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치어리더 보러 도쿄돔 온다" NPB도 감탄한 KBO 응원문화, 日 감독-에이스도 놀라워했다 [APBC 현장]

도쿄(일본)=김동윤 기자 2023. 11. 18.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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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도쿄(일본)=김동윤 기자]
왼쪽부터 배수현, 목나경, 김도아, 이엄지 치어리더. /사진=배수현 치어리더 제공
관중과 함께 호흡하는 KBO리그의 응원 문화가 일본 야구팬들을 사로잡았다. 한일전 승리 후 이바타 히로카즈(48) 일본 대표팀 감독과 에이스 스미다 지히로(24·세이부 라이온즈)도 한국의 응원 열기에 놀라워했다.

한국, 일본, 대만, 호주의 어린 야구선수들이 국제 대회 경험을 쌓는 것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 있다. 바로 치어리더와 함께하는 각국의 응원전이다. 초대 대회인 2017 APBC부터 도입된 것으로 6년 만에 열린 이번 대회에서도 진행하게 됐다. 처음 참가한 호주를 제외하고 한국 4명, 대만 10명, 일본 24명 등 총 38명의 치어리더가 응원단장들과 함께 참여했다. 한국에서는 SSG 랜더스 응원팀 JR 커뮤니케이션의 배수현, 목나경, 김도아, 이엄지 치어리더가 박민수 응원단장과 함께 참여했다.

16일 도쿄돔에서 만난 일본프로야구(NPB) 엔터프라이즈의 오노 타카시 씨는 "APBC는 아시아 프로야구의 진흥과 발전을 목표로 한 대회다. 각 리그마다 제각기 다른 응원 문화가 있는데 관객들과 소통하고 치어리더가 함께 흥을 돋우는 독특한 응원전을 도쿄돔에서 보여주고 싶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응원단장과 치어리더가 선수, 이닝, 공격, 상황마다 다른 노래와 안무로 호응을 유도하는 KBO리그와 달리, NPB의 응원 문화는 상대적으로 정적이다. 팀마다 치어리더들이 북을 치고 트럼펫을 불고 함성을 끌어내는 데서 그친다. 그 때문에 한국의 치어리더와 응원문화에 대한 관심이 일본 내에서도 차츰 늘어가는 추세다. 오노 씨는 "6년 전 첫 대회 때 한국의 응원 문화가 일본 내에서 큰 반향이 있었다. 이번 대회에도 한국의 치어리더와 응원전을 구경하기 위해 티켓을 구매하고 구장에 오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17일 열린 한일전은 양 팀 응원 문화의 차이를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선수가 나올 때마다 별도의 응원가가 울려 퍼지고 안무를 관중들과 함께 즐긴 한국과 달리, 일본 측은 정해진 응원 구호로 축구 A매치를 떠올리게 했다.

일본의 치어리더들이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APBC 대만전에서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한국 응원단이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APBC 호주전에서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박민수 응원단장(가운데)이 음량이 작은 음악소리에도 호루라기를 불며 육성응원을 하고 있다./사진=김동윤 기자

아쉬운 점도 있었다. 앰프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탓에 16일 호주전에서는 박민수 응원단장이 육성과 호루라기만으로 응원을 주도해야 했다. 응원곡 볼륨조차 너무 작아 응원단장의 목은 일찌감치 쉬었다. 17일 일본전에서는 한국의 공격 시 응원이 커질 때마다 보안 요원들이 확성기로 자제시키는 모습이 보였다. 일본은 서서 하는 응원이 외야에서만 할 수 있도록 하다 보니 내야에서도 응원단과 함께 서서 응원하는 한국 야구 응원 문화와 안 맞는 부분이 있었다. 각국의 응원문화 경험을 위해 응원석을 6000엔(약 5만 2000원)에 판매할 정도로 홍보 의지가 있었다면 이러한 부분도 조율이 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지점이었다.

하지만 한국 야구팬들의 열정을 막긴 어려웠다. 한일전인 만큼 3루에도 많은 한국 야구팬들이 가득 차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다른 팀 선수의 응원을 따라 했다. 하이라이트는 한국이 0-2로 지고 있던 9회초 2사에서 나온 김휘집의 좌월 솔로포였다. 김휘집의 응원가를 따라 부르던 한국 야구팬들은 배트가 공에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했다. 환호성을 지르는 3루와 반대로 일본 야구팬들이 위치한 1루는 침묵에 빠져 대조를 이뤘다.

경기 후 만난 김휘집은 이때를 떠올리면서 "맞는 순간 넘어갔다고 생각을 했다. 한국 관중들이 있는 쪽에서도 그때 소리가 많이 나는 것을 들었다"며 "KBO리그를 사랑해 주시는 팬들이 일본까지 찾아오셔서 감사함을 많이 느꼈다"고 진심을 전했다.

일본 측에서도 한국의 응원 문화와 열기에 감탄했다. 이바타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응원전에 대한 질문에 "정말 뜨거웠다. 경기도 아주 접전이었다"고 답했고, 승리 투수가 된 스미다 역시 "한일전이어서 열기가 정말 뜨거웠던 것 같다"고 놀라워했다.

17일 한국과 일본의 맞대결이 펼쳐진 도쿄돔 전경. 많은 관중이 자리를 채웠다. /사진=뉴스1

2017년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 대표팀 응원을 이끌게 된 배수현 치어리더는 "소속사가 APBC 응원단 파견을 2번 연속 담당하게 됐는데 운 좋게도 내가 다시 한번 선발됐다. 올 한해 많은 팬분들이 많이 응원하고 사랑해 주셔서 선발된 것 같다. 또 아마 이번이 치어리더 인생에 국가대표가 될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어 데려와 주신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

한국 치어리더와 응원 문화를 보기 위해 오는 관중들도 생겨났다는 말에는 "현장에서 선수뿐 아니라 우리에 대한 애정도 크다는 것이 느껴져서 굉장히 감사하다. 더구나 다른 지역까지 오셔서 응원해 주는 것이 쉽지 않고 영광스러운 일이라 굉장히 뿌듯하다"고 답했다.

일본에서도 화제가 된 한국 치어리더의 강점으로는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배 치어리더는 "한국의 치어리더들은 관중의 응원을 끌어내는 리더십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 팀에 대한 애정, 일에 대한 자부심과 프라이드가 있고, 힘들거나 피곤해도 팀의 승패와 상관없이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가 장점"이라며 "한국 응원문화만의 특색으로는 스포츠가 주는 현장감, 팬들의 팬심이 아이돌 못지않게 열정 넘치고 패기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응원단은 18일 대만전에 이어 19일 있을 결승전 혹은 3·4위전까지 모두 함께한다. 배 치어리더는 "우리 대한민국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좋은 기량 펼칠수 있도록 그리고 대한민국이 우승할 수 있도록 다같이 응원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도쿄(일본)=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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