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시파병원, 하마스 본부 맞나"…입증 안되면 휴전압박 커질 듯

일부 글로벌매체 "이스라엘 주장에 증거부족" 판정
논란 속 유엔 인권최고대표 "독립적 국제조사" 촉구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이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휘본부라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놓고 국제사회의 의구심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새벽 알시파 병원에 전격적으로 진입해 이틀 연속 수색작전을 벌였지만 하마스 지휘본부임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는 게 외신의 대체적인 평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지금까지 내놓은 증거는 알시파 병원이 하마스 지휘본부라는 것을 입증하는데 훨씬 부족하다"고 보도했다.

BBC 방송도 이날 "지금까지 이스라엘군이 제시한 증거가 설득력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뒤 일찌감치 알시파 병원을 하마스의 주요 군사시설로 지목했다.

이스라엘군은 민간인 피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병원 내부에서 하마스 소탕 작전을 편 뒤 "하마스는 체계적으로 병원을 군사작전에 사용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도 통신 감청 등 자체적으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알시파 병원을 하마스의 작전본부로 확신한다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일단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지휘본부라며 증거로 공개한 알시파병원 동영상에는 AK47 소총과 군용가방, 군용 조끼, 수류탄, 노트북 등이 나왔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알시파 병원에서 대규모 무기고를 확보하지 못하고 인질 정황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증거가 미미한 수준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발견했다는 무기에 대해 "이스라엘이 현장에 갖다 놓은 무기"라고 즉각 부인했다.

이스라엘군은 알시파 병원 경내에서 하마스의 지하터널 입구를 찾았다며 영상을 추가로 공개했지만 가자지구에는 지하터널이 많다는 점에서 이를 하마스 지휘본부로 단정하기엔 섣부르다는 평가다.

알시파 병원의 한 의사도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이곳 시설이 하마스의 거점이라는 의혹을 부인했다.

여기에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알시파 병원에 대한 독립적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CNN 방송에 따르면 투르크 최고대표는 지난 16일 알시파 병원과 관련해 "서로 다른 이야기가 있는 만큼 (양측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국제 조사가 필요하다"며 "병원을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지만 분명한 증거 없이 병원을 공격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투르크 최고대표의 제안을 거절했다.

제네바 주재 유엔 이스라엘 대표부는 AFP 통신에 "현재로서는 인권최고대표의 방문이 유익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투르크 대표의 이스라엘 방문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알시파 병원에 대한 서방 언론의 현장 취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의 고위 관계자가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무장세력의 교신을 감청한 결과 하마스가 알시파 병원을 지휘소 겸 무기고로 활용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하는 등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 입장을 지지하지만 앞으로 결정적 증거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 증가와 맞물려 이스라엘의 알시파 병원 작전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

BBC는 알시파 병원이 넓은 만큼 철저한 수색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하마스 지휘본부라는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이스라엘이 휴전 협상을 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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