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된 울트라마라톤, “자기확신을 얻고 체중 13kg을 버렸다”[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2007년쯤 회사 다닐 때 팀장님이 ‘함께 달리자’며 ‘하프마라톤에 출전한 팀원 중 1등에게 포상금을 준다’고 해서 달리기 시작했죠. 마침 아이들 낳고 살이 쪄 고민이었는데 다이어트도 하고 포상금도 받겠다는 욕심으로 나서게 된 겁니다.”
“그때 달리는 재미를 붙였죠. 달리다 보니 혼자 달리기보다는 함께 달리는 게 좋을 것 같아 동호회를 찾았어요. 집 근처(인천 부천)에 ‘두발로러닝클럽’이 있어 가입해 지금까지 매주 일요일 새벽 인천대공원에서 함께 달리고 있습니다.”
박 씨는 10월 5일부터 8일까지 인천 강화군 창후리선착장에서 출발해 강원 강릉시 경포해변까지 달리는 한반도횡단 308K를 3박 4일에 걸쳐 완주했다. 정식 완주로 인정해주는 제한시간 67시간을 단 3분 남겨 놓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16년 전 살을 빼기 위해 달리기 시작한 박 씨가 이젠 100km 넘는 울트라마라톤도 거뜬히 완주하는 ‘철녀’로 거듭난 것이다.
한반도횡단 308km 도전 때도 주위에선 ‘무모한 도전’이라며 말렸다. 하지만 그는 과감히 나섰다. 중간에 짬짬이 잠을 자야 하는데 3일 동안 1시간40분 자고 달렸다. 피곤했지만 새로운 도전에 에너지가 솟았다. 무엇보다 빨리 완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보다는 ‘천천히 즐겁게 이대로 쭉 달리자’는 기분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걸었다.
“솔직히 막판에 잘 달리시는 어떤 선배님이 지금 좀 힘을 내야 제한시간에 들어갈 수 있다며 저를 끌어 줬어요. 막판에 다시 시내에서 신호 때문에 걸었지만 그분 때문에 기록을 인정받을 수 있었죠. 마라톤을 하다 보면 혼자 달리는 것 같지만 결국 같이 달려요. 함께 레이스 하는 사람도 있고, 요소요소에서 자원봉사 하는 사람들이 힘을 줘요. 308km 달릴 때 CP에서 챙겨주는 자원봉사자들에게서 큰 힘을 받았어요.”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탓에 마라톤 대회가 사라졌을 때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 빠졌다 큰 사고를 당했다. 2021년 10월 전북 내장산에서 산을 타다 넘어져 치아 3개가 부러지는 등 큰 사고가 난 것이다. 입술 근처를 25바늘이나 꿰맸다. 회복에만 8개월이 넘게 걸렸다. 그 뒤 트레일러닝을 포기하고 울트라마라톤에 도전했다. 지난해 4월부터 벌써 100km를 4번 완주했다. 기록은 11시간대.
박 씨는 마라톤을 시작한 뒤 체중을 13kg 감량했다. 그는 “이젠 먹고 싶은 것 다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고 했다. 달리기가 생활화됐기 때문이다. 그는 달리고 싶을 때 달린다. 그래도 주 4회 이상은 달리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컨디션이 별로 안 좋으면 달리지 않는다. 몸이 달리고 싶을 때만 달린다. 보통 10km 정도를 달리고, 한 달에 한 번 30km 이상을 달린다”고 했다. 인천대공원을 주로 달리고, 부천종합운동장, 부천 중앙공원, 아라뱃길이 그가 달리는 명소다. 아라뱃길을 찾을 땐 40~50km를 달릴 때다.
“책 한 권이 제 인생을 바꿨어요. 우연히 김미경의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는 책을 읽고 ‘그래 나도 꿈이 있었지’라는 생각에 회사에 사표를 썼죠. 전 학창시절부터 제 주도적인 삶을 살고 싶었죠. 저는 남 앞에서 나서는 일을 하고 싶었죠. 결혼하고 아이 낳고 언젠가부터 삶에서 저 자신이 사라졌다는 것을 그 책을 보고 깨닫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를 찾고 싶었죠. 서비스 관련 강사를 하다 성교육 전문가가 됐습니다.”
“마라톤 덕분에 제 인생에서 한 획을 그었다고 생각합니다. 삶이 지치고 힘들 때 달리기가 저에서 큰 활력소를 줬습니다. 그래서 그런 분들을 만나면 달리기를 권유합니다. 여러분도 한번 경험해보세요. 삶이 바뀔 것입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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