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갈등? 재개발 이권다툼?··· 영등포 살인사건의 전말 [폴리스라인]
인근 주민 "피의자, 다혈질도 그런 다혈질이 없어"
주차장 임대료 문제로 갈등··· 재개발 이권 다툼 가능성도
서울 영등포구의 한 건물에서 건물주가 주차장 관리인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수사 초기에는 단순한 원한 살인인 듯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피의자들과 피해자 사이에 있었던 갈등이나, 재개발 사업 이권 등을 둘러싼 문제들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경찰은 이들의 관계를 밝혀내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 한밤중에 영등포 시내 건물에서 살인사건··· 경찰, 공모 여부 확인 중
지난 12일 오후 1시 10분쯤 영등포구 영등포동의 한 건물 옥상에서 흉기에 목을 찔린 80대 건물주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같은 날 오후 9시 32분께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건물 주차장 관리인 30대 남성 김 모씨 를 강원도 강릉 KTX 역사 앞에서 긴급 체포했다. 김 씨는 강원도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사를 진행하던 중 인근 모텔 주인 40대 조 모 씨가 범행 당일 김 씨의 도주 기록이 담긴 폐쇄회로(CC)TV 기록 등을 삭제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김 씨가 범행 이후 오후 5시까지 조 씨의 모텔 인근에 숨어있었다는 것도 밝혀졌다. 경찰은 조 씨를 같은 날 오후 10시 10분께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지난 15일 김 씨와 조 씨에 대해 각각 살인과, 살인교사·증거인멸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은 김 씨에 대해서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조 씨에 대해서는 '공범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경찰은 조 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했다.
김 씨는 살인 혐의를 시인했다. 초반에는 "건물주가 나를 무시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살해 동기를 밝혔지만, 수사가 진행되자 "건물 인근 모텔 주인이 살인을 교사했다"고 증언을 바꿨다. 다만 조 씨는 CCTV 삭제 사실만 시인하고 지속적으로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 "다혈질도 그런 다혈질이 없었다"··· 인근 주민들의 진술
A씨는 범행이 발생한 해당 건물과 주차장 부지를 소유하고 있다. 조 씨는 A씨의 건물 바로 옆에 있는 모텔의 주인이다. 조 씨는 2020년 7월부터 A씨의 주차장 부지를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120만 원에 임차해 운영해 왔다. 김 씨는 조 씨가 주차장 임차 직후 고용한 모텔 관리 및 주차 관리인이다.
우선 살인을 한 김 씨는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인근 상인들과 잦은 마찰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만난 인근 상점 관계자들은 김 씨가 평소 주변인들에게 반말과 욕설을 서슴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건물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김 씨에 대해 "다혈질도 그런 다혈질이 없었다. 평소에도 주차장을 방문하는 고객에게 주차권을 던지며 반말을 해 자주 싸움이 벌어졌다"며 "상대가 김씨의 태도를 지적하면 '왜 무시하냐'며 욕설을 하는 등 감정이 격화된 모습을 자주 보였다"고 말했다.
다른 상점 관계자 C씨는 "김 씨는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게 '사유지를 침범했다'며 돈을 요구하기도 하는 등 융통성이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며 "특히 남성 방문자들에게는 무례하게 대했지만, 젊은 여성이 방문하면 차 문을 못 닫게 하면서 추근대는 일이 많았다"고 밝혔다.
다만 김 씨는 조 씨에게만큼은 공손하게 행동했다. 김 씨는 조 씨를 '형'이라고 부르며 따랐고, 조 씨 또한 김 씨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등 호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둘을 형제 관계로 알고 있는 상인들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둘은 동등한 관계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상인들은 "김 씨와 조 씨는 사실상 주종관계다", "조 씨가 김 씨를 노예 부리듯 부렸다", "조 씨가 김 씨를 폭행하는 장면을 본 인근 거주자들도 있다"고 증언했다.
◇ 임대료 갈등? 재개발 걸림돌?··· 살해 동기에 쏠리는 이목
가장 중요한 것은 김 씨에게 살인을 교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조 씨와, A씨의 관계다. 인근 상인들은 이들의 사이가 '안좋다'라는 간단한 단어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고 했다.
조 씨와 A씨는 주차장 임대료 문제로 최근 소송전을 벌일 만큼 관계가 악화된 상태였다. 코로나19로 자금 상황이 악화된 조 씨가 주차장 임대료를 1년 이상 납부하지 않자, A씨가 화를 내는 상황도 자주 연출 되기도 했다. A씨는 조 씨를 상대로 퇴거명령을 내리고, 지난 9월에는 부동산 인도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두 건물이 포함된 구역의 '영등포 쪽방촌 재개발 사업'을 두고 터진 이들의 갈등이 범행의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 씨는 인근 주민들에게 공공연히 '조합장이 되겠다'는 의사를 피력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이 조합장이 되면 더 큰 이득을 안겨줄 수 있다는 취지로 주민들을 설득하고 다녔다.
그러나 범행이 발생한 건물뿐만 아니라 인근의 다른 건물도 소유하고 있는 A씨가 조 씨에게는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개발 사업에 큰 지분을 가지고 있는 A씨가 조 씨의 조합장 선출에 반대를 한 것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살인이 아닌, 영등포 쪽방촌 재개발 사업과 얽힌 이권 다툼으로 촉발된 사건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김 씨와 조 씨의 공모 여부를 비롯해 구체적인 범행 동기 등을 파악하고 있다.
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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