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대선 야권 단일화 '삐걱'…후보 추대 일단 실패(종합2보)
'국민' 허우유이 우세 속 '민중' 커원저 추격
단일화 때 '민진' 라이칭더와 내년 1월 대결
(선양·베이징=연합뉴스) 박종국 정성조 특파원 = 내년 1월 치러질 대만 총통 선거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야당의 총통 후보 단일화가 파열음을 내고 있다.
제1야당 국민당과 총통 후보 단일화를 추진해온 제2야당 민중당은 18일 "여론조사 오차범위 인정에 대한 양당의 인식이 다르다"며 결렬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대만 중앙통신사가 보도했다.
민중당 커원저 후보 캠프의 우이쉬안 대변인은 이날 "어제(17일) 밤 여론조사 전문가 사이에서 오차범위 인정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국민당이 주장하는 오차범위와 민중당의 주장이 달라 합의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앙통신사는 국민당 측은 오차범위를 ±3%포인트로 보지만, 민중당은 ±1.5%포인트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중당은 ±3%포인트 방식을 쓰면 오차범위가 6%포인트가 되므로 통계적으로 논쟁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커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차범위 3%포인트는 가능하지만, 어제 저들은 6%포인트를 이야기했다"며 "대선에서 라이칭더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를 이겨야 하는데 오차범위 6%포인트는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는 것이고, 우리에게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는 "인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야권 단일화는 아직 필요하고, 선거에서 승리하기를 희망한다"며 "국민당과 계속 협상하겠지만 오차범위 6%포인트를 요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커 후보는 단일화가 파국을 맞은 것인지에 대해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 등록 마감 시간인) 11월 24일 오후 5시 전에는 무엇이든 가능하다"며 합의 여지를 열어뒀다.
앞서 국민당과 민중당은 지난 15일 총통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으며, 지난 7∼17일 실시된 각계 여론조사 등을 토대로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와 민중당 커원저 후보 가운데 총통 후보와 부총통 후보를 정하기로 했다.
양당은 원래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간) 총통 후보와 부총통 후보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마잉주 전 총통과 국민당·민중당이 각각 추천한 전문가 3명은 전날 마잉주재단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검토했고, 회의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민중당 측 전문가는 여론조사 9건 중 3건이 오차범위가 커 문제가 있으므로 제외하자고 주장했고, 국민당 측은 이 3건도 포함해야 한다고 맞섰다.
나머지 여론조사 6건의 경우 국민당 허우 후보가 앞선 결과가 5건, 민중당 커 후보가 우세한 결과가 1건으로 나타났는데, 민중당 측은 자신들이 고수해온 '±1.5%포인트 오차범위'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두 후보가 3대3으로 동률을 이룬다고 주장했다.
그간 대만 매체들은 허우유이 국민당 후보가 단일 후보로 추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제기해왔다.
우쯔자 메이리다오 전자보 회장은 지난 10일과 13∼14일 사흘 동안 성인 1천2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총통 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 허우 후보는 29.9%의 지지율로 직전 조사보다 3%포인트 상승했으나 커 후보는 19.9%의 지지율로 직전 조사보다 3.3%포인트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대만 연합보는 여론조사기관 민의기금회(TPOF)의 유잉룽 이사장이 14일 허우 후보가 야권 단일 총통 후보, 커 후보가 부총통 후보를 맡는 것이 사실상 기정사실이라고 언급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야권 단일화는 현재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1위를 달리고 있는 대만 대선 레이스 구도를 뒤흔들 가능성이 높다.
대만 인터넷 매체인 'CNEWS후이류신문망'은 지난 10∼11일 실시한 선거 여론조사에서 민진당 라이 후보가 지지율 30.8%로 커 후보(26.0%), 허우 후보(18.0%), 무소속 궈타이밍 후보(9.3%)를 앞질렀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국민당과 민중당이 총통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면 두 사람 중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독립 성향 민진당 소속인 라이 후보를 이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라이칭더 후보와 민진당 정부를 겨냥해 노골적인 비난을 쏟아내 온 중국은 두 후보의 단일화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주펑롄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15일 양당의 협상 중에 진행된 정례 브리핑에서 '남백합'(藍白合·상징색이 파란색인 국민당과 흰색 민중당이 힘을 합친다는 의미)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평화·발전·교류·협력을 원하는 것이 대만의 주류 민의"라고 답했다.
주 대변인은 "양안 동포는 응당 손을 잡고 역사적 대세에 따라 1992년 합의(92공식·'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그 표현은 중국과 대만이 각자 편의대로 하자는 합의)를 견지하고, 대만 독립에 반대해야 한다"며 "양안 관계가 평화 발전의 정확한 궤도로 돌아가게 추동해야 한다"고 했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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