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좋아" 이 말 자주 하는 MZ들…'실패'에 주목하는 이유
최근 젊은 층과 대학가를 중심으로 '실패'가 주목받고 있다. 성공에만 몰두하기보다 실패한 경험을 되돌아보는 것이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한편 이 같은 흐름이 실패에 인색한 한국 사회를 반영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18일 대학가에 따르면 성균관대는 최근 '실패 기념 주간'을 열고 연도별 실패 경험을 적는 '실패 이력서' 행사, 실패 경험을 나뭇잎에 적어 '실패 나무'에 붙이는 행사 등을 열었다. 카이스트도 지난 2일까지를 '실패 주간'으로 삼고 '실패학회: 망한 과제 자랑 대회', '실패 사진전' 등을 진행했다.
카이스트 실패 주간 행사를 기획한 조성호 실패연구소장(전산학부 교수)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백날 해도 사회가 실패를 용인하는 분위기가 아니면 소용없다"며 "실패를 용인하고 실패를 통해 배우는 문화를 앞장서서 만들어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단순히 실패를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실패 사례를 모아 데이터로 정리한다"며 "실패를 숨기기만 하면 발전할 수 없다. 위험을 감수하려는 문화가 퍼져야 한국이 더 나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오히려 좋아',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등 밈이 유행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좌절할 만한 순간에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거나 극복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몇 년 전까지 '이번 생은 망했다'는 뜻의 '이생망'이 유행했던 것과 대조된다.
한국외대에 재학 중인 한모씨(20)는 "예전 같으면 실패로 여겨질 일도 요즘에는 실패라기보다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경험이라고 보는 경향이 짙어졌다"며 "'실패'라는 단어보다 '과정', '선택', '개성' 같은 단어를 더 많이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최원준씨(23)도 "'오히려 좋아'라는 말을 평소에 자주 쓴다. 우스갯소리지만 이런 긍정적인 밈을 사용하면 잠깐이라도 실패가 별일 아닌 것으로 느껴진다"며 "눈치 볼 게 많은 요즘 같은 때에 시도 자체를 응원하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움직임이 성공의 기준이 과거와 달라진 탓이라고 분석했다. 예전에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는 등 전형적인 성공의 모습이 있었다면 요즘 젊은 층에 성공 모델은 여러가지라는 것이다.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요즘 젊은 세대는 '오늘 강아지 산책시켰어'와 같은 일상 속 단기 목표를 이룬 것도 성공으로 보고 스스로 위안으로 삼는다"며 "성공의 기준이 예전보다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전준현 한성대 문학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기성세대는 취직이 곧 성공이라고 봤지만 젊은 세대에게 성공의 정의는 다양하다"며 "예전보다 시도를 많이 하는 한편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여전하다 보니 온라인상에서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는 심리가 밈에 투영된 것 같다"고 했다.
반면 겉보기에 낙관적인 내용의 밈을 통해 사실은 자조를 하고 있는 것이란 의견도 있다. 어려운 현실을 유머로 승화하고 서로 위로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현실이 힘들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젊은 세대와 대학이 최근 실패에 주목하는 것 또한 우리 사회가 실패에 인색하다는 방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연구위원은 "'오히려 좋아'라는 표현이 실제로 좋다는 게 아니라 '이 정도면 괜찮다'는 생각을 전제로 자조한다고 볼 수 있다"며 "MZ세대 사이 '실패'라는 단어가 회자되는 것은 이 세대가 실패를 두려워하고 실패에 민감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론조사를 보면 '미래가 나아질 것 같다'고 생각하는 인구는 줄고 특히 젊은 층에 우울증이 있거나 은둔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 자아 탄력성이 높아졌거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젊은 세대가 지금보다 더 많은 시도를 할 수 있고 혹여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균관대, 카이스트의 경우 평균 이상의 학생들이 패스트 무버로서 실패를 한번 보듬고 새로 출발한다는 측면이 강한 것 같다"며 "실패를 너그럽게 봐주고 실패해도 괜찮다는 시그널을 주는 방향으로 기성세대와 우리 사회가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정진솔 기자 pinetr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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