿄돔에도 잠시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타석에서 워낙 집중을 하고 있었던 김휘집은 그런 분위기도 감지하지 못했다. 그는 “맞는 순간 넘어갔다고 생각했다. 베이스를 돌 때 한국 관중 분들의 응원 소리가 들렸다. 일본까지 오실 정도로 KBO리그를 사랑해주시는 팬들께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신일고를 졸업하고 지난 2021년 2차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키움에 입단한 김휘집은 공격형 유격수로 성장 중이다. 3년차가 된 올해 110경기 타율 2할4푼9리(369타수 92안타) 8홈런 51타점 OPS .712로 활약하며 APBC 대표팀에 뽑혔다. 주전 멤버는 아니지만 이날 대타 홈런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고 의미 있는 홈런 손맛을 본 김휘집은 “이런 대회를 뛸 수 있어 영광이다. 벤치에서 경기를 보면서도 느끼는 게 많다. 야구 잘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좋은 실력들을 갖고 있다. 일본뿐만 아니라 호주 선수들도 보는데 각자 다 장점이 있더라. 타격 어프로치나 이런 것들이 좋다. 해외에 나가면 시야가 넓어진다고 하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가 넓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제대회에서 이런 모습을 보면서 멋있다는 생각도 들고, 자극도 받고 있다. 대회가 끝나면 비시즌 때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며 “남은 대회에서도 선발이든 아니든 내게 주어진 역할에 맞춰 잘 준비하겠다. 내일(18일) 대만전도 좋은 경기를 해서 결승에 나갔으면 좋겠다. 다시 일본과 결승에서 붙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18일 대만을 이기면 19일 결승전에서 일본과 재대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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