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받는 미·중 정상회담, 한국에는 어떤 영향이?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 와중에 내년 대선을 치러야 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동산 경기 악화와 청년 실업률 상승 등 경제적 난관에 맞닥뜨린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서로 간의 '안정적 관계'가 절실한 두 정상이 현지시각 15일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우드사이드에서 만났습니다. 두 정상이 만난 건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 회담 이후 1년 만입니다.
바이든 ㅣ 미국 대통령
"중국이랑 미국은 경쟁적 관계에 있지만, 제 책임은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게 합리적이고 관리 가능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시진핑 ㅣ 중국 국가주석
"한쪽이 다른 한쪽을 바꾸려는 건 비현실적이며, 갈등과 대립의 결과는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습니다."
회담은 양국 정상의 단독 회담과 참모 12명씩 배석한 확대 회담, 업무 오찬과 소인수 회담을 합해 4시간가량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지만, 공동 성명이나 공동 선언문은 나오지 않았고, 공동 기자회견도 없었습니다.
"군사 소통 재개, 우발적 충돌 막는 안전장치"
일단 미국과 중국 양측이 보도자료를 통해 내놓은 합의는 크게 4가지입니다. 군사 대화 재개와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퇴치 협력, 그리고 인공지능(AI) 규제를 위한 대화와 양측 간 교류 확대 등 4개 분야 합의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실질적 성과로 꼽히는 건, 바로 '군사 대화 재개'입니다.
이는 1) 국방장관 간 대화, 2) 작전 지휘자 간 대화, 3) 해상 근무자 간 대화 등 각급의 군사 소통을 다시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원래 미국과 중국은 1999년 군사해양협력합의를 토대로 서로 우발적 충돌을 막자며 장관급 대화 채널을 가동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 의장이 타이완에 간 걸 계기로 모든 대화 채널을 끊었는데, 이걸 다시 복원한다는 겁니다. 즉, 지난 2월 중국 정찰풍선의 미 영공 침범으로 미중 간 '일촉즉발' 상황이 벌어지고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이어져온 상황에서, 양측이 우발적인 군사 충돌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는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정상 간 소통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ㅣ 미국 대통령
"시 주석과 나는 (위기가 발생하면) 각자 직접 전화기를 들고 즉시 통화하자는 데 동의했습니다."
양국 간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만들어진 상황은 당연히 한국의 안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신성호 ㅣ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전 세계 각 지역 정세가 불안한 가운데 우리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그나마 미중 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조치가 이뤄졌다는 것 자체가 지역 안정 유지, 질서 유지에 굉장히 중요한 의미고..."
메이슨 리키 ㅣ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한국을 포함한 중견국들, 심지어 미국의 동맹국들조차도 어려운 이분법적 선택에 직면하는 걸 피하고 싶어 합니다. (한국 등 중견국들의 입장에선) 미국과 중국이 심각한 대결이나 위기, 분쟁에 처할 까봐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좋은 일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이른바 '전략적 타협'으로 외교적 공간이 일부 생긴 만큼 한국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김흥규 /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
"미중 관계가 어느 정도 완화되면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도 사실은 더 공간이 열릴 텐데 안정적인 관계를 위해서 논의해야 될 일은 지금 대단히 많거든요."
"펜타닐 단속 협력, '재선' 바이든에게 유의미한 성과"
"그 외 결정적인 현안에는 입장차 여전"
시진핑 주석은 향후 수년 안에 타이완에 대한 대대적 군사행동에 나설 계획이 없고 평화 통일을 선호한다고 밝혔지만, 무력이 사용될 수도 있는 여건들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울러, 미국이 타이완을 무장시키는 것을 멈춰야 한다며, 중국은 반드시 통일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이른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해 지지하는 건 변한 바가 없다"면서도 "어느 쪽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도 반대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야말로 대만해협 주변에서 군사활동에서 자제해야 한다며, 중국에 내년 1월 타이완 총통 선거에 개입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혜영 기자 kh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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